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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16] '백혈병 소녀와 포도 한송이' 성공한 기업엔 신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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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16] '백혈병 소녀와 포도 한송이' 성공한 기업엔 신화가 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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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日 다카지마야 백화점의 경영이념 '언제나 사람이 우선'에 담긴 일화
방침과 목표, 업무관행, 상징물, 스토리텔링은 문화구현 수단이 된다
ⓒ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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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의례와 의식,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 곧 조직의 문화다. 이게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방침과 목표, 업무 관행, 상징물, 스토리텔링은 문화를 구현하는 수단이 된다. 때로는 작은 사건이 주목을 받고 평판을 형성해 문화를 강화하고 경영이념을 바꾸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다. 

일본의 다카지마야(高島屋) 백화점은 1831년 교토에서 포목점으로 창업해 지금은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2만 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유명백화점이다. 창립 160주년을 맞이한 1991년 그룹은 경영이념을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다(いつも、人から)’로 다시 정했다. 그 배경엔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의 이야기다. 1989년 3월 초순의 어느 날. 30대 중반의 남자가 도쿄 다카지마야 백화점의 지하식품부에 들어섰다. 한 살 때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다섯 살이 된 환자 이토 카호리(伊藤 かほり)의 담당의사는 마침내 보호자를 불렀다. “이제 뭐든지 좋아하는 것을 먹게 해주세요.” 아버지가 먹고 싶은 걸 묻자 딸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포도가 먹고 싶어요.” 하지만 계절은 겨울이었다. 죽음을 앞둔 아이의 마지막 소망을 이뤄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도쿄에 있는 과일가게를 전전한 끝에 다카지마야를 찾은 것이다. “혹시 포도가 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직원은 오동나무 상자에 포장된 거봉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상자에는 무려 3만엔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그런 거액이 없었던 아버지는 주저하다 직원에게 물었다. “몇 알이라도 살 수 있을까요?” 여직원은 얘기를 듣고 있었다. 포도 한송이 가격은 3만엔. 사정이 딱한 손님은 2000엔밖에 없다고 한다. 잠시 후 직원은 가위를 가져와 스무알 정도를 잘라서 포장지에 예쁘게 싸서 손님에게 팔았다. 떨리는 손으로 포도를 받아든 손님은 총총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소녀의 소망은 이루어졌다. “아빠, 맛있어요.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5월 4일자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의 ‘아빠의 歳児記’라는 제목의 칼럼에 이런 글이 실렸다.

“우리에게 신(神)만큼이나 큰 용기를 준 다카시마야 식품부 여직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내가 치료하던 어린 환자는 마지막 소원이었던 포도를 먹을 수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혈액암 말기로 더 이상 치료를 해도 회생의 여지는 없다. 아이의 마지막 소원을 아버지는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그걸 들어주었다.”

자칫 그냥 묻혀 버릴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버지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은 주치의 호소야 료타(細谷亮太)의 칼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소녀가 5년 6개월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을 때 독자들도 함께 울었다. 직원은 포도를 떼어 팔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어겼지만 손님을 차별하지는 않았다. 고객의 요구는 최대한 들어주라는 회사의 방침에는 충실했던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다카시마야는 일본 최고 명성의 백화점임이 입증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진정으로 고객을 배려한다는 걸 확인시킨 것이다.

오늘날 이 회사는 포도 한 송이의 서비스 정신을 영업 매뉴얼에 넣고 사원교육에 활용한다. 고객 존중의 정신을 아로새기기 위해서다. 회사의 사훈 ‘우리의 목표는 친절’이 단순한 구호만이 아니라는 걸 사례는 보여준다. 이 상징적인 일화만큼이나 다카시마야는 여전히 일본 최고의 백화점으로 인정받는다.

기업의 문화를 만드는 건 경영자의 몫이다. 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먼저, 비전과 목표가 분명하고 사내에 충분히 공유되고 이게 방침으로 확고히 인식될 때 직원들은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고 행동한다.

둘째,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양해야 한다. 현장의 요구가 경영진에 자유롭게 전달될 수 있어야 구성원들의 창발(創發)이 가능해진다. 상사와 부하, 부서 간의 원활한 소통은 조직을 유연하게 만드는 윤활유가 된다.

셋째, 기업에 맞는 독특한 의례와 의식을 개발해야 한다. 크건 작건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사내 행사는 회사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고,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한 영웅을 탄생시켜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가 된다.

당시 히다카히로시(日高啓) 사장은 “이 일화를 경영이념으로 일반화하는 걸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점원이 보여준 마음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포도 한송이 사건에는 경영이념을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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