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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평가를 논문 양으로 평가 "부작용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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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평가를 논문 양으로 평가 "부작용 심각하다"
  • 이주연 기자
  • 승인 2024.03.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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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대진대 교수 전국 225명 회계학 교수 연구성과 논문 비교·분석
양적·질적 지표 구분해 비교한 첫 연구
"질적 요소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연구예산 낭비 제거"

[매일산업뉴스]대학평가는 물론 교수채용과 승진 및 재임용과정에서 연구성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학교수들에 대한 논문 요구량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논문실적을 양적 지표로 관리하다보니 논문의 양은 증가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논문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국내논문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부실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해외논문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심사료와 게재료를 내면서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학회 수상 여부 등 신뢰할 수 있는 논문의 질적요소를 반영한 새로운 논문성과평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을 포함한 국내 74개 대학교에 재직 중인 225명 회계학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비교·분석한 연구논문 ‘회계학 연구성과의 양(量)과 질(質)에 대한 분석’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는 한국경영학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경영학연구’에 게재된 것으로, 회계학 교수의 논문실적을 양적 변수와 질적 변수로 나누어 측정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해 비교했다.

회계학 분야만을 대상으로 연구성과를 분석한 것과 연구성과를 양적 지표와 질적 지표로 구분해서 비교·분석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2019년 2월 현재 재직 중인 회계학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다룬 것으로, 이들의 평균재직기간은 17.78년으로, 매년 1.28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학에는 3개의 세부전공(재무회계, 관리회계, 세무회계)이 있는데 재무회계 전공이 140명(62.2%)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회계 (45명·20%), 관리회계 (40명·17.8%)가 뒤를 이었다.

박사학위 취득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박사가 139명(61.8%)이고 미국박사가 83명(36.9%), 기타국가 3명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17명(7.6%)으로 낮은 수준인데 그래도 경영학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의 여성교수비율 5%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수는 56명(24.9%)이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표논문의 수량을 양적 지표로 측정하면서 논문을 국내 KCI(Korea Citation Index)급 논문과 해외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급 논문으로 구분했다.

분석결과, KCI급 논문에서는 국공립대 교수들이 사립대 교수들보다 논문을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SSCI급 논문에서는 미국박사 교수들이 국내박사 교수들에 비해서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전공으로 보면 관리회계의 논문이 다른 두 분야(재무회계, 세무회계)보다 크게 적었다. 다른 전공은 실증적인데 비해 관리회계 전공은 이론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또한 재직기간이 KCI급 논문과는 양(+)의 관계를 보이면서 동시에 SSCI급 논문과는 음(-)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에 많은 대학들이 연구자들에게 SSCI급 논문실적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교수들이 시니어 교수들에 비해서 SSCI급 논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의 '회계학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의 연구논문 '회계학 연구성과의 양과 질에 대한 분석' 캡처.

 

특히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논문의 수량에 대한 분석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질적지표를 사용해 분석했다.

이를위해 이 교수는 해당 논문이 게재된 학회지의 임팩트 팩터(IF, 영향력 지수, 피인용지수)를 사용하지 않고 소속 학회의 우수논문상 수상여부를 사용해 분석했다.

학회의 수상여부를 논문의 질적 지표로 측정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회 수상은 연구내용을 잘 알고 있는 동료 연구자들의 평가(peer review)에 기반한 것으로,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이 교수는 “양적 지표에 치중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두된 방법이 논문이 게재된 학회지의 임팩트 팩터(IF)를 고려한 평가였다”며 “그러나 학회들의 IF를 높이기 위한 편법이 횡행하여 이 방법의 평가결과도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1차적으로 우수논문상 수여학회의 범위를 미국회계학회(AAA)와 한국등재지 학회 6곳을 포함해서 분석한 결과, 국공립대 변수는 양(+), 관리회계 세부전공 변수는 음(-), 공인회계사 변수는 매우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이어 수여학회의 선정을 더 기준을 강화해서 미국회계학회와 한국우수등재지 학회 2곳(한국경영학회, 한국회계학회)만으로 한정해서 분석한 결과, 이번에는 미국박사 변수가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였고 공인회계사 변수는 여전히 매우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를 양적 성과를 분석한 결과까지 포함해서 설명하면 미국박사 교수이거나 공인회계사 교수들의 논문 수량이 특별히 더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질적 성과는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박사 교수의 경우에는 미국에서의 유학경력이 질적 성과에 도움이 되었고, 공인회계사 교수의 경우에는 수험준비과정의 공부와 회계법인에서의 실무경력이 질적 성과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의 서울소재여부와 연구자의 성별에 따른 양적, 질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양적 위주의 논문 성과평가의 문제점과 함께 질적 요소를 반영한 성과평가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질적 요소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연구예산의 낭비를 막고 연구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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