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30 04:20 (화)
[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38] 장수하는 강소기업 리더에게만 있는 5가지 비밀
상태바
[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38] 장수하는 강소기업 리더에게만 있는 5가지 비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1.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①회사와 직원의 일체감 ②목표에 대한 집중력
③치밀함과 대담함 ④열정과 끈기 ⑤동기부여
ⓒiStokc
ⓒiStock

업계마다 시장을 주도하는 숨은 강자가 있다. 인지도는 낮지만 시장점유율이 세계 3위, 대륙별로 1위이지만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인 ‘히든 챔피언’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던 독일의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mon)이 자서전 ‘ZWEI WELTEN, EIN LEBEN(2018)’을 통해 이들의 성공 배경을 다시 밝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80%가 중소기업인 독일에서 처음 그의 연구팀은 업계를 선도하는 중소기업 39개를 찾았다. 이들은 가파른 성장세에 많은 자회사를 두고 있었다. 소형 전동장치 제작사인 렌제는 까다로운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었지만, 전문가들 외엔 아무도 몰랐다. 이들을 무어라 불러야 하나?

숙고 끝에 ‘히든 챔피언’이라는 말을 생각해 냈다. 챔피언이라면 널리 알려지게 마련인데, 언어의 유희처럼 들린 이 단어는 1990년 전문지에 “히든 챔피언-독일경제의 선봉장”이라는 기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457개를 더 찾아내 저서 ‘Hidden Champion(1996)’을 출간했다. 이 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바뀌면서 보통명사가 됐다. 이후 그는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해 모두 3000여개를 찾아냈다.

2017년에는 베를린의 유럽경영기술학교에 유명한 ‘히든 챔피언 연구소’까지 설립됐다. 지몬이 여기에 깊이 빠져든 것은 계획적이기보단 우연에 가깝지만, 전략과 경영의 전혀 다른 모습에 눈을 뜬 그는 강소기업을 이끄는 리더십을 연구했다. 재직기간이 평균 6년인 대기업에 비해 강소기업의 리더는 20년이라는 사실 때문일까. 하나의 패턴에 매이지 않는 그들은 좀 별나고 개성이 뚜렷했다. 공통적인 특징은 5가지다. 

ⓒ Hermann Simmon, WELTEN, EIN LEBEN(2018)
출처: Hermann Simmon, WELTEN, EIN LEBEN(2018)

첫째, 자신과 회사를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와 직원은 언제나 하나였다.” 구두공장을 가업으로 승계해 유럽의 구두업계를 주도하는 사장의 말, “나에겐 가죽 냄새가 마치 엄마 젖 냄새 같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구두를 사랑한다” 예술가와 일의 관계가 연상된다. 창조적인 사람에겐 일이 곧 생활이다. 회사와 생활이 하나로 될 때, 신용을 잃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잃는 편을 택하는 확신이 생긴다.

둘째,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다. 진정한 성취는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외골수들의 몫이다. 사명감에 불타 목표에 늘 집중하는 그에게 새벽 2시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제품을 더 개선하고 고객을 만족시킬지를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셋째, 대담함이다. 모험은 기업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들에겐 말보다 치밀한 분석과 대담함이 있다. 때로는 대학 졸업장, 언어능력 없이도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만, 그렇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거는 도박꾼은 아니다.

넷째, 열정과 끈기다. 무진장한 에너지를 쏟을 분명한 목표와 웅대한 목적만큼 개인이나 조직에 활력을 더 불어넣는 것은 없다. 이들의 내면에는 은퇴의 순간까지도 타오르는 열정이 있다.

다섯째, 직원에게 대한 동기부여다. 혼자 이름을 날리는 예술가와 달리 이들은 자신의 열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인다. 직원의 잠재력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1300개 넘는 히든 챔피언을 보유한 독일, 23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차이는 뭘까.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지몬은 책에서 대학교육만을 중시하는 한국의 사회적 가치와 상속세 구조를 걸림돌로 꼽는다. 마이크로 소프트, 델 컴퓨터, 애플의 CEO가 그러하듯 독일의 챔피언들은 대졸자보다 재능과 열정이 있는 청년들을 선호한다. 가업으로 10년 이상 승계한 기업에 면제되는 상속세도 우리와 대비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30년 이상 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발굴해 성공모델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자연인은 백세시대지만, 법인에겐 그만큼 장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2만개 넘는 외감법인 중 백년기업은 두산그룹, 신한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성창기업, KR모터스 순으로 태어났다. 크리스마스씰을 처음 만들었던 보진재가 작년 108세를 끝으로 인쇄업 쇠락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제 8개로 줄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에 불과하다는 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의 통계지만, 경영승계가 원활한 일본과 독일에는 각각 3만5000개, 1만2000개 넘는 백년기업이 있다. 장수기업이 많아야 경제가 건강하고, 중소기업층이 두터워야 체력이 강해진다. 사회·문화와 법·제도 환경은 기업의 토양이고, 경영자는 경쟁력이다. 장수하는 기업엔 그만한 리더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