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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보수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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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보수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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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22대 총선 87년 체제 이후 최초로 민주당의 3연승
20대 총선부터 보수층의 결집만으로 진보층 못이겨
지난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연합뉴스
지난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연합뉴스

22대 총선은 보수 지지층 대 진보 지지층 비율의 균형이 깨져서 보수정당에게는 선거판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uneven playing field)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지금까지는 보수 지지층이 진보 지지층보다 많아서 진보 측이 언제나 불리한 지형에서 고전한다고 주장해 왔고 보수 측에서는 보수결집만 하면 이긴다는 승리 공식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그 공식은 허상이었다. 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20대, 21대, 22대에 걸쳐 최초로 3연승, 즉 국민의힘이 최초로 3연패한 점에 있다.

22대 총선 결과는 민주당 계열 정당에 있어 최초라는 기록을 많이 세웠다. 첫 번째 대기록은 1987년 체제 이후 치러진 총 10회의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거둔 최초의 3연승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14대부터 16대까지 3연승한 바 있지만 민주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째는 87년 체제 이후 같은 정당 이름으로 3연승을 한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초기 3연승은 14대 민주자유당, 15대 신한국당, 16대 한나라당으로 3당 합당과 정권 승계 과정 등을 통한 개명 등으로 선거 때마다 이름이 바뀌었다. 이번에 민주당 계열 정당은 최초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을 12년 동안 한번도 안 바꾸고 3연승한 것이다. 당명이 안 바뀐다는 것은 당이 내홍을 겪거나 분열하지 않았고 지도부의 안정적 당 운영을 기반으로 열혈 지지층이 당원으로 가입해 계속 당을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3연승하는 동안 이 정당은 평균 172석을 기록했다. 20대 161석(123석에다 같은 계열인 국민의당 38석 포함), 21대 180석, 22대 175석을 합한 결과인 516석을 3으로 나눈 결과다. 이 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20대 122, 21대 103, 22대 108을 합한 333을 3으로 나눈 111석을 가져갔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출발을 3당 합당한 이후인 민자당으로 볼 때 14대부터 19대 총선까지 총 6회 선거 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획득한 의석수의 총합은 847석으로 평균 141석이고 같은 기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총합은 651석으로 평균 119석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앞선 6차례 평균 의석인 119석보다 최근 3연승 동안 무려 53석을 더 얻었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6차례 평균 141석보다 최근 3연패 동안 30석이나 줄어들었다. 22대 총선은 20대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던 친박 찐박 논쟁처럼 공천 파동도 없었고(외려 공천 잡음은 민주당이 더 심했다) 21대 총선처럼 ‘코로나19 + 탄핵 여진’ 같은 외생 변수도 없었으며 실질적으로는 최초로 집권 여당이 중간 선거에서 패한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16대 총선 때 집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133 대 115로 패하긴 했지만, 자민련(17석)과의 연정으로 출범한 정권이기에 총선 이후에도 의원 꿔주기 등으로 교섭단체를 만들어 줌으로써 연대를 통해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변화한 연령대별 인구 분포로 인해 국민의힘 측의 기대가 더 컸다. 달라진 인구 분포에 지난 총선의 투표율을 적용하면 6070 세대의 비중은 전체 유권자의 31.4%이지만, 전체 투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5%로 늘어나 4050 세대(37.0%)에 육박한다. 반면 2030 세대 투표자는 26.5%에 그쳐 2030의 인구 비중(31.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를 나타냈다.

선관위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방송 3사 출구조사를 기반으로 연령별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지역구 투표 정당을 묻는 질문에 20대 이하의 59.3%가 민주당, 35.4%가 국민의힘을 찍었다고 응답했고 30대는 52.8% 대 41.9%, 40대 62.5% 대 32.3%, 50대 55.8% 대 39.9%로 20대부터 50대까지 민주당 후보를 찍은 투표자가 월등히 많았다. 이에 반해 보수층이 기대를 걸었던 60대는 62.9%가 국민의힘 후보를, 34.1%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70대 이상은 72.7% 대 25.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편차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투표자가 훨씬 더 많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믿었던 20대는 2년 전의 대선 지선에서의 20대가 아니었다.

60대 이상의 유권자가 30대 이하 유권자를 추월했는데도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온 이유는 이미 진보 지지층의 부피와 두께가 19대 총선까지의 그것보다 더 탄탄해졌고 더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대 대선과 8회 지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며 윤석열 후보를 당선시키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 지방선거 후보들을 당선시켜 준 20대가 돌아선 것도 패인 중 하나다. 거대 양당 모두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부르짖으며 청년들을 대거 공천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지만 막상 공천 비율은 5.4%로 21대 총선의 6.1%보다 적었다. 22대 총선 당선인들의 평균연령은 56.3세로 21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 54.9세보다 많은 것은 물론 역대 최고령 국회였던 20대 총선 당선인의 평균인 55.5세보다 0.8세 늘어나 역대 최고령 국회로 기록되게 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2년 전의 대선 지선 연승을 보수층의 결집으로 인한 승리로 착각하고 ‘기울어진 지형’에 대한 경계에 실패했다. 지난 대선은 보수층만으로의 승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일부 정통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정을 말로만 부르짖고 전혀 공정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반감을 보이던 20대와 일부 30대의 연합전선이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대선후보로 긴급 수혈해 극히 불리한 유권자 지형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대선 직후 벌어진 지방선거는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직전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으로서는 전열을 정비할 시간도 흩어진 조직을 강화할 여력도 없는 필패의 선거였다.

2020년 11월 20일자 한국일보는 ‘4·15 총선, 60대 투표율 80% 찍고도 '보수 정당' 완패했다’ 제하의 기사에서 데이터를 통해 이미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60대 이상의 결집만으로는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더 이상 보수층이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으려면 40대를 돌려세울 전략이 필요하고 2030 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영국 보수당의 디즈레일리처럼 지지층의 저변을 확장해야 한다. 6070 만으로 이 정당의 미래는 없다.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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