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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8] 설득의 규칙...'식초보다는 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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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8] 설득의 규칙...'식초보다는 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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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호의 베풀 때는 받는 쪽이 호의인 줄 알게 하는게 중요
이를 거래로 만드는 상호작용은 주고받음의 당연한 결과
ⓒImage by PollyDot from Pixabay
ⓒImage by PollyDot from Pixabay

#. 남에게 받은 선물이나 도움의 효과는 얼마나 계속될까? 빵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상하거나 없어질까. 아니면 와인처럼 향기가 더 그윽해져 가치가 높아질까? 이 궁금증에 대해 교대근무가 많은 고객서비스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동료에게 도움을 줬던 경우를 적어보라고 했고, 다른 쪽엔 도움을 받았던 경우를 적으라고 했다. 주고받은 호의의 가치가 얼마쯤 되는지 언제쯤 일인지도 물었다.

결과가 흥미롭다. 도움받은 쪽은 그 직후에 가치를 크게 느꼈지만 도움 준 쪽은 반대였다. 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다시 반대로 된다. 호의를 베푼 쪽은 직후에 그 가치를 작게 느꼈지만 오래될수록 더 크게 느꼈고, 받은 쪽에선 정반대로 인식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왜곡되는 현상. 모든 경험이 자신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인식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정해진 보편적 방법이란 없다. 이래저래 마땅치 않다면, 한 가지 규칙만 기억하자. ‘식초보다는 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호의를 베풀 때는 받는 쪽이 그걸 호의인 줄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 야구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종종 배트에 무거운 고리를 끼우고 몸을 푼다. 스윙을 몇 번 하고 나면 고리를 뺐을 때 배트가 가볍게 느껴진다. 이 몸풀기 동작의 원리가 ‘대조효과’다. 대상을 식별하고 인식하는 것은 진공 상태가 아니다. 여기엔 다른 대상과의 비교가 작용한다. 대비되는 자극에 노출되면 지각과 행동이 평소보다 강화 또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영업에도 같은 대조의 원리가 작용한다. 잠깐이라도 다른 제품부터 먼저 언급하고 팔려는 쪽의 장점을 길게 설명하는 게 낫다. 고객의 요구대로 내용을 바꿀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요구사항과 비교할 대안을 찾는 방법도 있다. 리모델링 회사는 뒷마당에 욕조를 설치하면 집에 방이 하나 생기는 효과를 강조해 욕조의 매출을 몇 배나 끌어 올렸다. 잠재고객들에게 방 하나를 증축할 때 드는 비용을 생각해보라고 권한 결과다. 똑똑한 설득에는 비교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예스! 정말 단순하고 듣기에 좋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선 듣기 쉬운 말이 아니다. 심지어 동료나 가족에게서도 이 말을 듣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달하려는 내용을 바꾸지 않고도 조금만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을 쓴다면 긍정적 반응을 받아낼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사는 설득은 타고난 기술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단 행동의 원칙 몇 가지를 학습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와 심리학자들은 저서 ‘Yes!(2007)’에서 설득의 기술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베푸는 호의를 상대방이 호의로 인식하게 하고 이를 거래로 만드는 상호작용은 주고받음의 당연한 결과다. 이게 ‘상호성의 원칙’이다.

몇 해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탑승객들이 쌓는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정하자 소비자단체들이 발끈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단골 승객에 베푸는 특전으로 미국 항공업계가 개발해 지금은 모든 서비스에서 보편화된 마일리지제도. 세계적으로 잘 정착된 이 제도가 승객의 불만을 샀던 이유는 뭘까.

처음 제도를 도입하면서 고객과의 약속을 쉽게 생각한 게 문제였다. 이용객이 늘어나 두 회사의 마일리지부채가 2조원, 5000억원씩 넘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서둘러 약관을 바꿔 10년으로 유효기간을 정한 것이다. 마일리지의 원조인 아메리칸항공은 18개월에 불과하고, 외국 항공사들 대부분은 길어봐야 3년을 넘지 않는다.

약속하는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렸어야 했다. 약관을 바꿀 때도 외국과 대비되는 긴 유효기간으로 설득했다면 시민단체에 소송까지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고객을 위한 인센티브, 베풀었던 호의가 오히려 불만으로 돌아온 경우다.

상호성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협력관계를 형성·유지하는 신뢰의 원천이다. 진정으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을 돕거나 양보하는 것이 자신에겐 지혜로는 행동이라는 걸 안다. 소비자와 우호적 관계를 만들고 고객을 설득해야만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 베푸는 혜택을 고객이 알도록 해야 호의가 호의를 부른다. 반대쪽의 소비자 편익과 대비되는 설명이 더해지면 효과는 더 커진다. 구경하러 잠깐 들른 손님에게 건네는 샘플, 무료시식을 경험하고 나면 구매의 가능성은 커진다. 여기엔 호의에 보답하고자 하는 의무감에 호소하는 상호성의 원리가 담겨 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는 건 이 원리를 간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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