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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7] 겸손함이 담긴 작은 광고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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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7] 겸손함이 담긴 작은 광고가 아름다운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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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영업의 설득은 고객이 얻을 혜택과 편익을 일깨우는 작업
이성과 감성을 상대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 신뢰를 얻어야
ⓒImage from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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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은 과장이나 속임수가 아니다. 고객이 얻을 혜택과 편익을 일깨우는 겸손한 작업이다. 소비자 대중을 상대로 욕구를 자극해 마음을 얻는 판촉이 바로 광고다.

광고는 구매행위에 이르는 심리적 변화에 대한 면밀한 파악에서 시작된다. 소비자의 주의(Attention)를 끌고 관심(Interest)을 일으켜서 욕구(Desire)를 자극해 기억(Memory)으로 남겨 행동(Action)으로 유인하는 이론적 기반이 AIDMA 모델이다. 오늘날의 영업환경에선 구매 전에 인터넷 검색(Search)이 추가되고 소비자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공유(Share)되면서 소비자의 구매과정은 ‘주의(A)→관심(I)→검색(S)→행동(A)→공유(S)’의 순환으로 설명하는 AISAS 모델로 바뀌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영업과 광고. 이걸 더 확대해서 보면 소비자를 설득해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를 연구하는 수사학의 영역이다. 전달하려는 의사를 말과 글로 아름답게 꾸미는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은 문장을 장식하는 일이다. 정확한 전달과 설득을 위해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다는 점에선 광고의 카피와 기능이 일치한다.

오늘날 광고로 고객을 설득하는 데엔 정보와 커머셜을 결합한 ‘인포머셜(informercial)’의 역할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케이블TV가 도입(1995)되면서 채널의 광고 시간대를 사서 10 ·20 ·30분 단위로 상품의 기능과 품질을 설명하고 구매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이 방식이 성공하고 있다. 대부분 15초 이내인 기존의 TV 광고보다 내용이 풍부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나 홈쇼핑, 인포머셜에서 사용하는 번지레한 광고문구나 열광적인 방청객, 유명인 출연 등의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겐 종종 파격적인 카피가 효과적일 수 있다. 인포머셜의 카피를 엉뚱하게 바꿔 상품구매를 폭발적으로 늘이는 경우다. 상품의 주문이 쉽지 않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게 그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상담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주문해 주세요” 대신 “상담원이 지금 굉장히 바쁘네요. 다시 전화해 주세요”로 바꾸는 건 무모해 보이지만 긍정적 효과가 있다. 고객들이 번호를 반복해 눌러야 하는 시간의 낭비를 배려한다는 뜻이지만 따분한 직원들이 손톱을 다듬거나 잡담하면서 침묵의 전화가 울리기를 기다리는 장면과 전화를 번갈아 정신없이 받는 모습을 대비시킨다. “전화가 폭주하는 걸 보면, 다들 생각이 나랑 같은 모양이야.” 당연한 추론이 뒤따른다.

마케팅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 교수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2001)’에서 상대의 마음을 얻는 기술로 소개한 이 사례는 고객을 움직이는 데 사회적 증거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팔리는 맥도널드의 광고처럼 소비자의 반응을 증명할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만족한 고객이 올리는 후기, 입소문처럼 다수의 행동을 따르려는 인간의 성향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적 증거를 확보하는 효과적 수단이 된다.

아무리 적극적인 영업과 광고라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고객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수사학의 원조인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법에는 영업에 필요한 설득의 3요소가 담겨 있다. 논리적인 고객을 설득하려면 데이터나 과학적 검증, 권위 있는 학자의 주장, 언론보도 등을 활용해 이성(logos)으로 접근해야 하고, 감성적인 고객에겐 상품의 경험과 스토리텔링, 공감으로 직관에 호감을 불어넣는 감성(pathos)이 더 효과적이다.

영업 현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판매자의 성격, 정직성과 전문성이 주는 신뢰감(ethos)이다. 상품에는 호감이 가지만 판매직원의 과장된 말투,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를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을 상대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 신뢰를 얻는 설득의 기술이 먹혀들면 어떤 경우라도 영업은 성공한다.

같은 골목에서 별반 차이 없는 메뉴로 장사하는 음식점 중에는 유독 손님이 몰리는 집이 있다. 불황에도 성업 중인 이곳엔 무언가 남다른 게 있다. 손님들이 만드는 어울림의 분위기, 후덕한 사장과 상냥한 직원들, 높은 가성비가 전달하는 만족의 요인들이 입소문, SNS로 전해지면서 주의를 끌고 관심이 더해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 검색되고, 다녀간 손님의 후기가 올려진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증거로 공짜 광고가 선순환되는 AISAS 모델이 작동하는 것이다.

클릭 하나가 평판을 만들고 잠재된 고객들이 이를 확인하는 시대. 건물을 뒤덮은 대형 간판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까. 겸손함이 담긴 작은 광고가 아름답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에도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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