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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서울시 세금은 특정방송 아닌 서울시민 위해 쓰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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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서울시 세금은 특정방송 아닌 서울시민 위해 쓰는게 맞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1.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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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시민 세금을 특정 정파 위해 쓰는 것
대리인이 자신 이익 위해 발생시키는 대리비용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홈페이지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홈페이지 캡처

얼마 전 뉴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교통방송(TBS)에 지원하는 출연금을 100억원 가량 줄일 방침이라고 보도를 보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시 TBS말고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자회사인 교통방송(TBN)이 있다. 사실 이름과 역할, 그리고 모기업의 성격으로 보면 TBN이 더 ‘교통방송’의 이름에 걸맞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서울시 TBS가 훨씬 유명하다. 유용한 교통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서라기보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그렇다. 특히 특정 방송인의 지나친 정치적 발언과 고액 출연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오래 전부터 서울시의 풍요로운 재정은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돈은 서울시민의 세금이므로 서울시민과 서울시 사이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주인-대리인의 대리계약이 성립된다. 대리관계는 주인이 경제적 자원(돈)과 의사결정권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관계이다. 그런데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경우에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를 대리비용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하트 교수와 MIT 홀름스트룀 교수가 계약이론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한 대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서울시민의 세금을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데 쓰는 것은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발생시키는 대리비용이다. 세금을 내는 서울시민들은 정치적 견해가 다양할 것인데 이들 중 반대세력을 위해 내 돈을 쓰는 것에 찬성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이론에서 대리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뉴욕주립대 로제프 교수의 연구결과를 따르면 대리인의 가용자금을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는 배당을 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지는데 여기에는 경영자가 사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져서 대리비용의 발생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오세훈 시장의 내년 TBS의 예산축소는 이러한 논리를 따른 대리문제 해결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제는 이와 다르지만 교육 분야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리문제가 눈에 띤다. 대학 등록금이 뜨거운 이슈였을 때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대학교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었다. 원래 다른 대학교의 반 수준이었던 것을 반으로 낮추었으니 4분의 1수준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무료로 만들려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철회하였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전국 각 지역 출신의 학생들인데 서울시민의 부담으로 등록금을 낮춰주고 있는 구조이다. 뭔가 논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미국 주립대학교의 경우에는 그 주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낮은 수준의 등록금을 받지만 다른 주 출신 학생이나 외국 유학생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는 해당 주에 거주하면서 주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는 주인(납세자)을 대접하는 대리인의 정책인 것이다. 돈에 철두철미한 미국이다 보니 단순히 거주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납세실적이 있어야 등록금 혜택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립대가 전국에서 오는 모든 학생들에게 낮은 등록금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학교에 비해서 유리한 조건이므로 학생 유치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세로 운영되는 국립대학교에게 맞는 정책이다. 서울시립대의 현행 정책은 서울집중화를 초래하는 면이 있어서 전국 균형발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대리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민이 낸 세금을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쓰는 것이므로 TBS만큼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종의 대리비용인 셈이다. 세금을 내는 주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합리적 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서울시립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다른 공립대학교들도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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