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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엘리뇨'는 아는데 '폴리냐'는 모르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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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엘리뇨'는 아는데 '폴리냐'는 모르신다구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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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해빙으로 싸여 있는 얼음 구멍으로 한반도 겨울 이상기후 유발
겪어보지 못한 기후 재난 전망 에너지 환경부하 저감이 관건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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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은 한낮의 푹푹 찌는 더위나 국토를 종단하는 호우를 동반한 심한 태풍, 겨울철 폭우 같은 견디기 힘든 날씨와 기온 등 기상현상이다. 여름철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스콜 같은 국지성 소나기도 이젠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자연현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에 대해 수많은 경험으로 얻은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일부 재현할 수 있는 실험 등을 통해 정리하고 연구하여 규정한 ‘□□현상’이나 ‘○○이론’ 등이다. 그리고 유사한 전조(前兆)나 추세가 보이게 되면 앞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을 하게 된다. 사실 지구에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들을 인간의 지식수준으로 모두 정의하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슈퍼 컴퓨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 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정확히 예측하게 됐고, 여기에 더해서 그간 불가사의한 자연의 섭리로 여겼던 특이 현상도 그 이유가 설명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우리는 ‘엘리뇨’와 ‘라니냐’라는 기후현상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이 현상들은 태평양 동쪽(동태평양, 미국 쪽)에서 서쪽(서태평양, 우리나라 방향)으로 부는 편동풍(偏東風)의 세기와 이에 따른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양쪽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약 0.5도 높거나 낮아지는 상황이 약 5개월 이상 지속하여 해당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 등에 영향을 주는 자연스런 기후현상이다.

편동풍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적도 부근의 따뜻한 물이 서태평양 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따뜻한 물이 서쪽으로 이동하면, 동쪽에 부족해진 물은 해저 깊은 곳에서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湧昇)작용이라는 해류순환을 통해 공급받게 된다. 그래서 서태평양은 물이 따뜻하고 동태평양은 물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것이 정상이다.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증발이 잘 일어나고, 증발이 일어나면 상승기류로 저기압이 되고, 구름이 만들어져 비가 내린다. 그러나 수온이 낮아지면 증발이 잘 일어나지 않고 건조해지며, 가뭄에 걸리기 쉬워진다.

엘리뇨 현상이 발생하면 편동풍이 충분히 강하지 않아서 난류가 서쪽으로 잘 이동하지 못해 동태평양의 물은 평상시보다 뜨거워지고, 서태평양은 평상시보다 차가워진다. 물이 뜨거워진 동태평양에는 비가 내리게 되고, 차가워진 서태평양은 건조현상이 일어난다.

라니냐는 엘리뇨와 반대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시말해 편동풍이 매우 강한 현상이다. 평상시보다 편동풍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서태평양은 더욱 뜨겁고, 동태평양은 더욱 차갑게 되어 결국 서쪽에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비가, 동쪽은 더 가물게 되는 것이다. 올 여름 극한호우의 원인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례적인 라니냐, 엘리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최근의 라니냐는 2020년 8월 시작해 3년간 이어졌고, 이렇게 긴 라니냐는 21세기 들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한다. 올해 3월 우리나라 기상청은 라니냐가 해소된 뒤 엘리뇨가 발생하여 이상 기후현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우리가 겪은 극한 호우나 찜통 더위도 이런 영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 현상은 2년째에 접어들면 더 온난화가 심해진다”며 “올해는 발생 첫해인데도 이런 극단적 여름을 보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현상들은 적도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장마, 가뭄, 대형 산불 발생과 농업 수확량 변화 등의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꼭 나쁜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엘리뇨가 상륙하면서 라니냐가 후퇴한 덕분에 지난 3년간 라니냐발 가뭄에 시달렸던 동태평양 등지에서 강수량이 늘어 곡물 작황과 생산이 오히려 개선됐다고 한다. 실제 브라질의 8월 옥수수·대두 수출량은 각각 918만톤, 737만톤에 달해 지난해 같은달 대비 각각 24%, 47% 급증했다. 이처럼 기후요인은 국가 정책이나 기업의 사업전략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해양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환경영향에 대한 새로운 용어 ‘폴리냐(Polynya)’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지난 6일 발표한 ‘올 겨울 한반도 이상기후 발생 전망’에 따르면 올해 7월 북극 동부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외해(外海)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폴리냐가 발생했다. 폴리냐는 해빙으로 둘러싸여 있는 광범위한 얼음 구멍으로, 폴리냐 주변으로 보다 넓은 면적의 해빙이 녹을 수 있어 이 경우 겨울철 한반도에 이상기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북극에서 발생하는 폴리냐는 강한 바람과 높은 기온에 의해 연안에서부터 해빙이 녹아 들어가며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폴리냐의 경우는 연안에서 떨어진 외해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는게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설명이다.

이번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7월 지구해면 수온이 전년도 대비 0.3도 상승(18.5도→18.8도)함에 따라, 따뜻한 해수가 해류를 통해 유입되면서 해빙이 녹으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7월 북극 주변 해빙 두께가 1m 이내로 얇아지고 있어 주변의 따뜻한 해수가 유입될 경우, 향후 북극에 폴리냐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폴리냐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겨울철 북극 해빙의 확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 겨울철 한파를 유발할 수 있다는게 한국해양과학기술원측의 주장이다. 수년 전부터 겨울철에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이 사라진 것 같다는 말이 들리는데 혹한이 계속될까 걱정되는 이유이다.

ⓒ한국해양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앞으로는 점점 더 겪어보지 못한 이상 기후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이 에너지 사용에서 파생된 문제로 발생한다. 에너지는 가능한 한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생산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저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과 활용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전기사용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해 자연 현상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와 같이 사는 법을 익히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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