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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문재인의 한전공대와 박정희의 KAIST' 결정적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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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문재인의 한전공대와 박정희의 KAIST' 결정적 차이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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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한전공대는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제안, KAIST는 과학자의 제안
한전공대는 탈원전으로 부실화된 한전이 부담, KAIST는 美서 빌린 600만달러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조감도. ⓒ한국에너지공대학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조감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가 나주시의 허허벌판에 건물 1동만 짓고 올 3월에 개교를 했다. 이미 전문가들이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고 했는데도 개교시점을 이번 대선에 맞추느라고 부실하게 개교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휑한 입학식 사진을 보면 그 지적에 공감이 간다. 게다가 40만㎡의 부지에 건물 1동만 지은 상태이다 보니 나머지 빈 땅에 100억원이 넘는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재정문제로 국민들을 걱정케 하던 터라 한전공대의 종부세는 더 뉴스거리가 됐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MBC 탐사기획프로인‘스트레이트’가 한전공대의 부지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방송했다. 나주시가 한전공대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부영건설이 나주에 갖고 있는 골프장을 학교부지로 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영건설은 기부약정을 하고 두 달 뒤 70만㎡ 골프장에서 학교부지를 뺀 나머지 30만㎡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나주시에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이곳에 5000세대의 대단지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 매출은 1조원이 넘을 것이고 이익은 3000억원에서 6000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에 비해서 한전공대 부지로 기부한 땅은 감정가격이 800억원밖에 안되므로 이것은 기부가 아니라 사실상 특혜를 전제로 한 이면거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기부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이 부영에 제안했다고 하니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부협약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70만㎡ 골프장에서 40만㎡를 한전공대에 내주었으니 이것만 보면 통 큰 기부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부영은 이러한 기부로 800억원이 3000억~6000억원으로 되는 것이니 4~7배 넘게 재산을 불리는 셈이다. 

이 방송을 보면서 지난해 말에 한 재미교포가 카이스트(KAIST)에 학교부지를 기부한 뉴스가 떠올랐다. 기부자는 글로벌리더십파운데이션(GLF)의 배희남 회장이다. 그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건물과 부지를 KAIST의 뉴욕캠퍼스로 기부했는데, 그 가치는 1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배 회장은 미국에서 아내와 함께 옷 수선가게와 세탁소를 운영하여 돈을 모아서 부를 일군 재산가라는 점이 감동적이다. 연세대 출신이면서도 KAIST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성과 개척정신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싶은데 KAIST가 이에 적합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대적 상황에 필요한 인재상을 이해하는 안목이나 학연에 치우치지 않는 그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 배 회장의 기부로 뉴욕캠퍼스가 개교되면 KAIST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 분명하다.

한전공대 취재방송을 보면서 KAIST를 떠올리게 된 것은 대통령이 주도해서 설립한 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차이점이 더 크게 보인다. 

첫째, KAIST는 1960년대 경제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뉴욕브루클린공과대학 교수였던 정근모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1972년에 설립한 대학이다. 그 이후 정확하게 50년이 지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전공대가 개교한 것이다. 한전공대는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제안이 대선공약이 되어 설립된 대학이다. 과학자가 제안해서 설립된 KAIST와 차이가 난다. 

둘째, KAIST의 설립자금은 당시 미국에서 빌린 600만 달러의 교육차관이었다. 이에 비해 한전공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손실과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전이 거의 부담하고 있다. 

셋째, 설립 시점의 시대적 상황도 크게 다르다. KAIST 설립 당시에는 우리 대학 환경이 과학기술의 불모지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높은 성과를 내는 우수대학들이 수두록하다. 심지어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는 대학까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방송을 보니까 두 대학의 기부자까지 이렇게 다른가 싶었다. 타국에서 고생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조건 없이 기부한 교포와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서 한 몫 챙기려는 듯한 기업이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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