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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셀프 주유소에서 정전기 방지 패드 꼭 누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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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셀프 주유소에서 정전기 방지 패드 꼭 누르시나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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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유증기에 정전기 스파크 옮겨붙어 대형 화재, 폭발 가능성
유화공장 등에서는 정전기 차단 위한 방재 설비 설치 필수
정전기 이미지 ⓒiStock
정전기 이미지 ⓒiStock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벌써 양털이 함유된 스웨터나 가벼운 패딩 등 가볍고 보온이 잘되는 옷을 꺼내 입는 계절이 됐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는 화학섬유나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벗을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서거나, 금속으로 된 문고리를 만질 때 따끔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심할 경우 파란색 작은 불꽃(스파크)이 튀는 것도 볼 수도 있다. 모두 정전기 때문이다. 어린이놀이터에서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도 플라스틱 빗을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정전기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빗에 물을 살짝 묻혀 빗거나 나무 소재 빗을 사용해서 정전기 발생을 억제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옷이 달라 붙는 경우에는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세탁시 정전기 방지 기능이 있는 섬유유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전기(靜電氣)는 말 그대로 물체에 정지하고 있는 전기, 물체에 축적되어 있는 전하를 말한다. 물체끼리 마찰할 때 생기는 마찰전기도 정전기에 속한다. 정전기가 가지고 있는 전압은 1만 볼트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전기의 흐름, 전류(電流)는 거의 0에 가까운 매우 짧은 시간이므로 인체에 흐르는 정전기 영향은 약하게 느껴진다. 번개도 구름에 축적되어 있던 정전기가 방전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불꽃 모양으로 흐르게 되는 번쩍이는 방전 현상을 보고 번개 친다고 하는 것이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정전기를 잘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백화점 매장이나 가정에서 바닥 청소를 할 때 청소용 부직포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아주 약한 정전기를 만들어서 머리카락이나 먼지 같은 이물질들을 달라붙게 하여 제거하는 것이다. 먼지나 고체 부유물이 많은 산업 현장에서 착용하는 방진마스크도 같은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복사기나 복합기 등도 조금 복잡하지만 정전기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물체에 있는 정전기가 다른 물체와 가까이 하게 되면 플러스(+), 마이너스(-)전하가 한쪽으로 모이는 대전(帶電)현상이 생긴다. 이때 마이너스 전하가 대전된 프린터의 드럼에 플러스 전하가 대전된 토너가 묻어 통과되는 종이에 달라붙고 열을 가하여 인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전기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있는 경우에는 정전기로 인해 발생한 순간적인 불꽃이 점화원으로 작용하여 불이 나고, 인화성물질이 계속 타면서 큰 화재,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셀프주유소에 가면 주유기에 정전기방지패드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 손바닥 모양이나 원형의 검은색 패드인데, 주유 전에 꼭 접촉을 해서 내 몸에 있는 정전기를 빼내야 한다. 평소에는 정전기가 발생하더라도 따끔할 정도일 수 있으나 주유소에서는 다르다. 유류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이 큰 유증기에 정전기 스파크가 옮겨 붙어 대형 화재, 폭발이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유기에는 유증기 회수장치도 되어 있고, 접지설비도 잘 설치되어 있지만 정전기 발생 자체를 주의해야 한다. 정전기 방지 패드 설치가 일반화되기 전인 10년 전만해도 주유소에서 정전기로 인한 화재사고가 많이 발생했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고 유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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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를 취급하는 정유사나 석유화학 공장 뿐만 아니라 여러 제조 시설에서는 정전기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여러 방재설비 들을 설치·사용하고 있다. 접지(接地)설비를 사용하여 물체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땅속으로 흐르게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일례로 석유화학 공장에 근무하던 후배는 늘 면 소재 작업복이나 정전기 방지용 섬유로 만든 옷을 착용했다고 한다. 현장 점검을 위해 설비에 접근할 때나 높은 철제 생산시설물에 오르기 전, 주변에 설치된 접지봉을 만져서 몸에 있는 정전기를 제거했다고 한다. 혹시 누출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휘발성 유증기에 자신의 몸에서 발생한 정전기 스파크로 인한 화재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회전하는 기기에서는 마찰전기가 발생할 수 있고, 화학섬유나 합성소재를 이용한 포장재나 충진재 등을 취급할 때도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순간적인 접촉과 충격에 불꽃이 발생하여 주변에 있는 인화성 물질이 있는 경우 옮겨 붙어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합성수지 제조공장, 설탕공장, 밀가루 공장의 포장 전 제품 저장 장치(사일로, 드럼 등) 내에서는 작은 입자의 이동과 충돌 현상이 있다. 이때 발생하는 정전기 스파크로 폭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정전기의 무서움을 잘 나타내는 사고다.

최근 방문한 소규모 사업장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로 합성수지 시트를 재단하여 정교한 조각들을 만들고, 플라스틱함을 제작하는 공정이 있었다. 이때 시트를 자르는 공정에서 발생된 솜털 같은 합성수지가 날리면서 작업장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데도 작업자는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잘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작업자들이 밟았을 때의 미끄럼 위험, 넘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재단용 칼날이나 장치에 접촉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상해사고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아주 작은 크기에 살짝 날리는 듯이 가벼운 미세한 분말과 입자들에 의한 사고다. 많은 양이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 흩날리게 되면 마찰에 의한 정전기 스파크가 발생하고 순간적인 화염이 발생하거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작업 중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나 분진을 수시로 청소하여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습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정전기 발생환경을 줄여야 한다.

겨울철에는 실내 습도가 낮아지므로 가습기를 틀어놓는 것도 좋다. 산업현장에서는 방진 마스크를 세탁해서 재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필터가 물을 흡수하게 되면 방진기능이 상실되어 일반 마스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전기는 그 성질을 잘 알고 이용하게 되면 잠재 위험은 줄일 수 있고, 관련 정전기 제거 제품을 개발하여 경제적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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