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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20년전 아찔했던 순간 ... 말로만 안전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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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20년전 아찔했던 순간 ... 말로만 안전제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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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화학물질 누출되면 작업자가 코로 찾아내던 공장 현장벽엔 '안전제일' 표어
안전은 시스템 ... '리더는 의지-구성원은 의견 개진-비상사태 대비 훈련' 생활화
지난 16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한 차량 주물류 생산공장 용광로 쇳물이 폭발해 작업자 1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한 차량 주물류 생산공장 용광로 쇳물이 폭발해 작업자 1명이 숨졌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제조업체가 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되기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거친다. 이때 모든 작업이 자체인력으로만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공정작업은 전문성이나 경험이 많은 외부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특히 설비의 부품교체나 수리 업무 등 설비보전을 위한 작업은 외주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주를 주는 기업들 중에는 동일한 작업이 반복적으로 많이 생기지도 않고, 해당 분야에서 작업 경험이 충분한 인력이나 작업용 공구, 설비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 특정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자격증도 확보한 고참 근로자들은 더 많은 역량발휘를 위해 퇴직을 선택하고, 뜻이 맞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독립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산업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니던 기업에서 담당하던 일을 수주받거나 동종 업체에서 유사업무를 수주받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기술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많다. 물론 도급 받는 작업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주량도 많으며, 해당 전문인력을 대량으로 보유하거나 중장비·건설기계를 갖춘 대형업체도 있다.

협력업체들은 원청기업인 대기업에서 도급을 받아 필요한 물품을 납품한다. 또는 생산현장의 소규모 공사를 수주해서 굴착작업이나 용접작업, 기계·장치 등의 설비수리, 제품창고 관리와 출하하는 업무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신·증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나 수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정기 보수작업 기간에는 평상시보다 몇 배가 되는 작업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산업체 경험을 하는 보조인력과 신참들도 단기교육을 받고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평상시 협력사를 통해 도급작업(공사)에 투입되는 인력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성도 있고 경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수주한 작업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원청기업은 작업현장에 출입하는 모든 작업자,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력들은 이를 잘 준수하고 있다. 안전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원청기업의 사업장에서 작업할 경우, 대부분 회사의 안전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작업한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정작 협력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장에서의 안전관리는 소홀하거나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협력업체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협력업체 사업장에서 원청기업에 납품할 부품이나 원청기업 현장의 공정설비에 설치 할 기자재 등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경우를 보면 안전의식이 결여되어 있거나 안전불감증으로 잠재된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고 작업하는 위태로운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 필자는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인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안전보건경영에 대해 컨설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생산공정과 사용 설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작업현장에 갔다. 그런데 운전자가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전동지게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지게차 포크 위에 올려진 적재물의 높이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후진 시에는 경고음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즉시 지게차를 세우게 하고 지게차 운행시 지켜야 할 안전관리 사항을 알려줬다. 운행 전 반드시 확인 할 사항과 운전 중 조심해야 할 내용, 사용 후 관리시 안전사항에 대해 점검표를 만들어 활용하도록 했다. 또 벨트형 톱날이 장착된 플라스틱 배관 절단가공 설비에 톱날로 인한 상해사고 발생을 경고하는 안전표지를 부착하고 덮개를 씌울 것 등을 조치했다. 추가로 몇 가지 위험요소를 확인한 뒤 직원들과 함께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안전을 위한 개선 아이디어를 속속 제시했다. 사실 현장의 위험과 사고예방 대책은 그 현장의 근로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안전활동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리자들이 할 일이다.

이 회사의 안전을 총괄하는 임원은 20여년 전 전자산업체에 근무했을 당시,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그 때는 정말 안전이 뭔지 몰랐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얘기지만 그때는 그랬다고 하는데 그저 웃어 넘길 일은 아니다.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했던 순간도 이야기했다. 그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보수작업시 공기공급 라인(호스)이 있는 공기호흡기를 착용했었다고 한다. 당시엔 공기공급 호스와 질소공급 호스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어느날 작업자가 두 호스를 잘못 연결하는 바람에 질소를 흡입, 순간 기절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동료들이 흔들어 깨우면서 “야! 조심해야지”하고 웃어 넘겼다고 하니 참 안타가운 일이다. 당시엔 작업자들이 호스를 연결할때 질소라인을 끼우면 안 된다고 말로만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호스가 모양이나 규격이 동일해 간혹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일어 났다면 끔찍한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호스나 배관의 색상, 연결 부위 규격을 다르게 하여 실수로 인한 연결을 아예 못하도록 돼 있다.

그는 사건 하나를 더 들려줬다. 유해한 화학물질이 공정 어디선가 누출되면 작업자가 코로 냄새 나는 곳을 찾아 갔다고 한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겠는가. 공정에 가스측정기가 충분히 비치되어 있지 않을 때의 얘기다.

안전사고 예방은 잠재된 위험성을 파악하고 제거하거나 통제해야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들 지식과 경험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대책도 강구할 수 있다. 어려운 기법들도 있지만 먼저 구성원들끼리 안전을 주제로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안전예방의 첫 걸음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기업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니 주의할 일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자기 사업장 규모와 업종에 맞는 체계를 구축하고 운용하는 게 정답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할 일이 있다.

먼저 경영자가 안전보건에 대한 실천의지를 담은 확고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안전보건에 대한 방침과 사고를 억제하겠다는 안전목표도 만들어 공유토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근로자(구성원) 모두가 안전보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수준을 높이고 공유하기 위한 근로자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인을 찾는 것이다. 넷째는 찾은 위험요인을 제거·대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비상사태처럼 급박하게 발생하는 위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몸에 익숙하게 해야 한다. 여섯째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특히 외주업체나 방문자들의 안전보건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안전보건시스템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내 가족 같은 동료와 회사를 위해 주먹구구식이나 말로만 하는 안전관리가 아닌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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