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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8] 보너스를 불규칙하게 줘야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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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8] 보너스를 불규칙하게 줘야하는 진짜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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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과학적 관리법과 인간관계론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
책임감과 인정, 배려와 성장의 기회, 개인적 인간관계 있어야
ⓒImage by vivs4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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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곧 사람이다. 뻔한 얘기지만 흘려듣기 쉬운 말이다. 사람의 일(人事)을 관리(管理)하는 인사관리는 개인의 역량이 강조되는 현장일수록 그 의미 이상이다. 유능한 자원을 확보하고 교육훈련으로 잠재력을 개발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해 만족스럽게 보상하고 퇴직 때까지 유지하는 일이 모두 포함된다. 인적자원관리(HRM)로 부르는 이유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경영학이 태동한 것도 사람의 문제였다. 학자가 아닌 미국 철강회사의 감독자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일러(F. W. Taylor). 그는 당시 산업계의 잦은 태업과 낮은 생산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근로자들이 일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표준이 되는 과업의 내용을 미리 정하고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과학적 관리(Scientific Management)는 새로운 시도였다. 주먹구구식의 관리방식을 탈피한 시간연구와 동작연구, 과업관리의 원리를 담아 1911년 책으로 펴내면서 새로운 경영방식 ‘테일러 시스템’이 등장했다. 현장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고 성과만큼 보상받는 합리적인 경영에 노동계도 반겼다.

그런데 받는 돈만큼 생산성 향상은 지속되고 직무의 만족도는 늘어나는 급여에 비례했을까. 경제적 보상이 많아지면 효용이야 증가하지만 똑같은 비율로 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드러났다. 벨트컨베이어에 매달려 기계처럼 일하면서 생겨난 인간성 상실의 문제였다. 인간이 돈만을 위해 기계처럼 일만 할 수는 없는 일. 경영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무얼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의 메이요(Elton Mayo)와 뢰슬리스버거((F. J. Roethlisberger) 교수팀은 흥미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시카고 근교 웨스턴전기회사 호손(Hawthorne)공장의 종업원들이 실험의 대상이었다. 1924년부터 1932년까지 그들은 과학적 방식대로 물질적 보상을 바꾸면 정말로 생산성이 오르는지 분석했다.

조명으로 작업조건을 바꿔보는 실험, 감독자 배치로 인한 작업량의 변화, 근로자와의 개별 인터뷰, 그리고 회사 내의 소그룹 활동 등 8년간 네 차례에 걸친 실험의 결과는 테일러 방식의 긍정적 효과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좋은 근무환경과 경제적 보상만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는 걸 호손실험이 밝혀낸 것이다. 작업장 내의 암묵적인 질서와 유대감, 직무수행에 대한 주위의 관심, 인간적 관계 등의 감성적 요소도 생산성을 결정하고 있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게을러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성악설(性惡說) 관점이 과학적 관리법의 바탕이었다면, 인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의 성취감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성선설(性善說) 관점의 인간관계론이 등장한 것이다.

이후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일반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행동과학, 사람의 마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동기부여와 리더십에 대한 이론이 수없이 이어졌다.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론도 나타났다. 직무에 만족감을 주는 동기요인과 불만족을 유발하는 위생요인이 별개의 차원이라는 심리학자 허즈버그(F. Herzberg)의 ‘2-요인이론’이다. 작업환경, 규정과 규율, 공정한 인사제도 등의 위생요인은 충족되면 불만이 없지만 그렇다고 만족도가 오르진 않는다.

반면, 책임감과 성취감, 상사와 동료의 인정, 성장성과 책임감 등은 동기요인이다. 충족될수록 더 만족한다. 직원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직무성과를 높이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배경이다. 과학적 관리법과 인간관계론은 오늘날에도 모두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접근법이다.

경영자는 월급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을 모두 기대할 수 없다. 책임감과 인정, 배려와 성장의 기회, 개인적 인간관계가 있어야 직원의 마음이 움직인다. 보너스도 미리 정해지면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기대한 만큼을 받지 못하면 불만이 되기 때문이다. 잘해보자고 애써 마련하는 회식도 날짜를 정해 반복하면 위생요인으로 바뀐다.

어려움을 배려하고 노력을 인정해주는 상사의 따뜻한 한 마디가 효과적인 건 인간의 마음이 이성 못지않게 감성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주는 위로금도 불규칙해야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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