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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5] 일본 경영의 신이 선택한 극단적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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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5] 일본 경영의 신이 선택한 극단적 방법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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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구성원에게 동기 부여해 목표 이루는 리더십
인과관계 분명한 경영의 핵심은 고독한 의사결정
ⓒImage by Pete Linforth from Pixabay
ⓒImage by Pete Linforth from Pixabay

‘경영’이란 무엇인가?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결정하는 것은 경영이다. 경영을 잘되면 장수하지만, 기업이 경영을 잘못 만나면 언제든지 망한다. 자연인처럼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법인(法人). 날마다 수없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기업은 성장이 멈추고 수명을 다하면 생을 마감하는 생물이다. 크건 작건 사업장을 운영하려면 경영이 필요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기업인이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기업인이 많지만, 일본에서는 3명의 기업인을 ‘경영의 신(神)’으로 부른다.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 그리고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그들이다. 27세에 자본금 300만엔으로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운 이나모리 가즈오는 2010년 일본항공(JAL)이 파산했을 당시 구원투수로 활약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의 저서 ‘회계와 경영:실학(원제:会計と経営: 実学, 2000)>에는 포장마차 얘기가 담겨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그는 회사 간부들에게 가끔 “심야에 포장마차를 해 보라”고 권했다. 경영자를 키우기에는 조금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며 우동을 팔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실습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간부들에게 5만엔씩의 자본금을 주고 “포장마차 세트를 빌려줄 테니까 한 달 동안 매일 밤 교토의 어디서든 우동을 팔아라. 초기 자본금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만들어 오는지가 실적이다” 하고 훈련을 내보낸다.

그러면 이 사람이 먼저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재료 구매다. 면을 살 때 우동면을 만드는 공장에까지 가서 사는 방법이 있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생면을 사는 방법도 있다. 딱딱하게 말린 면을 산 후 삶아서 파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음은 국물이다. 맛있는 우동을 만들려면 국물이 가장 중요하다. 비싼 가다랑어포를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가다랑어포를 만드는 곳에서 찌꺼기를 얻어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원가를 적게 들이고 얼마나 맛있게 만들지에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어묵, 튀김, 양념 등을 슈퍼에서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공장이나 농가에서 직접 떼어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재료를 구매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판매가격이다. 한 그릇에 300엔 하는 우동도 있고 500엔 하는 우동도 있다. 싸면 얼마든지 팔리겠지만 이익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잘 팔리는 가격을 정해야 한다.

포장마차의 선택지도 중요하다. 하룻밤 매출의 차이는 얼마 안 되겠지만, 연매출로 계산하면 그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포장마차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커다란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킨 사람도 있고, 10년 이상 포장마차를 하고 있지만 재산도 모으지 못한 사람도 있다. 좋은 장사, 나쁜 장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지 그렇지 못할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매출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가격결정을 할 수 있으면 이제 남은 것은 원가절감을 철저하게 실행해 나가면 된다. 기업의 회계는 ‘매출을 최대로 경비는 최소’라는 경영의 핵심을 경영자가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거기에 성과를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투자와 입지선정, 구매와 품질관리, 고객만족, 마케팅과 관리회계, 전략은 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포장마차에서 배우라고 회사의 간부들에게 건네는 그룹 회장의 메시지에는 경영의 작동원리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식당과 영세사업장에서부터 대기업, 심지어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경영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에도 창업에 대한 열기는 여전하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도전들이다. 정부가 밝힌 창업자의 연령층은 최연소 16세에서 최고령 86세까지 다양하다. 특히 청년 창업의 비율이 늘어나 20~39세 청년 창업자는 67.6%로 지난해보다 증가했고, 고용시장의 불안정으로 은퇴자와 초보 창업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달부터 본선이 시작되는 국내 최대의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1'에 7천 팀이 넘게 참여해 2016년 대회 이후 신청자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아이템,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가 나겠지만 결과가 좋다고 해서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이디어와 기술, 콘텐츠를 돈으로 만드는 건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경영’은 매력적이지만 실제는 간단치 않다. 수많은 이론과 기법, 경험의 법칙이 있어도 다양한 현실에서 변함없이 적용할 패러다임이 없는 게 경영의 세계다. 환경의 불확실성, 사업의 규모와 업무의 복잡성이 더해질수록 경영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경영에 대한 정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미국경영학회(AOM)는 “기업의 자원을 계획, 조직, 지휘 그리고 통제를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으로 경영의 개념을 적당히 정의한다. 경영자를 부르는 호칭이 사장, 대표, 회장 등 다양한 것처럼 지위와 역할에도 차이가 크다. 주식회사라면 이사회를 대표하는 CEO가 경영을 책임지는 콘트롤타워다.

경영자에겐 무슨 일이 가장 중요할까? 사람을 다루는 인적자원관리, 자금의 조달과 운용, 성과를 측정‧기록하는 재무와 회계,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관리, 그리고 고객 만족을 위한 마케팅, 경쟁 전략,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의 조정이 모두 경영자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목표를 이루는 리더십도 그의 몫이다. 행운보다는 인과관계가 분명한 경영의 핵심에는 혼자만의 고독한 의사결정이 있다. 이 의사결정이 곧 경영이고, 이게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 창업의 성공률이 낮은 것처럼 성공한 기업의 뒤에는 의사결정의 실패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기업이 있다.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풍부한 경영역량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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