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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정부가 게을러서 근소세 폭등, 정부가 부지런해 자산세 폭증 '협공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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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정부가 게을러서 근소세 폭등, 정부가 부지런해 자산세 폭증 '협공 증세'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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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근소세도 4년 만에 40% 증가 매년 거의 10%씩 늘어
근로자는 길 건너 큰 불 구경하다가 우리 집에 불붙은격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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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등으로 보유세, 양도세 등이 몇 배씩 증가하여 세금폭탄이 되고 있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세는 관심을 덜 받았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에 발표한 자료를 보니 근로소득세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근로소득세수가 34조원이었는데 작년에는 47조원이 넘었다. 불과 4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매년 거의 10%씩 늘어난 셈이다. 그 동안 월급은 동결되거나 올라도 쥐꼬리만큼 오른 것을 생각해보면 그 증가폭이 놀랍다. 정부는 근로소득세수 급증요인을 경제회복으로 취업자가 늘어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불황과 구직난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러한 분석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월급이 오르면서 세금도 비슷하게 늘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4년간 월급이 40% 오른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될까. 대개 신규취업자는 초봉이 낮아서 거의 세금을 내지 않으니 취업자의 증가로 근로소득세수가 늘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관련 전문가는 근로소득세의 과세표준 구간이 2008년에 설정되어 올해까지 15년 동안 같은 기준을 적용한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지적이 정부의 분석보다 훨씬 와 닿는다. 소폭이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해서 월급이 오르는데도 과표구간은 15년 전의 것을 적용하니 직장인들이 적용받는 과표구간만 올라가서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되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것이다. 즉,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과표구간을 현실화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아서 직장인들의 세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사실 정부의 이러한 게으름은 세법 곳곳에서 눈에 띤다. 인적 공제를 비롯한 여러 비용 항목들의 한도금액도 현실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 쉽게 말하면 실제 지출하는 생활비는 물가상승으로 늘어나는데도 세법에서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금액은 15년 전에 설정해 놓은 금액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러니 근로소득세는 늘어나고 직장인의 지갑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각종 세금의 중과기준이 되는 고가주택의 기준도 2008년에 설정한 금액을 13년이 지난 2021년에야 고쳤다. 그러니 사실상 보통주택을 소유한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고가주택의 세금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들 세법 조항은 13년, 15년이 지나도 변하질 않으니 놀라울 뿐이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부지런한 모습도 눈에 띤다. 지난 4년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열심히 조사하면서 그 결과를 반영하여 매년 공시가격을 높여왔다. 동시에 공시가격을 시가와 맞춘다면서 시가반영률도 매년 높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쉬지 않고 28번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세금을 올렸다. 그 결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관련 세수는 4년 만에 28조원에서 68조원으로 140% 넘게 증가하여 2.4배가 됐다. 모두 부지런함의 결과이다.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는 무슨 논리에서인지 근로소득의 소득공제 항목들을 세액공제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공제효과가 줄어서 근로자들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그 결과 본인이나 가족이 중병에 걸려서 수입을 모두 의료비로 지출하여 남은 돈이 한 푼 없어도 세금을 내야 하는 이상한 체계가 되었다.

게으른 세금, 부지런한 세금의 결론은 일관되게 더블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부동산 폭등에 따른 강펀치 세금에 충격을 받다 보니 정부의 게으름과 부지런함이 번갈아 날리는 잽 세금은 간과하고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길 건너 빌딩에 난 큰 불 구경하다가 정작 우리 집에 불붙은 걸 못보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납세자의 수익을 현실화시키느라고 부지런한 만큼 비용을 현실화시키는 데에도 부지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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