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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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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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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학점인플레 방지? 상위권 대학 성적 더 후하게 줘도 '통과'
등록금인상 못하는 중하위권 대학 교직원 봉급 동결로 버텨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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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후폭풍이 만만찮다. 부실대학에 인하대, 성신여대 등이 포함된 평가결과를 놓고 무심하게 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육부의 평가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교육부 무용론까지 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012년에는 국민대, 세종대, 동국대(경주) 등이 정부재정 지원제한 대학으로 선정됐고, 2015년 구조개혁평가에서는 강원대, 고려대(세종), 건국대(충주), 홍익대(세종), 한성대 등도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바 있었다. 이 중에는 이전 평가에서는 우수대학으로 판정받았다가 부실대학으로 분류된 사례도 있었고 반대로 1년 만에 최하위권에서 단번에 최상위권으로 올라간 사례도 있어서 교육부 평가의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적지 않은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교육부의 고민도 이해가 간다. 시장원리에 맡길 수 없다고 보는 교육부가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평가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제도가 과연 대학의 펀드멘털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아니면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을 만들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왜냐하면 대학평가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대학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학생들의 성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학점인플레를 막는 항목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학점을 후하게 주는 대학에게 낮은 평가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평가점수가 생존에 영향을 주어 대학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짠 점수를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서·연·고’ 등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평가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서울대가 부실대학이라는 평가결과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서울대보다는 교육부의 평가가 부실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일보에서 2016년 각 대학의 성적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전공강의에서 A받는 학생비율이 높은 대학을 순서대로 제시한 것을 보면 서울대(55.2%), 고려대(48.5%), 강원대(46.3%), 연세대(44.1%) 등이다. 상위 10개 대학은 모두 상위권 대학과 국립대학들뿐이다. 이와 반대로 A받는 학생비율이 낮은 대학을 순서대로 보면 목원대(20.6%), 상지대(21.2%), 대구한의대(22.3%), 남서울대(24.5%)이다. 10개 대학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A학점 비율이 25%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 학생들은 학교명성에 높은 성적을 얹혀서 취업을 준비하는데 비해서 중위권 이하 대학생들은 학교명성의 덕도 보지 못하는데다가 성적까지 낮으니 이중고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교육부 평가가 교직원들의 처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평가기준에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점수를 낮게 주는 항목이 있다. 따라서 평가에 민감한 대학들은 일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다. 관리비가 물가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학은 없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결국 대학들은 교직원들의 봉급을 동결시키고 있다. 교수들이 돈 얘기하는 것을 점잖지 않게 보는 분위기여서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10년 넘게 교직원 봉급을 동결하고 있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역시 상위권 대학 특히 국공립대학들은 공무원 봉급과 똑같이 매년 인상하고 있으니 형평에 어긋난다.

이러한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드는 평가항목은 발전기금실적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사회지도층으로 진출한 졸업생들이 많아 발전기금실적도 좋은 편이다.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그렇지 못하니 대학구성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동결된 봉급에서 발전기금까지 내야 평가점수를 유지할 수 있으니 동결이 아니라 봉급 삭감의 이중고통을 지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도 교직원들도 이중고통으로 심화된 불평등한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대학평가의 의도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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