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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78%는 질소, 중독시 사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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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78%는 질소, 중독시 사망하는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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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호흡보호장비 없으면 짧은 시간의 질소 흡입노출에도 상해
미국 일본 등 ‘질소발자국(Nitrogen Footprint) 연구 진행 중
질소 순환 주기 일러스트 ⓒiStock
질소 순환 주기 일러스트 ⓒiStock

살아있는 동·식물은 반드시 일정량 이상의 질소를 섭취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들은 질소가 함유된 채소나 육류를 섭취함으로써 질소를 보충하고, 콩과 식물들은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공급된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식물은 땅속에 녹아 있는 질소를 통해 보충한다. 비료로 많이 쓰이는 질소, 인, 칼륨 등이 있는데 땅 속의 질소의 양이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다.

지구 대기 중에 약 7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소는 질소(窒素, Nitrogen)다. 원소기호는 N, 원자번호는 7번인 비금속 화학 원소로 일반적으로 질소원자 2개가 결합하여 무색, 무미, 무취인 기체상태(N₂)로 존재하며 화학 반응성이 거의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며 사람 몸에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DNA에 들어 있고 핵산, 아미노산, 암모니아, 질산 그리고 시안화물과 같은 화합물의 구성성분이다. 질소는 지표상에서 화성암의 형태로 있고 대표적인 광물인 초석(硝石, 그리스어 nitron, KNO₃)에 존재한다.

질소는 산업용으로 냉동기의 냉매나 암모니아 비료의 원료물질로 쓰이고, 나이트로 화합물로 다이너마이트, TNT등 화약이나 추진제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암모니아 비료는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질소를 이용하여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아낸 프리츠하버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질소는 공기 중의 산소나 수분과의 접촉을 피해야 하는 경우, 공기를 대체하는 비활성 가스로 사용되는데 감자 칩 등 과자류 포장재 등 식품포장, 첨단산업인 전자재료의 생산공정, 제철소에서도 사용된다.

액체 질소는 끓는 점이 영하 195.79℃로 매우 낮고 반응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료를 액체 질소에 담그면 조직이 거의 파괴되지 않고 급속 동결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식품을 냉동시킬 때나 생식세포(난자나 정자), 혈액 등 여러 생물시료를 냉동 보존할 때 쓰인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질소의 유익한 쓰임새가 있는 건 맞지만 단점도 있다. 질소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되거나 하천으로 흘러 들어 녹조현상을 일으키고 수질의 악화, 어패류의 질식발생으로 폐사시킨다. 음용수로 쓰는 수원지를 오염시켜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질산 같은 질소 화합물은 산성비의 원인 물질이 된다. 산성비는 인체에도 피해를 주는데 피부병과 탈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질소산화물인 녹스(NOx)는 질소(N)와 산소(O)의 화합물로 공기 중에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의 형태로 있다. 화석연료의 고온 연소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한 NOx는 공장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나오는데 유해 물질이라서 기관지염, 폐렴,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고 동식물의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질소산화물의 경우 토양의 세균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경우에는 저농도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자동차 같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경우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줄여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화학적 변환기 설치 등의 기술이 개발·적용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량에는 배기가스를 정화해주는 선택적 환원촉매설비인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을 장착하고 요소수를 사용하여 대기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간혹 요소수 부족과 사재기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개인용 승용차뿐만 아니라 하루에 수십 리터(ℓ)를 사용하는 화물운송 차량들은 운행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기체 상태의 질소는 독성이 없고 인화성도 없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질소는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보관·사용되어야 하고, 질소 농도가 높은 밀폐된 공간을 출입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액체 상태의 질소는 극저온 이므로 취급할 때 주의해야 한다. 액체질소가 피부 조직에 노출되면 조직을 급속도로 얼려 버릴 수 있고, 고무나 플라스틱 같은 물질들은 부스러져 버리기도 한다. 또한, 잠수부나 해녀들이 수심 깊은 곳에서 잠수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호흡으로 들어온 질소가 혈액 속에 녹아 있다가 기압이 낮은 물위로 올라왔을 때 혈액 속의 녹은 질소가 기포가 되어 혈관 속을 돌아 다니는 잠수병이 생기는 위험도 있다.

화학물질 명칭에 대해 최초 명명된 서양에서는 발견한 과학자 이름이나 광석 등 자연계 물질 이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질소(Nitrogen)라는 원소명의 유래는 그리스어의 ‘니트론(nitron)’과 ‘생성되다(genes)’에서 왔다. 한자(漢字) 문화권에서는 질소를 ‘窒素’라고 쓴다. 여기서 窒(질)은 ‘막힐 질’로 뜻은 ①막다, 막히다 ②멈추다, 그치다 ③(가득)차다 등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아마도 지구 대기 중 78%나 되는 ‘가득 찬’ 물질이기에 그럴 수도 있고, 들이 마시게 되면 호흡이 막혀 숨을 멈출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질식(窒息)이라는 뜻은 질소로 ‘숨을 쉬다’,’호흡을 하다’라는 의미로 숨이 막힌다는 뜻이 아닌가? 질소는 ‘질식시키는 성질’이다. 그래서 사용시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액화 질소 산업용 가스 용기 ⓒiStock
액화 질소 산업용 가스 용기 ⓒiStock

질소가스는 산업현장이나 연구시설, 실험실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특유의 불활성(不活性)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산소가 약21%, 질소가 78%, 나머지 여러 화학물질 1%로 구성되어 있다. 산소 농도가 부족하면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18%이하이면 밀폐공간과 같은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간혹 발생하는 질소 중독사고는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질소를 과량으로 흡입하게 되는 경우 사망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저장하는 탱크나 정화조 같은 저장 및 보관시설물에 대해 법적으로 검사를 받는다. 이때 탱크 내에 있던 내용물은 안전하게 배출하고, 세척한 다음 필요 시 작업자가 내부로 들어가 탱크 벽면의 부식 등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화학공장의 대형 설비에 대한 보수작업 기간 중 세척 후 화학물질에 의한 반응이니 부식을 막기 위해 질소로 가득 채워두었다가 작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호흡보호장비 없이 내부에 접근하는 경우 아주 짧은 시간의 질소 흡입노출에 의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기 까지 한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질소산화물 역시 우리 생활은 물론 기후변화를 야기시키는 물질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을 위해 과자봉지 충진용 질소가스 투입량을 조절하는 얄팍한 상술로서의 질소에 대한 관심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에 대한 관심에서 추가적으로 ‘질소발자국(Nitrogen Footprint)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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