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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6]뉴노멀시대 '하이테크-하이터치 서비스'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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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26]뉴노멀시대 '하이테크-하이터치 서비스'의 환상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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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주고받음의 거래에서 가격보다 가치가 높으면 성공
모든 고객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불가능...포지셔닝 븐명해야
ⓒImage from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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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대형매장과 패스트푸드, 주유소, 편의점처럼 표준화된 방식에서 고도로 개인화된 고부가가치 업종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영역은 코로나의 위기에서도 계속 확장 중이다. 분명한 건 서비스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혁신에 소홀하면 지금 잘 나가는 대기업이라도 언제든지 위협에 노출된다. 작은 물고기들이 힘을 합쳐 자신을 잡아먹는 큰 물고기 한 마리를 공격하는 현상이 늘 목격되기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 시장의 성장배경에는 다양하고 까다로운 고객의 취향이 있다. 최저의 가격으로 최소한의 가치만을 원하는 고객에겐 인간적 접촉, 다양성, 고귀함, 개별성, 창의성, 놀라움이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반대편의 고객에겐 그러한 가치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래서 서비스 가치의 창출 방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정보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 접점의 인력을 줄여 원가절감을 모색한다. 은행, 항공사와 증권사, 보험사, 통신회사, 온라인 서비스기업들이 점차 고객과 거리를 두고 언택트로 전환할수록 소규모 사업장은 개별화된 서비스로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는 게 유리해진다. 단순히 표준화가 쉽지 않은 인간적 요소, 값비싼 부가서비스를 찾는 고객의 욕구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규모의 경제. 가격을 낮춘다고 모든 고객이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라고 해서 불리하지도 않다. 서비스의 구매가격 대비 가치, 이 ‘가성비’라는 문제에서 고객의 태도에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서비스에만 지출하려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풍부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 패키지에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고객도 있다. 간단하고 저렴한 서비스와 넉넉하고 비싼 서비스를 놓고 고객의 취향이 갈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술적 가치와 감성적 가치, 효율성과 감성, ‘테크’와 ‘터치’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해진다.

높은 가성비는 디지털 기술과 자동화에 집중하는 ‘하이테크’로만 달성되는 건 아니다. 다양한 패키지나 비즈니스 모델을 원하는 고객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화로 전통적인 ‘저(低)테크와 저(低)터치’ 서비스가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셀프서비스가 대세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이제 남아 있는 일이란 고객의 주문을 받아 버튼으로 조리실에 전달하고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정도다.

서비스 기술혁신이 중간 정도의 수준인 은행의 영업점은 ‘고테크-저터치’ 모델이다. 고객을 ATM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돌리는 대신에 내부 직원이 기계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동화 영업장으로 바꾸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게 더 낫다. 사람이 단지 그 장소에 있다고 하이터치가 되지는 않는다. 햄버거 든 봉지를 건네고 예금통장을 정리해주는 것으론 고객의 감성을 터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테크-고터치’ 모델에선 서비스가 고객의 취향에 맞춰 개별화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고객과의 공감, 그리고 상호작용이 핵심적 가치로 작용하는 동네병원이나 미용실, 세무 컨설팅, 헬스클럽 코치와 같은 소규모 비즈니스에선 종합병원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에는 없는 감성을 고객과 공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이테크-하이터치’ 모델은 무엇이 매력일까. 구매력이 높은 고객이 집중적인 진료와 같이 고도의 물리적‧정신적 서비스를 원한다면 고도의 기술과 감성이 동원되어야 한다. 신체의 생리를 모니터링하고 운동과 영양, 심리를 의사가 분석‧기록하며 신진대사와 세포의 노화를 검진하는 복합프로그램은 단순한 의사의 소견만을 제공하는 일반 보건소의 의료서비스와는 다르다.

하이테크-하이터치는 최선의 전략일까.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가 처음 주장했던 ‘하이터치(high touch)’의 개념은 현대사회가 낳은 기술중독에 대한 반작용이다. 인간성을 중시하는 기술은 선호하지만 이를 해치는 기술은 시장에서 거부되는 현상이다. 비즈니스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주고받음의 거래에서 가격보다 가치가 높으면 된다. 가치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해결해야 하는 게 경영이고 경영학이다. 원가절감으로 가격을 낮추든지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의 선택에는 기술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이 함께 작용한다. 기술적 측면은 서비스의 신속성과 효율성, 표준화, 금전적·비금전적 비용, 표준화 등이고, 감성적 측면은 개인적 배려와 고귀함, 유대감과 같은 요소들이다.

인간의 감성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하이테크-하이터치는 이상적이지만,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란 없다. 수지부터 맞춰야 하는 현실에선 달성하기 힘든 환상이 된다. 그걸 아는 소비자도 테크와 감성 차원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고객의 마음에 서비스를 어떻게 위치시킬 것이지 포지셔닝이 분명해야 한다. 여기엔 작은 사업장,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불리할 건 없다. 오히려 인간적 감성의 터치에는 더 유리하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로 위기에 빠진 서비스업계에서 고급음식점과 펜션, 명품매장, 값비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업장들이 성업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곧 다가올 ‘뉴노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환경에서 고객화된 서비스의 가치는 더 주목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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