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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평균실종 시대 … 중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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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평균실종 시대 … 중간이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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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소비도 사회적 계층도 심리적으로도 극단적 양극화
박탈감, 패배감 느끼고, 상대에 대한 증오 표출 심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 사회에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한 마디로 ‘평균실종’, 양극화의 또 다른 표현으로 2023년 트렌트 코리아라는 책에서 나왔던 말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간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라지고, 저렴한 제품 또는 프리미엄 고가 제품만 살아남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균 실종 시대의 소비자의 모습을 '앰비슈머(Ambisumer)'라고 한다.

확실히 주변을 살펴보면 평균실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 반세기 가까이 패밀리카로 사랑받았던 중형차는 판매량이 감소하는 반면, 대형차나 준중형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애매한 중간급을 사느니 아예 저렴한 가성비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보태서 가심비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가성비의 대표주자인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8% 가까이 급증했다. 저렴한 한 끼 해결이 가능한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급증했다. 물론 경제가 불황이니 그러려니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해 고가의 명품 소비액도 급증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8%나 급증해 전 세계 7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오마카세 같은 고급 레스토랑 소비도 늘어났다. 해외항공권 판매도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니 단순히 경제가 불황 또는 호황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중간 실종 현상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치 이념 분야. 최근 총선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어느 순간 중도 실용의 이념은 사라지고 좌파·우파, 혹은 진보·보수의 양 극단에서 지지층이 형성됐다. 심지어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한 정당도 이번 총선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합리적 중용을 표방한 집단은 이번 총선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그 결과 중간에서 양 극단을 이어줄 중재자 역할을 할 정당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정치판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극단의 대립과 갈등만이 판을 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다수당의 힘자랑 무대로 전락한지 오래다.

사회 계층의 양극화도 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 20~30년 전만해도 대학 입학 시즌에는 늘 개천에서 용난 사례를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집단이 교육 분야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사교육비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성장사다리를 타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심리적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하위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수의 중산층들이 스스로를 하위층으로 비하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심리적 하위층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스스로 상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어떤 계층은 박탈감, 패배감을 느끼고, 때로는 상대에 대한 증오로 표출되고 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인에 대한 테러도 종종 있었고, 자살률은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이젠 양극화를 멈추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양 극단의 사회에서 통합과 성장의 시너지를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하고, 축구도 미드필드가 탄탄해야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댄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당연히 22대 국회에서 여야의 협치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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