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20:35 (일)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275개...최근 6년간 사라진 은행점포
상태바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275개...최근 6년간 사라진 은행점포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2.09 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대면 거래 증가 내세우지만 부자 동네에는 외려 신설
공공성 외면 문제...노년층 등 소외계층 배려해야 마땅
ⓒ한국은행
ⓒ한국은행

[매일산업뉴스]  1275개.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문을 닫은 국내 은행 점포 숫자입니다.

8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은행 점포 폐쇄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해마다 100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2016년 273개, 2017년 420개, 2018년 115개, 2019년 135개, 2020년 332개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238개가 셔터를 내렸습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04개(23.8%), KB국민은행 225개(17.6%), 우리은행 165개(12.9%), 신한은행 136개(10.7%), 한국씨티은행 91개(7.1%)가 영업을 중지했습니다.

시도별는 서울이 515개(40.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경기도 245개(19.2%), 부산 98개(7.7%), 대구 74개(5.8%), 경남 54개(4.2%) 순이었습니다.

은행 점포가 없어지는 것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입출금‧자금이체서비스 이용 비중은 70.9%, 조회서비스 이용비중은 93.2%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찾는 이들 중 10명 중 3명, 잔고 등을 알아보는 이들 10명 중 1명만이 점포를 직접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아예 점포가 없는 은행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입니다. 2017년 4월 케이뱅크, 7월 카카오뱅크가 잇달아 오픈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또 하나의 은행이 아닌 '은행의 새로운 시작'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아직도 '손전화기' 정도로 생각하거나 자동현급인출기(ATM) 사용이 어려운 노년세대들이 적지 않습니다.

강 의원은 “은행이 역대 최대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단순히 비대면 은행 거래증가를 이유로 점포를 폐쇄하는 것은 은행이 가진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스마트폰과 자동현금인출기 사용이 불편한 금융소외계층이나 노약자의 금융서비스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혜림 기자
김혜림 대기자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당기순이익이 2조425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56.7%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KB국민은행도 이날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2조5908억원으로 전년보다 13%나 늘어났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4대 시중은행은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줄 만큼 순익을 많이 냈습니다.

더구나 비대면 거래 증가가 점포폐쇄의 유일한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은행들은 이른바 '큰 손' 고객들이 있는 부자 동네의 점포는 줄이지 않고 있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월계동 지점 폐쇄를 예고했습니다.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 부딪친 신한은행은 출장소로 축소운영키로 했습니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1곳밖에 없는 월계동 지점의 폐쇄를 결정한 신한은행이 압구정동에는 PWM센터를 포함해 지점과 센터가 5개나 있어도 폐쇄논의조차 하지 않았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이 밀집한 동네에는 외려 점포를 신설하고 있습니다. 재벌가부터 신흥 부자까지 모여 사는 대표적인 '슈퍼 리치' 지역인 한남동에는 지난해 6월 하나금융이 클럽원 한남PB센터를 개설했고, KB국민은행도 개설을 준비 중입니다. KB금융은 오는 7월 역시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에 국내 최대 규모(7층)로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들도 점포줄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수도권 점포는 유지하면서 각 지역의 점포를 줄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별로는 23곳을 줄인 BNK부산은행은 부산지역에서만 21곳을 통폐합했습니다. 12개를 없앤 DGB대구은행은 대구에서만 10곳을 정리했습니다. 10곳의 문을 닫은 BNK경남은행은 울산 2곳, 경남 8곳 등 전부 지방점포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지방에 근거를 둔 지방은행들도 ‘비대면 금융’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결국 경기가 침체되는 지방을 버리고 있는 것이지요

점포 폐쇄가 은행의 경영 자율성에 따른 것이어서 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은행이 적자를 보지 않으면서도 효율성만을 생각해선 안 되겠지요. 부자동네에는 외려 점포를 내고 있어 은행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현상을 보이는 세상입니다. 공정한 세상은 그저 선거구호에서만 존재할 뿐인가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