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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0] 9900원 짜리 비행기 티켓에 담긴 수익 관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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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0] 9900원 짜리 비행기 티켓에 담긴 수익 관리의 비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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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같은 평균값이라도 쪼개 팔아 수입 극대화 RM의 원리
가격결정의 낡은 틀을 깨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평일 3만원, 주말 5만원” 관광지의 모텔과 민박집 앞 안내간판. 투숙객이 몰리는 성수기엔 이 간판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요금은 두 세배 오른다. 그러나 바가지요금은 옛날얘기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리는 시장의 수요함수를 이젠 소비자도 암묵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성수기에 공급자가 이익을 챙기는 만큼 비수기엔 소비자가 재미를 본다. 시장거래가 성립하는 원리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9900원짜리 제주도 편도항공권. 39.99달러짜리 라스베가스의 특급호텔. 조조와 심야에 할인된 1+1 상영관람권. 35만원짜리 2박3일 해외여행 패키지... 이런 가격파괴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알고 보면 상품을 파는 쪽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득이 되기 때문에 생산자는 촉진가격으로 기획상품을 만든다. 여기엔 소멸성을 지닌 서비스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행기나 영화관의 빈 좌석, 호텔의 빈 객실, 항공과 숙박을 함께 묶어 파는 여행상품 등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사라진다.

비용을 들인 상품이 제때 팔리지 못하면 가치가 소멸되는 재고상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수입관리(RMㆍRevenue Management)다. 남는 객실의 판매를 위해 1990년대 초 호텔업계에서 처음 도입된 이 기법은 IT 기반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오늘날엔 항공, 전기·통신, 의료, 컨설팅, 금융, 문화공연 등 서비스업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RM의 핵심은 시장의 수요와 예약상황에 맞춰 수시로 가격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엔 과거의 판매자료가 전제된다. 매년 반복적으로 특정한 계절과 요일, 시간대에 그 노선을 취항했던 항공편의 경우라면 과거 5년, 10년간 판매했던 통계를 이용해 이번 항공편의 빈 좌석 수를 추정할 수 있다. 어차피 남게 될 좌석을 낮은 가격으로라도 팔면 그만큼 수입이 되고, 일부 좌석은 막판에 제값을 주고라도 좌석을 사려는 여행객을 위해 남긴다. 예약만 하고 탑승하지 않는 노-쇼 승객의 비율만큼은 초과예약을 받는다. 어떤 가격으로 팔든 항공편당 수입을 극대화하는 판매기법이 RM이다. 항공사와 호텔의 남는 좌석과 객실을 미리 싼 값에 확보해 패키지상품을 만들어 파는 여행사의 수익모델도 서비스업계에 보편화된 RM 때문에 가능하다. 

ⓒ허희영 저자 '서비스경영'(넷북)
ⓒ허희영 저자 '서비스경영'(넷북)

같은 평균값이라도 쪼개 팔아 수입을 극대화하는 RM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림은 좌석의 판매량과 가격의 관계를 나타낸 함수다. 같은 비행기를 띄우더라도 가격의 달리하는 것만으로 수입은 늘어난다. 예를 들어, 한 가지 가격으로 항공편당 50만원짜리 100석을 팔아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판매방식을 바꿔보자. 여행사나 인터넷으로 미리 파는 20만원짜리 50석, 보통의 할인운임으로 파는 50만원짜리 50석, 그리고 가격보다 시간에 쫓기는 비즈니스 여행자에게 파는 80만원짜리 50석. 이렇게 세 가지 운임을 적용하면 이 항공편의 수입은 75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내에 나란히 앉은 승객이 모두 이 거래에 만족한다면 50석을 더 팔아 매출액 50%를 더 올린 RM이 성공한 셈이다.

수익관리는 고객의 욕구, 선호도, 지불능력 등을 판단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가격이 균형점을 찾아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따져보고 초과 공급량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RM을 이용한 탄력적 가격결정은 시간에 따라 수요가 집중되는 서비스업종에서 재고를 남기기 어려울수록 효과적이다. 철이 지난 상품, 유효기간이 다가온 대형매장의 재고상품 처리도 알고 보면 마케팅전략 RM이다. 가격결정의 낡은 틀을 깨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혁신의 대상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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