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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2] 서비스도 철판처럼 녹슨다? 늘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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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2] 서비스도 철판처럼 녹슨다? 늘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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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적인 서비스는 창의적 디자인에서' 페덱스가 DHL을 따라잡은 비결
서비스 설비, 배치, 절차와 소비자의 관심, 입지까지 시장 변화에 맞춰야
ⓒ페덱스 홈페이지 캡처
ⓒ페덱스 홈페이지 캡처

성공적인 서비스는 창의적인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경쟁자와 다른 개념의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덱스(FedEx)는 창조성을 발휘해 물류의 틀을 바꾼 사례다. 항공기를 이용해 화물을 다음 날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개념은 설립자인 프리드릭 스미스(Frederic W. Smith)가 대학 시절에 제출한 기말 과제에서 구상됐다. 황당한 그의 과제물은 C학점을 받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그러나 자전거 바퀴와 화물운송망 간의 유사성을 응용한 아이디어가 1973년 미국 멤피스를 거점으로 화물이 집중되는 허브-스포크(hub-spoke) 네트워크를 탄생시켰다.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한밤중에 허브로 도착한 비행기는 화물을 내려놓고 2시간 정도 대기한 후 이튿날 새벽 배송할 화물을 싣고 되돌아간다. LA에서 샌디애고로 갈 화물이 LA에서 멤피스로 간 후 멤피스에서 샌디애고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심한 기상악화가 없다면 화물은 다음날 목적지 도착이 보장된다.

페덱스의 혁신적인 전달시스템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DHL과 UPS를 단순에 따라잡았고, 지금은 세계 곳곳에 거점을 추가해 하루에 수백만 개의 소화물을 전달하고 있다, 페덱스는 이제 물류의 글로벌 표준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건축물의 설계처럼 구조적 측면과 관리적 측면의 요소로 구성된다. 구조적 측면에선 전달시스템과 설비 배치, 입지와 공급계획이 필요하고, 관리적 측면에선 정보, 품질, 접점관리, 수요예측과 고객관리가 필요하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의료서비스의 구조적 요소와 관리적 요소를 모두 혁신한 병원이 있다. 환자가 직원과 함께 일하는 병원으로 유명한 탈장(脫腸) 수술 전문의 숄다이스병원(Shouldice Hospital)은 전문성과 고객만족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병원은 서비스의 구조부터 독특하다. 복강 안 장기의 복벽이 약한 사타구니 부분에서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 수술을 받으려면 환자 스스로 털을 깎고 수술 후에는 수술대에서 내려와 회복실로 걸어가야 한다. 서비스를 공동으로 하는 셈이다.

병원의 설비는 운동과 빠른 회복에 맞도록 설계되어 환자는 걸어서 라운지나 샤워실, 카페테리아에 가야 하고, 야외에는 산책에 맞는 조경을 했다. 카펫을 깐 실내인테리어로 병원 분위기를 없앴다. 병실엔 TV조차 없게 만들어 입원 기간을 줄이도록 서비스 전달시스템을 설계했다.

항공편 이용이 편리한 대도시에 입지를 정해 취소된 예약은 간단한 통보만으로 지역의 예비환자가 대체한다. 긴급환자가 없으므로 같은 시간대에 고객을 모아 수술 일정을 수립해 서비스의 공급을 집중한다. 호텔의 객실처럼 가동률을 높이고 간호와 청소, 배식 등의 보조 서비스도 집중하는 방식이다.

관리적 측면은 더 독특하다. 연례적인 환자들의 모임을 만들어 데이터를 얻고 충성고객을 통해 구전효과를 높이며, 정기적인 무료진료로 수술경과에 대한 DB를 구축한다.

모든 의사는 숄다이스 고유의 방식을 준수하기 때문에 일관된 서비스품질이 유지되며, 직원과 환자가 함께 식사하는 방식으로 가족적인 서비스문화를 만들다. 모든 직원은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 조언을 위해 훈련받는다. 2인실 병실에선 아침에 수술받은 환자가 저녁에 옆의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수술 전에 갖는 두려움을 줄인다. 병원에 입원했다기보단 짧은 휴가를 다녀온 듯한 경험을 제공해 서비스품질을 높게 유지하는 서비스전략이다.

“서비스 프로세스는 철판처럼 녹슬기 마련이다. 부드럽고 빛났던 것도 조직의 녹(institutional rust)이 생겨난다.” 서비스 경영이론의 대가 러브락(Christopher H. Lovelock)의 말이다.

서비스 설비와 배치, 절차와 직무설계와 품질보증, 소비자의 관심, 입지까지도 시장의 변화에 맞춰야 한다. 코로나가 촉진하는 ‘언택트’ 시대. 사업장마다 환경의 변화에 맞게 서비스의 개념과 전략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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