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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대기업 협력업체의 ESG 준비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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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대기업 협력업체의 ESG 준비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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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형식은 갖췄는데 시행이 안되거나 회사 규모와 안맞는 체계 구축이 문제
ESG경영의 S는 'Safety’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의미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iStock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iStock

수도권 산업단지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 환경안전담당 A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얇은 책자 한 권을 보여주며 “ESG가 뭐예요? 들어봤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좀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도급을 주는 대기업이 하도급을 받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이 자료를 나눠주었단다. 기간을 정해서 보고해야 할 내용은 엑셀문서로 작성된 양식을 이메일(e-mail)로 보내주었다고도 했다.

이 중소기업은 반도체를 제조하는 대기업의 생산공정에 필요한 설비 부품을 제작해 납품하고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작업을 하는 회사다. 최근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받기는 했으나 꾸준히 성장하여 2년 전 50명도 안되던 직원이 이제는 거의 80명에 달한다. 그만큼 납품량도 많아졌고, 재무적으로도 성과가 있어서 공장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생겨 여유부지에 공장건물을 증설 중이고 내년 봄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인력 충원이 많이 되었지만 대부분 생산부서와 품질관리부서 직원들이다. 도움을 청한 A팀장은 지인의 소개로 2년 전 안전담당 직무를 수행할 인력 충원시 경력직으로 입사했다고 한다. 산업안전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기계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이직을 했다. 보유하고 있던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이 입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알려준 직무는 중대재해처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잘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바쁠 때는 생산부서나 품질부서의 일에도 협조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업장에는 2개의 협력업체 직원 5~6명이 생산공정에서 같이 작업을 하고 있고, 작년부터 운영하는 구내 식당에도 음식준비와 식당관리를 하는 파견업체 여성 근로자 1명이 있다. 점심 한끼를 제공하는데 음식은 외부에서 만들어 온다.

A팀장이 판단하기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같이 일을 하기에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선임되어 있어야 하고, 안전교육과 현장 점검, 비상훈련에도 동참해야 하는데 안전관련 조직 구성과 안전작업절차가 미흡하여 할 일이 태산 같았다. 이 회사는 대기업의 요청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규격 인증을 받고 인증서를 회의실 벽면에 걸어두고 있다. 국제규격 인증을 받으면서 만들어 놓은 규정집 등 문서 바인더가 여러 개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도 해 봐야 했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필자는 이 회사의 도급사인 대기업과 안전보건공단이 매칭하여 지원하는안전보건경영체계 구축 및 안전관련 컨설팅을 진행한다. 수급사인 중소기업의 비용부담 없이 진행되는데 사업장의 위험성을 파악하여 조치하고 자율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경영차원으로 향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실 ISO규격 인증을 받은 회사는 해당 규격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절차를 제정, 이행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정기적으로 외부 평가를 받아 회사의 경영 수준을 제고하고 있다. 업무를 하는 관리 절차는 문서와 기록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회사는 품질, 환경, 안전 분야 국제 규격인증을 받았기에 컨설팅 진행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여러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같은 문제와 개선 필요사항이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는 형식은 갖추고 있는데 실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요청에 의한 규격인증서를 제출하기 위해 단기간에 외부 전문업체에서 컨설팅을 받는다. 안전, 환경, 품질경영을 위한 방침을 제정하고, 각종 업무절차를 만들고 매뉴얼, 규정, 지침 등 문서체계를 갖춘다. 그리고 잘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평가를 받아 인증서를 획득하고 제출한다.

사실은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종과 회사의 규모, 관리 수준 등을 고려하여 자기회사에 맞는 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급히 하다 보니 문서만 만들어 놓은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시행하였으면 기록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없어서 실행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ESG 경영 실행관련 자료를 내라고 하니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ESG경영은 위에서 언급한 환경, 안전 분야가 관심의 대상이지만 현장의 관리수준을 넘어선 기업 경영차원에서 살펴봐야 하는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을 평가하는 데 매출액, 이익, 부채 등 재무적 요소 분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경영,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환경(E) 분야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 폐기물, 토양오염, 에너지소비, 화학물질 사고발생 분야뿐만 이 아니다. 기업의 환경경영 이념 및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회사 대표가 공식적으로 환경 목표를 수립, 계획하고 선언하는 것과 목표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기업 경영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혁신 실행을 주문하고 있다.

ESG경영의 S는 ‘안전(Safety)’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의미하므로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윤리경영, 사회공헌활동, 공정거래, 취업·근로계약 준수, 차별금지 등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A팀장은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구축하고 있는 안전보건경영 체계를 회사 규모와 상황에 맞게 재 정립하고, 국제규격 인증을 위해 만든 여러 규정과 업무 절차서를 검토하여 형식만 갖추거나 타사 제도를 참고하여 사실상 복사하듯이 작성한 문서들을 제거하거나 보완하기로 했다. 그리고 교육, 점검, 위험성평가 등 안전관련 활동을 하는 경우 보고서를 작성하고 사진 촬영을 하여 개선 전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경영 분야는 배출오염물질량, 에너지 사용량, 용수와 폐수사용량 등의 환경지표를 양식을 만들어 기록하였다. 모아진 각종 데이터를 생산제품 단위당 발생량으로 환산하여 표와 그래프로 작성하여 경향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직원 한 사람이 사업장 업무를 모두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전담 직원을 선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겸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영층의 이해와 지원이 있으면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자기 회사, 사업장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적합한 절차를 제정하고 실시하면서 기록을 유지하여 지속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경영활동으로 ESG경영 지표가 향상되고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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