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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또 터진 군 부실급식...식비 올린다고 해결 안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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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또 터진 군 부실급식...식비 올린다고 해결 안되는 진짜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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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투입하는대로 산출되지 않는데도 또다시 급식비 인상 발표
효율성 관리의 실패 탓인데도 세금으로 덮자는 국방부의 무능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제5공병여단 통합격리시설 병사들에게 제공됐던 부실급식. ⓒ육대전 페이스북 캡처

워낙 요즘은 대선관련 뉴스가 많이 쏟아지고 있어서 벌써 관심이 멀어진 것 같은데 지난 5월 한 장병이 부실한 군 배식 사진을 올리면서 세간의 분노와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종합적 대책, 근본적 대책, 철저한 대책을 말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국방부는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지난 10월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중요한 세 가지를 보면 첫째, 장병 급식비를 2024년까지 하루 1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둘째, 수의계약방식 대신 전자입찰계약의 시범운영 및 확대시행하며 셋째, 군 급식 운영체계의 전문화·다양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들을 보면서도 우려가 씻기지 않는다. 장병 급식비를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것부터 마음에 걸린다. 급식비를 하루 1만5000원(한끼당 5000원)으로 올린다는데 현재 급식비가 하루 1만원(한끼당 3333원)이니 50%나 올린다는 것이다. 일견 식사의 질이 대폭 좋아질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흔히 투입을 산출과 동일시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투입을 늘리면 해결되는 줄 알고 안심하기도 한다. 여기서 급식비는 투입이고 식단의 질은 산출이다. 만약 투입과 산출이 같다면 부대마다 식단의 품질이 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전방의 한 육군부대에서 장병이 자기 부대 식단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쌈, 삼겹살, 국 등이 푸짐한 사진이었다. 이틀 뒤 비교해서 올라온 육군보병학교 상무대의 급식 사진에는 국도 없이 두부조림, 김치뿐이어서 맛도 없는데다가 그 양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입된 것이 산출로 가는 과정에서 옆으로 새나가기 때문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현재 한끼당 3333원 급식비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한다. 대개 비용구조가 인건비(30%), 임대료와 경비(20%), 재료비(50%)라고 하는데 군대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없기 때문에 민간업체 기준으로 재료비 3333원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한 일간지에서 급식업체로부터 이 수준의 재료비로 가능한 두 개의 메뉴를 제시받았는데 하나는 짜장면+물만두+돈가스샐러드+요구르트+장국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순두부찌개+오리훈제+부침개+채소라고 했다.

이를 보면 군대 급식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넘어서서 급식비의 상당부분이 새나가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방부는 급식비 파격인상으로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더 주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보다는 투입과 산출과정을 투명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먼저 시행해야 할 것이다. 효율성은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로 측정한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투입(급식비)부터 높인다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종합대책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대책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대책은 수의계약방식 대신 경쟁계약방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나중에 이를 확대해서 시행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의계약만 해왔다는 것도 쉽게 수긍되지 않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경쟁계약방식의 전격적 시행이 아니라 시범운영 및 확대시행이라니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 벌써 이러한 방침에 반발하며 수의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시위가 거세어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세 번째 대책인 군 급식 운영체계의 전문화와 다양화라는 차원에서 민간의 사원식당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가 된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급식비 인상과 효율성 관리 방안을 함께 시행하면 두 효과가 뒤섞이게 된다. 부실한 군 급식이 효율성 관리의 실패 탓인데도 급식비를 대폭 인상한다면 국방부의 관리 잘못을 국민의 세금으로 덮는 것이다. 따라서 급식비를 인상하지 않아야 국방부의 개선노력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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