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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1]주자 없을 때마다 안타쳐서 타율 높다고 최고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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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1]주자 없을 때마다 안타쳐서 타율 높다고 최고 타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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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지향점이 어딘지 모르고 달려갈 때 빠지기 쉬운 ‘효율성의 함정’ 경계해야
생산성 향상에 앞서 목적 달성 위해 효과 있는 일인지 유효성부터 따져야
ⓒImage by Keith Johnston from Pixabay
ⓒImage by Keith Johnston from Pixabay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공군은 정기적으로 사모아섬에 착륙했다. 그때마다 조종사들은 콜라, 담배, 초콜릿 같은 선물들을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전쟁이 끝나자 비행기는 오지 않았다. 실망한 원주민들이 화물을 실은 비행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무속으로 바뀌었다. 나무로 비행기를 만들고 대나무로 만든 헤드폰을 쓰고 통신하는 모습을 모방하며 기도를 올렸다. 물론 노력은 모두 수포가 되었고 화물을 실은 비행기는 오지 않았다. 미신숭배를 뜻하는 이 카고컬트(cargo cult)는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파인만(.Richard P. Feynman)이 과학적 방법의 잘못된 환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 CEO나 관리자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말이지만 여기에도 환상과 오류가 있다. 일이 많은 현장일수록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으로 표준이 되는 업무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달성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선 일을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을 뜻하는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이란 생산성과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생산성이 높다고 모두 좋은 게 아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효과가 있어야 한다. 목표달성의 정도를 뜻하는 유효성(有效性, effectiveness)의 개념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야구선수는 타격의 효율성이 높지만 주루에 선수가 없을 땐 안타가 득점으로 연결되기 힘들다. 경기에선 득점할 기회에 유효타를 날리는 게 더 중요하다. 이승엽 선수가 대선수인 건 높은 타율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한방으로 승부를 가르는 결승타를 때려주기 때문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결과와 팀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을 때 최선을 다한 구성원의 노력은 낭비가 된다. 지향점이 어딘지 모르고 달려갈 때 빠지기 쉬운 ‘효율성의 함정(efficiency trap)’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들은 왜 엉뚱한 투자로 번번이 헛다리를 짚는 걸까? 빌 게이츠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얘기할 만큼 경영계에 큰 족적을 남긴 학자 피터 드럭커(Peter F. Drucker)의 경영철학을 담은 저서 <다섯 가지 질문(Five Most Important Questions, 2017)>은 그 답을 잘 요약했다. 

“우린 지금 무얼 하려고 열심인가?” “우리가 만족시켜야 할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다고 느끼는가?” “노력해서 달성하려는 결과란 어떠한 것인가?”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가?”

이 책에선 <포춘>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부터 스타트업에 성공한 경영자들까지 모두 이 질문에서 통찰력을 얻고 실천으로 증명했음을 밝히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단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해답의 요지다.

고객만족(CS)을 위한 모든 노력은 고객의 ‘니즈(needs: 필요한 것)’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케팅관리자는 시장의 소비자가 갈증을 느끼는지 배가 고픈지 그들이 요구하기 전에 결핍된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걸 먼저 확인하고 목마른 사람이 생수를 원하는지 콜라를 원하는지, 배고픈 사람이 햄버거를 원하는지 설렁탕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하는 쪽이 경쟁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시장의 니즈와 자신의 역량을 판단해 표적을 정하고 효과적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을 찾는 원리다.

멀리 보내는 장타보단 오비를 내지 않게 정교한 티샷을 날리는 게 골프에선 유리하고, 먼 길을 나설 땐 자동차의 연비를 따지기보다 가려는 방향이 옳은지를 살피는 게 먼저다. 생산성 향상이나 효율성 극대화에 앞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가 있는 일인지 유효성부터 생각하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것도 없다.” 드럭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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