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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4]투기는 나쁘고 투자는 좋다고? 리스크 없는 이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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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4]투기는 나쁘고 투자는 좋다고? 리스크 없는 이윤은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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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아파트는 투기이고 주식투자로 수십 배 버는 건 투자인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이면 위험부담 없는 초과이윤 없다
ⓒImage by Peggy und Marco Lachmann-Anke from Pixabay
ⓒImage by Peggy und Marco Lachmann-Anke from Pixabay

후유증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영끌’과 ‘빚투’로 폭등하던 아파트와 가상화폐에 거품의 조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익률의 변동성을 뜻하는 투자의 위험(risk)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널뛰기하는 가상화폐 쪽이 더 커 보이지만 위험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수익성만을 낙관한 투자라는 점에선 똑같다. 덕분에 가계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를 몇 채씩 사고파는 건 투기이고, 주식에 투자하고 비트코인으로 세금 없이 수십 배를 버는 건 투자일까. 자기 돈 안 들이고 부채를 조달해 공장을 짓는 건 투자이고, 남는 돈으로 땅을 사두는 행위는 투기일까.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아리송한 이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투기는 나쁜 것이고 투자는 좋은 것이라는 구분은 관념적인 문제일 뿐이다. 위험을 많이 부담하고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가 곧 투기다. 확률적으로 10% 수익률을 기대하는 주식투자와 확정된 수익률 1%를 보장받는 은행예금이 동등한 투자대상인 이유는 수익률 차이 9%가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더해졌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걸 투기라고 하지 않는 이유다. High Risk, High Return. 투기는 투자의 다른 용어일 뿐이다.

레버리지는 경영에서 위험의 또 다른 표현이다. ‘지렛대’를 뜻하는 레버리지에는 한쪽의 작은 변화가 반대쪽에서 확대되는 경영원리가 담겨있다. 매장과 직원을 더 늘이면 매출의 증감과 관계없이 고정비가 그만큼 증가하고, 필요한 자금을 부채를 조달해 쓰면 영업이익의 증감과 관계없이 정해진 이자를 내야 한다. 그래서 고정비와 이자가 지렛대로 작용해 손익을 확대한다.

전망이 밝을 때 경영자는 투자를 늘인다. 고정비를 부담하고도 남을 만큼 매출이 증가할 걸로 믿기 때문이다. 자금이 필요할 때 빚을 내는 것도 이자를 부담하고도 남을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날 걸로 판단한 결과다.

자기 돈으로 적게 들이고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대출금으로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고 비트코인을 사는 것 역시 미래를 낙관하기 때문이지만 이 경우에도 위험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의 가격은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잘 나갈 땐 적은 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만 반대의 경우엔 손해를 본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매출이 10%만 줄어도 기업에 비상이 걸리는 건 그게 영업이익을 20%, 30%씩 줄이고 결산에선 흑자를 적자로 바꾸기 때문이다.

ⓒ허희영의 서비스경영(북넷)
ⓒ허희영 서비스경영(북넷)

자기 돈으로만 할 수 없는 게 사업이다. 필요할 때마다 자본금을 마련하는 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비용이 적게 들고 지급이자가 비과세되는 부채를 적당히 쓰는 쪽이 유리하다.

문제는 시장을 낙관해 무리하게 부채를 쓰는 경우다. 신사업이나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 다각화를 위한 M&A에 대한 의사결정은 그래서 투자위험을 얼마나 부담하느냐에 대한 판단이고 경영자의 역량이 발휘되는 영역이다.

투자의 성패는 수익성과 위험의 균형으로 결정된다. 수익률만 생각하고 위험과 시장의 효율성을 만만히 볼 때 투자는 실패한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남보다 나은 정보나 지식조차도 때로는 의미가 없다. 투자할 대상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내재가치를 규명하려는 전문가들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자도 전문가만큼 돈을 버는 효율적 시장의 역설이 성립된다.

투자환경을 만드는 건 정책의 몫이지만 그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영끌’로 아파트와 가상화폐에 ‘빚투’한 건 투자를 낙관한 극단의 레버리지 선택이다. 투자의 영역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확률만이 존재한다. 이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수익성만으로 판단했다면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셈이다.

이제 2년째인 코로나19의 환경. 위기에 빠진 업종과 뜨는 업종 간의 명암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레버리지를 취할 것인가. 투자전략은 미래를 얼마나 제대로 읽고 위험과 수익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위험을 부담하는 레버리지를 크게 할 것인가 작게 할 것인가. 거기에도 답은 없다. 미래를 보고 판단하는 경영자의 영역이다.

분명한 건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이라면 위험부담 없는 초과이윤이란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시장참여자들은 곧바로 균형점을 찾아 그걸 없앤다.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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