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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전공의들 열정페이 착취 구조 깨뜨려야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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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전공의들 열정페이 착취 구조 깨뜨려야 개혁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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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주 80시간 근무를 감안하면 연 6000만원 은 저임금 혹사
의정갈등 피해자 행세 하며 부담 전가하는 독점 카르텔 깨야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대비 의사의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최저 수준이라는 것은 이제 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필수의료인력이 없어서 환자들은 멀리까지 원정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하고 심지어는 적시 치료를 놓쳐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독점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듣기 불편한 말이겠지만 독점적 구조가 만들어낸 이익카르텔이라는 비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개혁은 독점적 구조를 깨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자 간의 경쟁이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것은 경제학을 거론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의료사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인턴, 레지던트 등 청년의사(전공의)들이 받는 열정페이이다. 의료사태가 시작되고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지난 3월에 대한병원협회 관계자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 달이 지나면 많은 병원들이 재정난을 겪게 될 것이고 빅5 병원도 6개월을 못 버틸 것이라고 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실제 곧바로 서울아산병원이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그 기간도 100일까지 확대했다. 서울대병원도 미래 휴일을 앞당겨 쓰는 마이너스오프제도를 시행했다.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연세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60개 병동 중 10개동을 폐쇄하고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 늘려 1000억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사태 40일만에 5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손실이 약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의대 교수들에게 해외학회 참가 제한, 학술활동비 축소, 진료향상격려금 지급날짜 조정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공의가 떠나면서 이렇게 급속히 병원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전공의들이 그만큼 병원 수익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연봉은 10여 년 전 34000만원이던 것이 이제는 6000만원 수준이 되어 꽤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 80시간 근무를 감안하면 저임금 혹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련 기간만 끝나면 연봉이 크게 오르니까 5년만 참으면 된다는 기대를 담보로 이렇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공인회계사 업계에서도 오랫동안 열정페이가 있었다. 예전에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2년 동안 ‘시보’로 근무했다. 이 기간에는 일반 기업보다도 낮은 연봉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시보로서 수련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계법인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모든 업무에 값싼 시보들을 투입하면서 큰 수익을 올렸다. 감사시즌 중에는 일요일도 없고 밤 12시 넘어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즌이 끝나면 시보들끼리 모여서 내 열정페이의 과실을 누리는 기득권층 회계사들을 성토하곤 했다. 이 제도는 2000년대 초에 없어졌는데 의료계에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득권층 의사들을 비판한 기사를 보니 그때가 떠올랐다. 서울대 의대 모 교수는 아들이 일진에게 당했으면 부모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부모가 왜 아들이 집안에서 겪는 학대수준의 처지는 방치했을까. 정작 전공의 단체는 의대 교수들을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들은 의정갈등에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의료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체계를 방치해 온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번 의료사태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했지만 전공의 단체의 말만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낮은 열정페이를 감수하고 있다고 해서 사태를 보는 눈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병원들은 외형 확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내부로 눈을 돌려서 전공의들에게 수익에 기여하는 만큼의 보상부터 챙겨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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