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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인사관리에 투자유치에 안전까지 대표가? 그러니까 시스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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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인사관리에 투자유치에 안전까지 대표가? 그러니까 시스템 경영!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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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사장부터 신입직원까지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할 때 조직의 리스크 감소
자기가 맡은 사업 특성상 잠재된 위험과 기회 잘 알아 차리는게 경영자 자세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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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는 수많은 잠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있지만 이행을 강제하는 관련 법률도 다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하여 관리·개선활동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위험성이 높아 허용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위험성 감소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연속적인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제조공장이든 건설 현장이든지 서비스 업종이건 간에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들이 많다. 특히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보면 많은 사고들이 정비나 부품의 교체 등 기계장치의 수리나 보전작업 등 숙련된 경험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 발생한다. 자주 일어나는 정비작업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내부 조직을 만들어 직원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 일어나는 작업이나 전기공사, 굴착공사, 화학물질 저장탱크 점검·청소 및 정비 등 특별한 작업 등은 외부 전문회사에 위탁을 주어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 직원들이 하는 것 보다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처리하므로 해당 작업에 맞는 공구나 보호장구를 잘 갖추고 있고, 일 처리에 완성도가 높아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산업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이 퇴직하고 전문업체를 설립하여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업에서 비슷한 유형의 작업을 수주 받아 경험도 많아지고, 적합한 작업 공구나 기계를 갖추게 되고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도 높아서 규모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전문업체들을 우리는 외주 협력업체, 하도급업체라고 부른다. 보통 중소규모 또는 아주 적인 인원의 소기업들도 많다. 사업주들은 협력업체를 필요로 하고 협력업체들도 도급을 주는 기업들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살려 특화된 시장에서 사업가로 성장하는 기술을 겸비한 사장님들도 있고 이들에게도 작업이나 재료·부품을 지원해주는 협력업체가 생겨난다. 사업의 생태계는 관계와 연결의 순환이 필요한 것이다.

2015년 1월부터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됐다.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전면 개정되어 유해화학물질 사고 안전관리에 있어서 예방, 대비, 대응을 강화한 것이다. 이 법개정은 2012년 9월 구미산업단지에 있는 A업체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사망 5명, 중경상 18명, 가축 1870두 살처분, 농작물 피해, 인근 사업장의 차량 부식 등 엄청나 피해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일명 구미 불화수소 누출사고다. 불산 20톤를 탱크로리에서 보호장비 없이 제품 제조탱크로 옮기던 중 밸브 누출사고로 인명 및 물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사상자에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있었다.

화학사고는 폭발적인 분출이 생겨 짧은 시간에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만일의 사고 발생시 신속하고 유효한 대응 조치가 필요한데 그 당시에는 많은 것이 부족했다. 작업자가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수칙 미준수도 문제였고, 사고 사업장의 시설 및 구조에 대해 파악이 잘 안되어 밸브 위치를 찾는데만 수시간 소요됐다. 대응기관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일사분란한 대응도 미흡했다. 이후 분야별 예방 및 대응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화학물질안전원이 설립되어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사업장 밖의 제3자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안전 개념에 따라 시설을 설계 설치 하였는지 확인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의 시행과 동시에 장외영향평가서가 도입됐고 2021년 4월 1일부터 위해관리계획서와 통합되어 '화학사고예방 관리계획서'란 명칭으로 변경, 시행되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처벌하는 법률이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부상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독성으로 직업성 질병이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최근들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원청사 및 수급사 대표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에게도 자사 직원들에 대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지난 12월 7일 대법원 2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대표인 B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그칠 뿐,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1·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C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고, 이날 형이 확정됐다.

이 비극적인 사고 이후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규제하는 산업안전법(산안법) 개정안(일명, 김용균 법)이 발의됐고,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자는 의미가 강조되어 산안법의 보호대상을 종전의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이 개정안은 그 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여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그 동안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산안법의 보호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 등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등의 의무가 강화된 것이다.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이외에도 안전에 관련된 법률은 많다. 법을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업주 보다 무지하거나 관행적으로 하다 보니 스스로 위험에 처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몰랐다고 항변하며 사고 책임이 없다고 하며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맞지 않는다.

대기업 대표가 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는 회사에 입사한 이후 줄곧 영업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지원부서와 기획담당 임원을 몇 년 하다가 사장자리에 올랐는데 할 일이, 관심 가져야 할 영역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사담당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노사관련 사항과 임금협상도 자기 일이고,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금리를 걱정하는 것도 내 일이고, 회사의 일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사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생산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크다는 것이다. 안전보건 업무와 환경관리는 해당부서에서 잘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 동안 관심이 적었던 것에 대해 경영자로서 참 부족함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시스템 경영이다. 누가 하더라도 절차를 빠뜨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며 효율적·효과적으로 실행하도록 체계를 갖춰 놓으면 도움이 된다. 조직에는 사장부터 신입직원까지 누구든지 자기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y)이 있다. 고도화된 기술과 빠른 시대 변화는 그 R&R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고 있다.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할 때 조직의 리스크는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자기가 맡고 있는 사업 특성상 잠재된 위험과 기회를 잘 알아 차리는 것이 경영자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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