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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세상에 없는 그러나 꼭 있어야할 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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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세상에 없는 그러나 꼭 있어야할 세상 만들기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3.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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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24) '프로젝트 1907'

국내 폐페트병만 모아 원사 뽑고, 원단 제작 생활소품 제작 판매
ⓒ김혜림 기자
'프로젝트 1907' 김정식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숍 '자연상점'에서 '프로젝트 1907'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지속가능하고 가치 있는 소비문화, 소비습관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카페에서 지난달 24일 만난 (주)세상에없는세상 김정식 대표의 명함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로젝트 1907’을 비롯해 제로웨이스트숍 ‘자연상점’ ‘온전히 지구’, 공정여행사인 ‘세상에 없는 여행’ ‘베트남스토리‘ 등이 적혀 있었다. 모두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이 회사의 브랜드들이다, 김 대표에게 탄소발생을 줄이는 착한 브랜드 ‘프로젝트 1907’에 대해 물었다.

“플라스틱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07년이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자연을 해치는 플라스틱이 없던 친환경적인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김 대표는 “우선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하고 싶어 이 브랜드를 런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폐페트병 재활용 원단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 중국에서 폐페트병을 잘게 자른 칩을 수입해 쓰고 있었다.

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폐페트병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탄소발자국을 생각해 국내 폐페트병만을 고집했다”고 했다.

그동안 대규모 공장과 지자체들에서 폐페트병을 어렵게 구해왔다. 프로젝트 1907은 이를 칩으로 자르고, 원사를 뽑고, 원단으로 제작해 생활소품을 만드는 등 모든 공정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 김혜림 기자
김정식 대표가 자연상점 앞에 있는 폐페트병 수거함에 폐페트병을 넣고 있다. ⓒ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김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하면 원가절감효과가 크지만 자재 및 제품을 수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생각해 국내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프로젝트 1907이 생산한 재활용 원단은 6만 야드에 달한다. 1 야드에 20개의 폐페트병이 소요되므로 12여만 개의 폐페트병을 원단으로 제작했다. 폐페트병 개당 60g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1907은 지난해에만 7t정도의 탄소 배출을 줄인 셈이다.

ⓒ프로젝트 1907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단으로 만든 앞치마ⓒ프로젝트 1907

프로젝트 1907은 폐페트병 재활용 원단과 그 원단으로 만든 생활소품들을 만들어 판매하는 투트랙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가방 지갑 등 패션소품에 집중돼 있는 점이 안타까웠던 김 대표는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앞치마 냄비집게 등 생활소품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프로젝트 1907에서 생산한 재활용 원단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사가고 있다. 또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기념품들로 인기 높다. 대한항공·현대자동차·LG화학 등 대기업들에 기념품을 납품했다. '2022 고양 세계태권도 품새 선수권 대회' VIP용 기념품도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말부터 환경부가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전국적으로 시행, 원료 구하기가 한결 쉬워지자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 리사이클링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 1907도 지난 한해 매월 30% 이상씩 매출이 증가했다. 김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고기능성 원단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젝트 1907​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백팩.ⓒ프로젝트 1907​

김 대표는 “지난해말 100% 페트병 리사이클 원단에 항균, 흡한속건, 자외선 차단 기능을 더한 기능성 원단을 개발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고기능성 원단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껏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부자재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말쯤에는 겉감은 물론 안감과 부자재까지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으로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품질과 다양성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랑했다.

원단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로 김 대표는 “지구에만 좋은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좋아야 하고, 품질이 뛰어나고 제품이 다양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트 to 페트’. 즉 페트병은 처리과정을 거쳐 페트병으로 재사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 유럽은 20회, 일본도 15회 이상 재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요즘 생분해되는 원단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교 교사였던 김 대표는 더 넓은 세상에 도전해보고 싶어 지구를 위한 일에 도전했단다. ‘세상에 없는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김 대표는 업계에서 별난 CEO로 꼽히고 있다. “직원들에게 일을 빨리 배워 독립하라”고 채근하고 필요한 뒷받침도 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2015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때 2030년 안에 10명 이상의 사회적 기업가를 배출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출범한다는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하하 웃었다.

세상에없는세상은 이익금의 일부를 전쟁마을 피해복구, 다문화아동 돕기 등에 기부하는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기부금이 지난해 4월 1일 현재 8329만 4000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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