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3-29 20:10 (금)
[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5] 100-1 = 99 아닌 100-1 = 0
상태바
[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5] 100-1 = 99 아닌 100-1 = 0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3.2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99번 잘했더라도 한 가지가 불만이면 서비스 만족도는 빵점
불만이 회복되어 만족될 경우 고객의 유지율 82%로 증가
ⓒImage by Alexandra_Koch from Pixabay

선물은 정시에 도착해야 했다. 캐나다에 사는 미첼 쿠하치 씨에겐 아마존에서 발송한 물리학 참고서 ‘맥스웰방정식’을 받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책은 전기자기학을 공부하는 그의 조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소포가 도착한 건 2008년 12월 24일. 받은 책을 훑어보다가 첫 장에서 38쪽까지가 낙장이라는 것을 발견하곤 난감했다.

그는 즉시 아마존 웹사이트에 댓글을 올리고 그 책에 대해 별 하나 점수를 주었다. 저자인 플아시쉬(Daniel Fleish) 교수는 댓글을 확인하곤 새 책으로 교환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급송회사를 찾을 수는 없었다. 플라이쉬 교수는 다음 날 아침 6시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에서 오타와로 날아갈 다음 렌트한 차를 직접 몰고 미첼 쿠하치 씨의 집으로 가서 새 책으로 바꿔줬다. 댓글은 수정됐다.

“별 하나를 주었던 저의 평가는 이제 별 다섯 개로 변경됩니다. 많은 독자가 이 ‘행복한 결말’을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날 저자가 보여준 관심과 배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댓글을 읽었다. 아마존에서 이 책보다 더 많은 댓글과 평가를 받은 책은 없었다.

서비스의 실패와 회복에 대해 전설처럼 전해지는 얘기다. 고객의 불만이 잘 전달되고 이를 신속히 처리해 오히려 고객의 만족도가 높았던 사례다.

서비스 회복은 불만고객의 이탈과 부정적인 구전을 막고 본래의 관계를 되찾는 과정이다. 잘못된 것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소통함으로써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기회도 된다.

잘못된 서비스는 그 가치가 얼마나 회복될까? 여기엔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하나는 최고의 고객만족(CS)은 무결점 서비스라는 것이다. 시작부터 잘해야 한다. 한번의 실패로 전부를 잃을 수 있고, 아무리 회복이 잘 되어도 무결점의 서비스에서 얻는 만족감과 비교할 수는 없다.

접점마다 고객이 경험하는 100번의 ‘진실의 순간’에서 99번 만족하더라도 한 가지가 불만이면 결과는 99가 아니라 0이 된다는 것이다. 고객은 그 불만족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100-1=99가 아닌 ‘100-1=0의 법칙’이다.

만족한 서비스는 정당한 대가이지만 불만족한 서비스는 약속위반으로 지각되기 때문에 부정적 반응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서비스 회복은 실패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일 뿐 고객에게 깊은 신뢰감을 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비스 회복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실패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회복되면, 불만고객의 충성심은 오히려 더 강화된다. 실패의 회복과정에서 고객은 문제를 이해하게 되고, 기업에 대해 더 호감을 느낀다는 의미에서 ‘실패의 역설’이다.

이 역설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모든 고객은 무결점의 서비스를 더 선호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며, 고객 유지와 좋은 평판의 형성에 최선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실패한 서비스는 반드시 회복해야 하고,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에 또 다른 실패에 더해져 고객관계는 금이 간다. 고객의 불만이 만족스럽게 해결될 경우, 고객의 충성도는 더 향상될 수 있다.

ⓒ허희영 저서 '서비스경영'(북넷)
ⓒ허희영 저서 '서비스경영'(북넷)

미국의 고객컨설팅그룹 CCMC의 보고서(2007)에 따르면, 회복된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불만인 상태의 고객보다 15배나 더 그 기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가능성이 있으며, 불만을 느낀 고객의 재구매 확률은 9%이지만 불만을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도 재구매율은 19%로 상승했다.

불만이 회복되어 만족으로 이어질 경우, 고객의 유지율은 82%로 증가했다. 불평하는 고객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오히려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더 우호적으로 만드는 기회도 된다. 회복에 드는 비용보다 미래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의 실패엔 패러독스가 있다. 늘 이걸 생각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