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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어렵다는 발우공양? 지구 살리는 빈그릇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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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어렵다는 발우공양? 지구 살리는 빈그릇 운동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2.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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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21) 불교환경연대

소욕지족(少欲知足) 공유하기 등 녹색사찰 사업 활성화 목표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서울 종로구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지난 4일 만난 한주영 사무처장은 "부처님의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불교환경연대는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 23일부터 ‘기후위기 멈추고 돌아보는 100일 기도’를 진행했다. 불교환경연대가 기후위기를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종로구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지난 4일 100일 기도 회향(1월30일)으로 바쁜 한주를 보낸 한주영 사무처장을 만났다.

한 처장은 “100일간 매일 새벽 6시 ~ 6시40분 온라인 줌(zoom)에서 함께 정진하며 기후위기를 자처한 우리의 탐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가다듬어 보았다”고 말했다. 100일 기도 동참자들은 매주 목요일 조계사 앞에서 '신공항 건설 중지 서명' 캠페인을 벌이거나 불교기후행동 1인 피켓 시위도 했다.

ⓒ불교환경연대
ⓒ불교환경연대

불교계는 1999년 실상사를 중심으로 지리산댐 건설 반대운동을 펼쳐 지리산을 지켜냈다. 이를 계기로 불교환경연대를 결성해 생태계 보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1년 9월 6일 창립한 불교환경연대는 자연환경과 생명살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새만금사업, 4대강 개발 사업 등 국토 난개발을 막아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온힘을 다해왔다. 현재 서울 울산 광주 울산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12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한 처장은 “개발 대상으로만 봄으로써 자연과 국토가 파괴되고, 이는 인간 심성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물질의 풍요와 소비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서 조화로움보다는 갈등을 만들며 기후위기 등 고통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2008년 새만금 개발을 막기 위해 당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였던 수경스님은 3개월 동안 200㎞를 자벌레처럼 땅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순례를 했고, 2010년 4대강 보 건설 저지를 위해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을 했다. 오체투지는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를 땅에 대는 절로, 불교의 수행 자세다. 세 걸음 걸은 뒤 절하는 ‘삼보일배’는 이후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소신공양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공양하는 것이다. 문수스님은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휘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부처님의 자세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환경연대
생태숲 교사들이 2020년 10월 서울 여의도 샛강에서 한강수질 개선을 위해 버드나무를 심는 '생태방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한 처장은 “불교는 인간과 자연, 사물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어 서로 의존하면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기설(緣起說)과 생명존중 전통이 있다"면서 "그래서 지구를 살리는 일에 더욱 열심"이라고 밝혔다.

법화경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불타는 집으로 비유하고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눈앞의 이윤추구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니 불교계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환경연대는 숲과 강 바다를 살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생명살림실천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처장은 “일반 기후위기 관련단체들이 하는 재생에너지운동이나 탈핵활동 외에 강 수질 오염을 정화하는 버드나무 심기, 겨울철새인 재두루미 모이 주기 등 '생태방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불교 운동도 눈에 띄는 사업이다. 전국에 있는 사찰들과 환경실천협약을 통해 일회용품 및 비닐 플라스틱을 일절 안 쓰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사찰숲을 보존하는 '녹색 사찰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금륜사(경기 고양시) 등 32개 사찰이 참여 중이다. 녹색사찰을 중심으로 법회와 교육을 통해 신도들도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친환경적 생활양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한 처장은 “절 식사법인 발우공양과 채식에 바탕을 둔 ‘빈그릇운동’과 '생태식운동'은 불교환경연합의 특색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빈그릇운동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한몫하고 있다. 채식이 아니라 생태식운동을 하는 것은 채식도 나름이기 때문이다. 재배할 때 물이 많이 필요한 아보카도, 멀리서 운반해 와야 하는 수입 곡식 등은 육류 만큼의 탄소발자국이 발생되므로 피해야 할 음식으로 꼽는다.  육류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량은 4인 가족 기준 연간 7.2t이나 된다. 이는 가정에서 3년 난방을 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불교환경연합은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불교단체는 물론 타 종교단체, 일반 환경단체들과 연대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62개 단체가 참여한 '불교기후행동' 발족의 산파역을 맡았고, 지금도 사무국을 맡아 손발노릇을 하고 있다. 불교계 종단협의회에 탄소중립위원회도 발족시켰다.

한 처장은 “올해는 녹색사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도자 양성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일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한 가지를 묻자 한 처장은 ‘일회용품 사용 하지 않기’를 들었다. 그는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면서 “불편함을 견디는 동안 깨달음이 생기고 소욕지족의 생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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