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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ESG 경영 '안전'을 넘어 근로자 건강까지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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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ESG 경영 '안전'을 넘어 근로자 건강까지 챙겨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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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근골격계 질환 발생 작업자의 근로손실 발생으로 생산성저하
작업 절차 또는 표준 설정 운용하고 기기 배치 기준제정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고통받는 여성 ⓒiStock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고통받는 여성.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iStock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두통이나 피로감 등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도 많은데다, 특히 많은 양의 명절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기름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떨어질 정도라고 한다. 명절증후군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명절에 많이 모인 일가친척들을 위해 여러 번 음식 차려내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름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상차림을 위해 동일한 동작이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인해 허리와 목, 그리고 손목에 통증이 오는 것이다. 이로인해 단시간 내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여러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이때 심혈관계 질환이나 간질환, 폐질환,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나타나게 되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특히 난청이나 근육과 뼈 등 근골격계 질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은 근육과 뼈 등 골격에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이는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자세(또는 부자연스럽거나 취하기 어려운 자세), 과도하거나 무리한 힘의 사용, 날카로운 면과의 신체접촉 등과 같은 접촉스트레스, 진동, 기타 극저온에서의 작업이나 직무스트레스 등을 말한다. 이러한 행동이나 작업방법, 환경 등을 가리켜 근골계질환을 일으키는 유해요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해요인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돼 있다.

ESG경영에서 S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본다. 기업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잠재위험을 제거하거나 줄여야 하며, 근로자들의 건강유지를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즉, 작업환경에서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건강 영향 뿐만 아니라 불안전한 작업과 일하는 자세로 인한 직업병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였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근골격계질환이 있는 근로자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스승의 날 즈음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 몇몇이 선생님을 모신다며 시내식당에서 조촐한 사은회를 가졌다. 오랜만에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필자와 동년배인 친구같은 학생들로, 1980년대 초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야간 직업학교를 통해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상급학교에 진학해 사회에 진출했다고 한다.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사무직에서부터 판매직,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님도 있다. 이들 중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징수업무를 하는 친구는 현금 통행료를 받다보니 왼쪽 팔과 손목 저림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다들 그래요, 좀 쉬면 돼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구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수시로 무거운 가구를 들거나 운반하다 보니 허리 통증이 심해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시술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철골 작업을 담당했던 친구는 “볼트를 잠글 때 사용하는 임팩트라고 하는 전동 공구를 사용하다 보니 손목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통증과 질병은 대부분 작업 환경이나 일하는 자세에서 기인한다. 사업주는 작업 환경이 근로자들의 신체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주거나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 사전에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거나 ‘원래 그런 작업이니 좀 쉬면서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불안전한 행동(자세)과 작업환경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모든 사업주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중소기업 작업장에 가보면 여러 사정으로 작업환경개선이 어렵다고들 하소연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건강문제에 신경쓰고 근골격계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방문했던 한 회사는 근골격계예방을 위해 해당 유해요인을 줄이기 위한 표준작업절차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었다. 볼트를 체결하는 작업에 사용하는 전동 임팩트 사용 작업 방법과 절차를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시행했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비교적 간단하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으로 보인다. 첫째, 임팩트를 쥘 때 지나치게 힘을 주어서는 안 된다. △볼트를 밀어 넣을 때는 손의 힘을 빼고, 조일 때는 쥐는 힘을 1kg 이하로 한다. △팔과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다. (팔과 어깨에 힘을 주면 손가락의 움직임이 어색해 지고, 뒤는 힘도 강해진다) △왼쪽 다리는 반보 앞으로 딛고, 상반신에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자세를 안정 시킨다. 둘째, 임팩트를 쥘 때 지나치게 손에 힘을 주면 방아쇠 수지(Trigger Finger)가 생길 수 있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펴지지 않고 걸리는 현상 발생주의) 등으로 공구를 손에 쥐는 방법, 사용시 자세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안내하고 지키게 하고 있다.

만약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침을 만들기 어려울 경우,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실에 공지된 안전지침을 참고하면 된다.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당연히 작업자의 근로손실 발생으로 생산성저하는 물론 근로 의욕도 떨어져 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업 절차 또는 표준을 설정하고 운용해야 한다. 새로운 설비를 들여왔거나 작업시간과 작업량이 변경되었을 때 기준도 미리 만들어 둔다. 예를 들어 야간작업을 할 경우, 낮 시간에 하는 동일한 작업의 양보다 적은 수준이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둘째, 작업공간 및 기기의 배치에 대한 기준제정이다. 부자연스러운 자세나 동작을 제거하기 위해 작업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기기 배치를 고려하는 것이다. 셋째, 작업대와 의자는 높이를 조절하여 근로자의 자세가 부자연스럽거나 무리한 힘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중량물 취급시 무게, 이동시엔 미끄럼 등 주의사항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작업자의 작업자세와 동작에 대한 것이다. 허리에 부담을 주는 엉거주춤한 자세,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힌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작업방법 등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엔 무리한 작업 자세와 환경에 의해 근골격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 허다하다.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장시간 여행 중 차 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을 중심으로 보건 분야에 대해 알아봤지만, 산업보건 분야는 직업병 발생과 유소견자 관리 등 보다 실질적인 것도 많다.

예전에는 산업안전관리의 주 대상이 안전사고 발생 여부였다면, 현재는 안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즉 보건분야에도 중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업공간에서 기인하는 움직임과 배치된 기계, 도구 사용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반복된 작업으로 인한 근육과 골격에 주는 영향 등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영향분석과 대책 수립에 근로자의 참여가 있을 때 그 효용성과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관리는 근로자와 기업의 건강을 위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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