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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LG엔솔 국민주 등극? 물적분할 기존 주주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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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LG엔솔 국민주 등극? 물적분할 기존 주주 '피눈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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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구글은 기존 주주들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
부도덕한 물적분할 막을 대체입법 서둘러야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중앙 왼쪽)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중앙 왼쪽)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난 주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공모주 청약이 뜨거운 관심사였다. 1월 19일 마감 결과를 보면 청약자금이 114조원을 넘어 우리나라 기업공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기차 시대가 바짝 다가오면서 배터리사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 신기록을 세운 것 같다. 청약자 수도 440만명을 넘었는데 종전과 달리 중복청약이 금지된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사실상 역대 최고여서 일부 언론에서는 단숨에 ‘국민주’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이라는 이름은 국민가수, 국민MC와 같이 국민적 호감을 받을 때 붙이는 이름인데 이번 LG엔솔의 상장은 LG화학 기존주주들에게 손실과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에‘국민주’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알다시피 2차 전지 사업은 LG화학의 핵심사업이었기 때문에 LG화학의 주가는 1년 전에는 100만원을 넘었다. 그런데 LG엔솔이 떨어져 나가면서 이제 LG화학은 2차 전지사업이 빠진 그냥 화학회사가 된 것이다. 주가는 6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니 2차 전지사업의 호황을 기대하고 LG화학의 주식을 매수했던 기존 주주들은 LG엔솔의 상장에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LG에 앞서 이미 SK, CJ, 에코프로 등 많은 기업들이 물적 분할을 시행했다. 그리고 포스코, 세아베스틸처럼 곧 물적 분할을 하겠다고 공시한 기업들도 많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무슨 유행처럼 물적 분할을 하고 있다. 물적 분할은 IMF 외환위기에서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1998년 상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한 것이다. 부실한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수자도 찾기 어려우니 잘 팔릴 만한 사업부문을 분리해 쉽게 매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물적 분할을 보면 도입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물적 분할을 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어도 부도덕한 면이 있다. 모회사와 함께 자회사까지 상장하면 기업가치를 쪼개어 나누는 것이니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글도 물적분할을 거쳐서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가 됐다. 그렇지만 물적 분할 당시 구글 주주들이 갖고 있던 주식은 모두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됐고, 나스닥에는 알파벳만이 상장되어 있으니 기존 구글 주주들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물적 분할된 기업을 상장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거나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독일 다임러트럭이 메르세데즈-벤츠로부터 물적 분할을 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기존 주주의 이익을 보호했다. 우리나라처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면서 물적 분할한 자회사까지 상장하는 예는 보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부도덕한 물적 분할의 종합세트는 카카오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언택트 산업의 전망을 밝게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는 1년 전에 17만원을 넘었다. 그런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핵심사업들을 차례대로 물적 분할을 하고 모든 자회사를 상장시켰다. 대주주는 먹튀, 골목상권 침탈 등의 비난을 받았지만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엄청난 자금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이제 알짜배기 사업들이 없어진 카카오는 주가가 반토막이 나서 8만원대이다. 경쟁업체인 네이버보다 훨씬 큰 하락이다. 얼마 전까지 이익을 냈던 카카오 주주들은 이제 거의 모두 손실로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매일 보내오는 카카오톡의 광고도 눈에 거슬릴 것이다.

명품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읽고 명품점이 잘되는 백화점 주식을 샀더니 명품점을 떼어낸 것이 LG엔솔이라면 카카오는 명품점뿐만 아니라 식품점, 화장품점, 의류점까지 떼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에는 기존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련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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