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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화학물질과 '케미 뿜뿜'한 갑진년 새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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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화학물질과 '케미 뿜뿜'한 갑진년 새해가 되길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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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MZ 세대 용어 '케미'는 화학반응의 케미컬 즉 '끈끈한 정' 의미
화학물질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 폐기로 안전한 대한민국 열길
화학 용기의 화학적 위험에 대한 경고 ⓒiStock
화학 용기의 화학적 위험에 대한 경고 ⓒiStock

기업경영에 적용되는 법률도 많고, 법적 이행사항을 지키지 않을 때 벌칙조항도 상당하다. 해당 기업에 적용되는 수많은 법률들을 약칭으로 부르게 되면 오히려 간단명료하게 의미전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약칭으로 부르는 법률의 명칭만 보고 임의적으로 판단하여 가볍게 여기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산업체 실무자들이 업무에 적용되는 법률을 지칭할때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안법’, 화학물질관리법은 ‘화관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화평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중처법’ 등으로 줄여서 편하게 소통하기도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도 법률 이름이 긴 경우에는 약칭을 병기하고 있다. 사업장의 노사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근로자참여법’으로 줄여서 표기한다.

연말에는 법정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전문가를 초빙해 사내에서 집합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들이 늘어난다. 지난 12월 하순 수도권 공단지역에 소재한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강의했다. 화학물질을 원료로 사용하고 생산된 제품도 가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합성세제 등 화학물질인 사업장이다. 2시간씩 수강자를 달리하며 하루 3회 실시했다.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처는 물론 올바른 화학물질 관리에 대해 주기적인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화학사고란 시설의 교체 등 작업 시 작업자의 과실, 시설 결함·노후화, 자연재해, 운송사고 등으로 인해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되어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말한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화학사고화학물질관리법 제33조 3항과 같은 법 시행규칙 제37조(안전교육의 실시 등)에 의해 화학물질 영업자는 해당 사업장의 모든 종사자에 대해 매년 1회, 2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 모두가 이수해야 하는데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생산직과 사무직원은 물론 포장이나 물류파트, 경비직과 식당 근무자 등 상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포함된다.

교육 담당직원이 임직원들에게 강의 안내를 하며 “오늘 교육은 화관법에 의한 법정교육이니 꼭 들으셔야 한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필자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의내용에 집중토록 하기 위해 화학물질 누출과 취급시 발생한 사고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수강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강사가 무엇을 얘기할까’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관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몇몇 직원들만 올바른 답을 했다. 법률명칭만 보아도 규정하는 대상과 적용사항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자니 길어질 수 있다. 실무자들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본명을 알고 별칭(약칭)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단어나 문장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 유행하더니 공중파 출연자들도 그렇게 말하고 텔레비전 화면 자막에도 줄임 말들이 나온다. 이젠 익숙해진 소통방법이고 언어 문화가 됐다. 외래어도 줄여서 쓰는 경우가 있다. “여러분들 케미가 좋다는 말을 아시나요? 사용하나요?”라고 물었다. 대부분 잘 안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지 사례도 얘기를 했다. 사실 수강자들의 백그라운드(지식, 경험, 현재 하는 일 등)가 서로 다르기에 화학물질 얘기를 쉽게 전개하려고 질문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이미 순 우리말처럼 쓰는 ‘우리는 케미가 좋아!’, ‘케미 갑이야!’, ‘쟤들 케미돋아!’, ‘절친인데 꿀케미지!’ 라는 표현이 있다. 케미는 케미칼(Chemical, 화학, 화학반응)의 줄임말로 이런 표현들은 모두 잘 어울리고 화학적으로 결합한 듯 끈끈한 정이 있는 모습을 말한다. 케미 이외에도 줄임 말들이 많지만, 그만큼 케미칼에 대해서 좋은 의미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케미가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유지하면서, 그 혜택을 누리고 상호 보완하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케미가 깨지면 원하던 상황에서 멀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를 입게 된다. 마치 화학물질 사용시 유용성과 유해성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 같다. 

준비한 동영상과 간단한 교안으로 비교적 재미있는 화학안전교육을 마쳤다. 질문도 꽤 있었고, “우리 주변에 맨 화학물질이네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담배 필터의 90%이상이 플라스틱인데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가 먹는 물인 수자원을 오염시킨다는 것과 신선식품 등 냉동·냉장 제품을 위해 사용하는 아이스팩이나 합성섬유도 미세플라스틱 발생 원인물질이라는 말에 수강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화학물질 중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물론 ‘플라스틱’은 여러 화학물질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비누나 주방세제, 접착제, 자동차 연료, 매니큐어, 소독용 알코올 등도 화학물질이고 코팅 프라이팬의 테프론도 불소수지라는 화학물질이다. 코팅물질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조리된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화학물질이 노출되는 것이니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화합물의 하나다. 플라스틱(Plastic)이라는 말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뜻의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 했다고 전해진다. 화학물질로 가공이 쉽고 용도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합성수지(合成樹脂)라고 한다. 석유화학공정에서 나프타(Naphtha)라는 석유유래 화학물질을 원료로 사용해서 복잡한 여러 공정을 거쳐 생산한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지(樹脂, Resin)도 있다. 나무 껍질이나 식물의 줄기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을 진(津)이라고 하는데, 소나무에서 채취할 수 있는 송진, 옻나무 진인 칠(漆), 고무를 만드는 원료인 하얀색의 끈적한 천연고무 진(津) 등이 있다. 송진은 피부병을 치료하는 약용으로 또는 방수(防水)처리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옻칠을 한 고가구는 그 내구성이 대단하다. 이러한 물질들을 천연수지라고 한다. 식물에서 진을 많이 채취하게 되면 고사(枯死)하는데 이를 두고 진이 다 빠졌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의 기력이 쇠하여 힘이 없을 때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합성수지는 천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지의 화학적 구성과 기능성 등을 연구하여 공업적으로 생산한 것을 말한다. 소나무와 고무나무, 옻나무를 대신하여 식물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는 억지스러운 얘기도 있다. 요즘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과 합성수지를 적절히 배합하고 가공하여 생분해성(生分解性) 수지를 만들고 있다. 사용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데 일부 종량제 봉투와 포장재에 활용되고 있다. 경유차량에 연료로 첨가해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은 콩기름·유채기름·폐식물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든다. 

이렇듯 화학물질은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물건이나 물질 즉, 플라스틱들이 사용 후 방치되거나 수집되어 폐기되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 폐기가 중요하다. 갑진년 새해에는 산업계와 사람, 화학물질사용에 대한 케미가 잘 맞음으로 우리 경제가 왕성하게 움직이고, 생태계 위험을 줄여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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