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7 22:45 (토)
[최규동의 ESG多]무지할수록 용감? ESG도 더닝 크루거 효과
상태바
[최규동의 ESG多]무지할수록 용감? ESG도 더닝 크루거 효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2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뭘 요구하는지,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중소기업 종사자는 자기 역량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ESG일러스트 ⓒiStock
ESG일러스트 ⓒiStock

심리학 이론 중에 '더닝 크루거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인지편향(認知偏向)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분야에서 제한된 지식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객관적 평가에 비해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소위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는 코넬대학교 사회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1999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 문법, 유머 감각 등을 테스트한 결과, 하위 25%에 해당하는 실험 참가자들이 대체로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론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 하는 모습이 있다고 한다.

이 분야 연구자들은 더닝 크루거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더닝과 크루거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비로소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즉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는 알거나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오인하며 자신의 실력을 과소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여러 행동을 관찰하고 심리 현상과 연계하여 원인을 추론하고 이론으로 활용되는 것은 오랜 노력의 결과다. 이런 심리학적 이론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문화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과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상황들이 있다.

이 이론은 ESG경영의 실행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기후변화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결방안으로 화석 연료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개선효과가 나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왜냐하면 문제를 인식하는 것도,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고 실행하는 것도 잘 알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못 알고 있을 때 시간과 비용의 낭비는 물론이지만 실질적 개선에 부정적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협력사인 어느 기업의 A대표가 우리 회사도 ESG경영 도입을 해야겠다며 도급사인 대기업의 'ESG 평가지표'를 내밀었다. 그러면면서 하는 말이 환경 잘하자는 얘기만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Environmental, 환경), S(Social, 사회적 책임), G(Governance, 지배구조)는 각각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단어 자체 뜻보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실천을 요구하는 항목도 다양하다.

A대표가 보여준 평가지표에 '환경(E)'분야는 환경관련 법률을 잘 준수하는지 인허가 사항을 적도록 했고, 온실가스 배출현황은 물론 대기오염물질 배출현황, 에너지 사용현황, 폐기물 배출량, 수질오염물질 배출 현황 등의 데이터와 최근 3개년간 변화 추이를 요구했다. 여기에 얼만큼 줄이려고 노력했는지, 시설 투자 현황도 포함됐다.

'사회(S)'분야에는 산업재해, 산업보건, 식품·위생 등의 항목이 당연히 들어가 있다. 게다가 노동 및 인권에 대한 평가 지표에는 임금과 복리후생 외에 연소자 근로, 차별금지와 결사의 자유 항목도 있다. 추가적으로 불공정거래 방지, 개인정보보호, 내부고발자 보호 등 기업윤리 평가요소도 포함된다.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현황을 꼼꼼히 채워 넣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이 거의 모든 기업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A대표는 푸념이 아니라 펼쳐진 현실에 대응해야 하는 의무가 버겁다고 했다. 글로벌 트렌드도 이해되고 기업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온전히 준비하려니 힘이 든단다. 사내 전문성도 없고, 전문가를 채용하려니 적은 연봉 탓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일단 구색이라도 맞출 요량인데, 모든 항목을 다 채우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지 않은 것과 없는 것을 거짓으로 항목에 채워 넣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혹시 이로인해 계약 연장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었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도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거래해 왔던 협력업체의 수준을 보고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정항목에 없는 것을 받으려고 하니 말처럼 쉽지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후에는 업체 선정시 갖추어야 할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여러 중소기업들을 보면, 회사 대표가 걱정하는 만큼 현업조직은 무지(無知)하지 않았다. 담당자들은 관련 법령도 이해하고 있었고, 특히 무엇을 제대로 안 하면 법적 불이익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알고도 시간이 없어서, 일손이 부족하여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시행하려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관련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ESG 실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기술지원, 기술바우처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ESG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에 참여할 중소기업을 모집하기도 했다. 주관부처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런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 또한 방법을 알기 위한 것이다.

회사 경영진이 경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는 어렵다. 그러나 회사의 존속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회사 업무에는 다른사람들이 하찮아 하고 그 자리에 가기 싫어하는 직무가 있다. 그러나 구성원 중 누군가는 담당을 해야 하는 일도 많다. 환경안전보건 직무도 그 중 하나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적은 인원으로 일하려면 1인 다역(多役), 1인 다기능(多技能)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종업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헤아려서 공부하고 알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자기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미 회사의 많은 부분에서 기여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