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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은퇴한 노인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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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은퇴한 노인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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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늙어서는 자본소득으로 사는 것이 경제 기본원리
달걀 먹고 사는 사람에게 달걀 낳는 닭 팔라는 정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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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 인구의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이다. 국민연금은 퇴직 전 평균소득의 24%에 불과하여 현실적으로 은퇴 후 생활이 어렵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도 없는 마당에 일할 체력과 의지가 있어도 은퇴한 노인이 취업을 한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따라서 젊어서는 근로소득으로 살면서 자본을 모으고 늙어서는 자본소득에 기대어 사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이다.

그런데 정부는 몸으로 버는 노동소득의 가치만 인정하고 자본소득은 불로소득이라고 못마땅하게 보기 때문에 은퇴한 노인들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대표적인 자본소득으로 임대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한 두 사례가 얼마 전에 연이어 매스컴에 보도됐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첫째, 임대소득과 관련해서는 종부세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달 정부는 종부세 납부자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무관한 2% 정도의 사람들이니 괜찮다고 했지만 대상자 수가 102만6000명이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불과 4년 전에는 39만7000명이었으니 인원은 2.6배가 됐다. 세액은 1조7000억원이던 것이 8조3000억원이 되었으니 거의 5배가 됐다. 증가율로 보면 대상자 수는 160% 증가했지만 세액은 400%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대상자 수 증가율보다 세액 증가율이 훨씬 높은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징벌적이라고 하는 표현이 과언은 아닌 듯하다.

신문에 보도된 70대 노부부의 2주택 사정을 보니 딱하다. 은퇴 후 상황을 염려해서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 월급을 아껴서 아내는 노후대비용으로 집을 한 채 더 샀다. 10년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은퇴한 후 병에 걸려 수발을 들고 있지만 그나마 세를 준 집에서 나오는 월세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이 폭등하면서 2020년에는 1년치 월세를 모두 종부세로 냈는데 2021년에는 세 배의 금액을 고지받았다. 기존에 받은 대출금도 갚지 못했는데 종부세 때문에 대출을 더 받고 이자부담까지 늘면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한다. 아마 정부는 집을 팔면 될 거 아니냐고 질타할 것 같다. 그러나 노부부가 집을 판다는 것은 생계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다. 달걀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 달걀을 낳아주는 닭을 팔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과연 이 노부부가 정부가 투기꾼으로 보는 다주택자인가 의문이 든다.

둘째, 배당소득과 관련해서는 며칠 후에 보도된 50대 회사원의 사례이다. 이 회사원은 일찍 주식에 관심을 갖고 노후 준비를 위해 절약한 돈을 모아 고배당 우량주에 투자했다. 부부의 은퇴 대비용으로 죽을 때까지 갖고 갈 생각에 묻어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2022년 7월 건강보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피부양자 기준을 더 강화한다고 한다.

현행 연소득 기준을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어 2000만원을 넘는 소득이 있거나 과세표준이 3억6000만원 초과하는 재산을 갖고 연 1000만원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이 부부의 경우 집은 1채이지만 공동명의여서 과세표준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아내의 소득이 1000만원만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이란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연금소득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미리 은퇴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이에 해당된다. 이미 2021년에도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사람이 50만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피부양자에서 제외될 것이다.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납부할 건강보험료가 껑충 뛴다.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기준으로만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은퇴한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기준과 동시에 재산기준으로도 부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를 기준으로도 추가해서 부과한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건보료를 연 500만원 정도를 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보유주식의 배당소득이 포함되어 연소득 1000만원이 넘을까봐 고심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팔기로 했다는 것이다. 닭을 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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