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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36]“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잘 모른다” 이 생각만 바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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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36]“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잘 모른다” 이 생각만 바꾸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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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잘되면 내 실력, 잘못되면 세상 탓하는 이기적 편향성
자기중심프레임 바꾸면 고객과 직원의 가치부터 달라보여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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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1980~90년대 복싱계의 슈퍼스타로 무하마드 알리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누렸던 마이크 타이슨이 던졌던 말이다. 치고받는 링 위에서 당장 승패가 갈릴 경기 직전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려 37연승에 19연속 KO를 구가하던 그가 말년에 자기관리의 실패로 무너진 것도 같은 이유다. 맞서야 할 상대나 상황, 바라보는 세상이 제각각인 건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창틀인 프레임은 세상을 한쪽으로 바라보도록 생각을 가둔다.

인간에겐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결과는 상황적·환경적 요인으로 돌리는 반면에 긍정적인 것은 내부적 요인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일이 잘되면 내 실력이고, 잘못되면 세상을 탓하는 이기적 편향성,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고하는 방식은 프레임의 결과다. 자기 프레임에 갇히면 ‘나는 잘하고 있는데, 남들이 나를 잘 몰라준다’는 착각을 하고, 자신을 있는 제대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잘 알지만 너는 나를 잘 모른다.” 이 생각의 뿌리는 무엇일까.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처음 보는 사람과 10번을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몇 번 정도 만나야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상대방은 자신을 몇 번이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자신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응답이 나온다. ‘나’의 입장에서 타인은 잠깐이면 파악되는 단순한 존재지만 나 자신은 쉽게 파악될 수 없는,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려야 제대로 알 수 있는 복잡한 존재로 본다는 얘기다. 나는 한눈에 너를 척 보면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저서 <프레임(2007)>에 소개된 이 실험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을 경고한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위험하다. 자기 자신이 ‘정직한가’라고 물었을 때 가장 흔한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이다. 정직할 때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 대해선 대부분 정직하거나 부정직하다는 하나의 답을 한다. 타인의 행동과 상황에 대한 이해보다는 원래 그런 사람으로 단순화하는 ‘내로남불’이다. 심리학자들이 ‘자기’를 가리켜 ‘독재자’로 비유하는 이유다. 국민이 말과 행동, 보는 것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독재정권처럼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프레임이 있지만, 자기중심성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이 그래서 삶의 지혜다.

갑질도 자기중심성에서 나온다. 2007년 컬럼비아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갤린스키(Adam D. Galinsky)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권한이 커질수록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험의 대상의 두 그룹. 권력을 맛본 그룹과 권력의 피해를 경험한 그룹으로 나눈 후 자신의 이마에 E자를 쓰도록 한 결과, 피해를 경험하는 그룹은 권력을 행사하는 그룹에 비해 상대방이 알아보기 쉽도록 E자를 거꾸로 쓴 경우가 세 배 이상 많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내는 착각과 미신은 비즈니스에서도 실패의 원인이 된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자기중심적이다. 그들의 니즈와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자기중심의 프레임에 갇힌 기업은 고객의 불평이 섭섭하고 고객은 이탈한다. 고객지향적 마케팅이란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예외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긍정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성공을 확신했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앉아서 때를 기다리지 않고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먼저 실천해 성공하는 기업가들. 그러나 그들은 자신만의 프레임 속에서도 통제력을 발휘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상위 1%의 성공과 부를 달성하는 아웃라이어, 테슬라의 ‘괴짜’ CEO 일론 머스크는 그 탁월함이 뛰어나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면서도 소비자의 프레임으로 환경의 변화를 통찰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의 창틀이 제대로 되었는지부터 점검해 보자. 직원의 사기를 꺾는 사장의 잔소리와 짜증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프레임에서 나온다. “내가 당신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를 돈 벌게 해 준다” 자기중심성을 벗어나는 순간 삶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프레임을 바꾸면 고객과 직원의 가치부터 달라 보인다. 상대의 프레임으로 들어가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자기중심의 프레임부터 벗어 던지자. 그래야 밝은 직장문화와 고객의 만족, 성공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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