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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소규모 사업장 안전사고, 위험성평가로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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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소규모 사업장 안전사고, 위험성평가로 억제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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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지금까지 큰 일이 없었는데 무슨 문제냐" 불감증이 문제
사고 발생위험도 빈도와 강도 파악 수치화시켜 상중하로 구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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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 남부지역에 소재한 전자재료 및 부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안전관리 컨설팅을 했다. 대기업 공장에 비해 훨씬 열악한 제조시설에서 20명도 안 되는 적은 인력이 1인 다기능(多技能), 다역(多役)을 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사업을 시작한지 20년 정도된 이 기업은 그간 중대한 재해는 한 건도 없었고 별로 위험한 작업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가 본 사업장은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즉시 조치가 필요한 것도 눈에 띄었다. 물론 경험많은 노장 베테랑이 있고 작업장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 이상현상을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근로자 몇 명과 대화를 해보니, 작업 중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고, 소독약을 바르는 정도의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사업장에 잠재되어 있는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큰 일이 없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는 안전불감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에는 여러 대의 선반, 밀링머신 등 공작기계와 플라스틱 재료를 접합하는 고온의 열풍이 나오는 용접기, 전동지게차도 있었는데 주요 기계·설비 목록은 불충분했다. 그 장치들은 신제품을 구입한 것도 있었으나 중고기계를 들여온 것도 있어서 설비 사양이나 수선, 부품교체 등의 정비이력을 알기 어려웠다. 전선들이 서로 얽혀서 매여있는 배전판은 즉시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사업현장을 함께 둘러본 관리총괄 담당임원은 “사실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품을 납품하는 대기업에서 최근 3~4년 전부터 부쩍 안전관리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아졌고, 안전점검이나 안전교육기록은 물론 안전보건경영방침도 제출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참고하라고 제시해준 문서를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은 방침도 만들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몇 가지 안전절차를 문서로 만들어 제출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관리총괄 담당임원은 “우리 같은 규모의 작은 기업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된다는데 사장님이 잘 준비하라고 했다”며 걱정했다.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안전관리 방식에 대해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생산 현장의 위험성이 다르고, 경영자의 리더십과 안전에 대한 기업 문화도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전체 기업 종사자의 80%가 넘는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전체기업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달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수는 총 771만4000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1849만2614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2021년 매출액은 3017조1000억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액의 46.9%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소상공인은 733만5000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95.1%에 달했다. 소상공인 종사자 수는 1046만1000명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45.8%를, 매출액은 1165조8742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18.1%를 각각 차지했다. 소상공인은 소기업(제조업 기준 매출액 120억원 이하) 중 상시 근로자 수가 제조업 기준 10명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업종별로 서로 다른 특성이 있어서 종사자 숫자로 기업의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나 안전사고 등 재해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 상시 근로자 수는 50인 이상이다. 처벌규정이 보다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근로자가 5인 미만이면 재해가 발생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의 테두리에 들지 못하는 사업장에 대한 사고발생 억제, 안전수준 향상과 확보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규모별 기업체, 종사자, 매출액 증감률 ⓒ중소벤처기업부
기업규모별 기업체, 종사자, 매출액 증감률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산재사고 사망자는 총 289명(사고 건수는 284건)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147명, 제조업 81명, 기타 업종이 61명이었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이 179명, 50인 이상 사업장도 110명이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현재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사고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대부분이 불안전한 작업환경,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한다고 알려졌다.

이같은 사업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필자가 방문한 기업은 시범 공정을 정해 위험성평가를 하기로 했다. 우선 대상공정의 공정흐름도를, 그리고 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기계·장치·공구 리스트를 적어 넣었다. 여기에 각 공정별 작업시 유해위험 요소를 찾아 적었다. 사고 발생위험도는 발생가능성(빈도)과 피해·상해 정도(강도)를 파악하고 몇 단계로 수치화시켜 곱셈하여 그 결과치를 상·중·하로 구분했다. 위험도 ‘상, 중’에 대해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하는 대상으로 정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나 확인사항들을 추려내어 각 공정별 점검표도 만들었다. 이것이 위험성 평가기법 중 하나인 ‘체크리스트’법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이 정도면 우리 스스로도 사업장의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사업장의 위험은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관성에 의해 습관적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안전불감증에서 빨리 벗어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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