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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32]리더는 인기가 아니라 조직을 생존ㆍ발전시키는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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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32]리더는 인기가 아니라 조직을 생존ㆍ발전시키는게 최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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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직원 움직이는 3개 동기부여는 방향성·지속성에다
개인마다 열정갖고 일에 집중하는 행위의 강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 “우리 회사는 소유분산이 잘된 국민의 기업입니다. 주인도 역시 종업원입니다.” 기술자로 입사해 1987년 CEO가 된 김선홍 기아자동차 회장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이다. 이른바 ‘봉고 신화’를 일궈 ‘한국의 아이아코카’란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회장보다 대표사원을 자처했다. 그만큼 노조와의 관계는 돈독했고 전문경영인으로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봄부터 경영부실이 심각했던 회사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그해 10월 법정관리로 넘어갔고, 퇴진한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 지급 보증과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한때 재계 서열 8위까지 올랐던 기업그룹은 이듬해 IMF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잘 나가던 기업과 존경받던 기업인의 몰락이었다.

#. "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장은 효과가 없어도 결국엔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이 가치를 인정받겠지요." 창업주의 장남으로 입사해 현장 실무를 두루 거쳐 18년 만에 대한항공의 CEO에 올랐던 고 조양호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운송업 한 우물을 팠고, 1997년 괌사고 이후 단 한 명의 인명사고 없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만들었다. 업무를 챙길 때는 원칙과 규정을 따져 쓴소리가 유난히 많았다. 인기에 무심했던 그는 장녀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2019년 주총에서 경영권까지 빼앗겼다. 지금 코로나19 위기에서 대한항공이 저력이 빛나는 배경엔 축적된 경영역량과 견고한 기업문화를 구축한 리더십이 작동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기업의 리더는 평평한 길이 아니다. 기쁨의 언덕과 고통의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인생을 살아가는 직업이다. 리더십은 흔히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절벽 위에 서는 것’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 ‘좁고 곧은 길을 걷는 것’으로 비유된다. 리더십은 조직의 목적을 위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끄는 능력이고 기술이다. 비즈니스가 내부에서 직면하는 위기의 대부분은 잘못된 리더십이 원인이고, 탁월한 성과도 성공적인 리더가 만든다. 개인마다 잠재된 역량을 일깨워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모티브를 부여하는 일. 동기부여이론의 발전에는 심리학자들의 역할이 컸다. 현장의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도 다양한 리더십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수많은 요소가 살아 숨 쉬는 정글과 같은 조직에서 보편적인 리더십을 찾기란 쉽지 않다.

리더십에 관한 연구들이 자질이론과 행태이론으로 나누어져 성공하는 리더들의 공통된 요인을 밝히는 이론에 머무르는 동안 1960년대 들어 새로운 조직이론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산업과 조직 분야의 선도적 심리학자였던 프레드 피들러(Fred Fiedler)는 상황에 초점을 둔 상황이론(contingency theory)을 개발했다. 리더와 부하의 행동 특성, 과업과 집단구조에 따라 리더가 처하는 상황을 구분하고, 일과 사람 가운데 어느 쪽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인지를 제시했다. 리더가 유리하거나 매우 불리한 상황에선 일 중심의 리더십이 유리하고, 중간 정도의 상황이라면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 유리하다는 게 이론의 골자다. 조직관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 주장이 관심을 끌면서 유사한 연구들이 이어졌다. 틀에 박힌 리더십보다는 유연한 리더십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공통된 결론이다.

의견수렴이 필요한 열린 조직일수록 민주적 리더십이 효과적이지만 전투적 상황에서는 권위적인 카리스마의 리더십이 유리하다. 환경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선 변혁적 리더십,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연구조직에선 참여형의 리더십이 바람직하고, 문화예술의 영역이라면 자유방임적 또는 서번트 리더십이 창작력을 키운다. 부단히 변하는 환경에서 조직의 책임자마다 통솔의 범위 내에서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일이 경영자의 역량이다. 권위적인 리더라도 규율과 원칙의 한쪽에선 감성이 발휘되어야 하고, 민주형‧참여형‧자유방임형 리더에게도 조직의 위계와 질서는 중요하다.

다양한 조직의 특성만큼이나 해법 찾기 어려운 리더십. 그러나 부하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부여에는 세 가지 요소가 분명해야 한다. 달성해야 하는 목적을 구성원에게 명료하게 제시해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리는 방향성(direction),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정진하도록 믿음을 주는 지속성(persistence), 그리고 개인마다 열정을 갖고 일에 집중하는 행위의 강도(intensity)가 그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공유해 리더를 믿고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게 최고의 리더십이다. 기업의 리더에겐 인기가 아니라 조직을 생존‧발전시키는 게 최고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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