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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중처법 위반 화학물질 노출 사고, 1심 재판 결과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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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중처법 위반 화학물질 노출 사고, 1심 재판 결과를 보니...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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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창원 에어컨 부품업체 대표 징역 1년, 김해 세척제 제조업체 대표 징역 2년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하청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치 준수여부가 여죄 여부 기준
산업현장 중대재해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현장 중대재해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재해는 건설공사현장의 시설물 붕괴, 작업자 추락, 제조공장에서 기계장치에 끼이거나 화재·폭발 등에 의한 상해나 사망 등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업 중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유독성에 의해 건강이 나빠지거나 암이 발생한다든지 급성독성에 의해 생명을 잃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세상이 이전보다 살기 좋아지고 있지만,그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이 인간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고 필수적으로 사용되면서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한 주의가 절실하다. 

지난 3일 이러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해 근로자 여럿이 건강상의 피해가 생겨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건의 1심 선고가 있었다. 지난해 창원과 김해의 업체 2곳에서 노동자 29명이 급성 간 중독을 일으키는 ‘독성 세척제 사태’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발생한 업체와 이 화학물질을 공급한 업체에 대한 판결이다.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하여 앞으로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20시간을 명령했다. 두성산업 법인에는 2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A씨와 법인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테인이 포함된 세척제를 취급하면서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본청 직원 10명, 하청 직원 6명이 급성 간 독성 중독 피해를 보게 한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두성산업 측이 세척제에 독성물질이 함유된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성산업이 마련한 위험성평가 매뉴얼은 사업장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해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흥알앤티 대표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표 B씨는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쓰면서 작업장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성능을 갖추지 못한 풍속이 약한 국소 배기장치를 둔 채 방치하는 등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원 13명이 중독되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것이다.

이 두 업체에 세척제를 공급한 김해의 세척제 제조업체 유성케미칼 대표 C씨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30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법정 구속됐다. 대표 C씨는 두 회사에 독성화학물질이 든 세척제를 판매하면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허위로 작성해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MSDS를 허위로 작성, 제공하는 등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두 업체에 비해 범행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이 법률에서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하는데, 이중 중대산업재해는 ‘①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②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③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이다. 건설현장이나 제조 공장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중독도 포함된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재해발생시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으로 자주 적용되고 있는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 제5호(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제9호(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확보조치 준수여부 판단기준과 절차 마련) 등이다. 이들 의무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의 핵심 의무로, 의무 위반 시 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 인정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행 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의무들은 모두 반기 1회 이상 점검하여야 하는 의무로서, 주기적 점검 및 필요한 조치가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 자동차, 조선, 정유, 석유화학, 철강산업 등은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취급하며 대량생산도 하고 있다. 이들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여기에 속한 산업체에서는 매년 화학물질 누출 사고도 빈번하고,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근로자가 상해를 입거나 자연환경에 피해를 입히는 화학사고도 매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모르지 않는다. 모른다고 한다면 그만큼 관심이 적다는 뜻이다. 유해성을 알려주는 자료도 많고 그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도 조금만 시간을 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사용할때 자칫 피부에 묻거나, 호흡기로 흡입되거나 삼키게 되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인체 건강과 생태환경이 위험하고 해로워지는 위해성(危害性)을 간과하게 되면 그 피해가 커진다. 위해성은 유해성이 있는 화학물질의 노출량 즉, 시간과 양(量)에 의해 크기가 달라진다.

이에 사업주(경영자)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선별하고 그 위해성을 찾아내어 위험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보통 ‘위험성 평가’라고 한다. 발견된 위험은 제거하거나 위해성이 적은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개인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하게 하여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특정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작업허가제도’를 활용하여 사전에 조치를 하고 안전하게 작업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잠재위험 찾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안전보건관리체계’라 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젠 주먹구구식, 보여 주기식 안전관리는 통하지 않는다.

제설작업차량. 사진은 강남구 제공 ⓒ연합뉴스
제설작업차량. 사진은 강남구 제공 ⓒ연합뉴스

일상 생활에서도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겨울철,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게 되면 도로엔 어느새 제설제인 염화칼슘이 뿌려진다. 눈에 염화칼슘이 섞이면 물의 어는점이 낮아지므로 웬만한 추위에도 얼지 않게 되어 쌓인 눈이 녹는다. 그런데 염화칼슘에 포함된 염소 성분은 아스팔트나 인도의 시멘트를 부식시킨다. 특히 다리 등 도로 위의 각종 철제 구조물이나 자동차 하부에 염화칼슘이 눈과 함께 달라붙으면 쉽게 녹이 슬게 되고 철근 구조물의 내구성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염화칼슘 제설제를 뿌린 도로를 주행한 후에는 반드시 세차를 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제설작업이 끝나면 도로마다 급증하는 '포트 홀'의 직접적인 원인도 바로 염화칼슘이라고 한다. 또한 염화칼슘은 토양을 알칼리화하여 가로수에 좋지 않다. 차도에 쌓인 염화칼슘이 묻은 눈을 가로수 아래 뿌리는 것은 정말 안 좋은 행동이다.

그런데 간혹 염화칼슘을 손으로 뿌리는 이들도 있다. 염화칼슘은 피부와 접촉하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며 자극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반려동물에게는 화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추운 겨울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많은 공공분야 근로자들이 정작 자신의 안전보건 문제엔 소홀히 하기 쉽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의 안전보건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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