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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가치투자는 기업의 차이를, 가치투표는 최악의 차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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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가치투자는 기업의 차이를, 가치투표는 최악의 차이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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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유능한 사람에 권한 맡기는 것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
백보의 잘못엔 무감각해지고 오십보의 잘못만 흥분해서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6일 서울 중구 명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6일 서울 중구 명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투자의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이고 둘째는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이다. 기본적 분석은 주식의 진정한 가치(이를 내재가치라고 한다)를 산출해서 현재의 시장가격과 비교하는 것이다.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낮으면 시장가격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해서 매수하고, 반대로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매도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기술적 분석은 내재가치보다는 시장가격의 추세를 보면서 상승이 예상되면 매수하고 하락이 예상되면 매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 분석에서는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술적 분석에서는 차트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가치투자라고 말하는 기법은 위 두 가지 기법 중 기본적 분석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투자의 개념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벤자민 그레이엄 교수가 창시했고, 그에게서 공부한 제자 워렌 버핏이 성공적으로 실현해서 가치투자의 대가라고 불린다. 그 결과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의 1주당 가격은 현재 8억원(63만달러)을 넘는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가치투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것인데 그 분석모형은 다양하다. 모형을 개발한 이들 중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도 여럿이다. 다양한 모형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내재가치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환경에서 성공적인 투자성과를 올린 워렌 버핏은 그만큼 존경을 받을 만하다.

어떤 이는 주식투자로 부자된 것이 뭐 그리 존경할 일이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그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여 그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투자이익을 올린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 것이다.

첫째, 그가 기업들을 제대로 평가했다는 뜻이고 둘째, 그 기업은 워렌 버핏의 투자자금을 제대로 활용해서 높은 성과를 냈다는 뜻이다. 그 성과는 곧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그는 자본의 효율적 배분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그의 재산 또는 기부액 규모만이 존경의 근거가 아닌 것이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많으면 투자자들의 손실도 안타깝지만 자본의 효율적 배분에도 실패한 것이다. 즉, 무능한 기업에게 돈이 가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부도까지 나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재가치를 산출할 때에는 기업들 차이를 제대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적 배분이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유능한 기업에게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유능한 사람에게 권한을 맡기는 것이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거에서의 투표는 투자와 같다. 가치투자와 같이 가치투표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수준 이하의 인물들이 쏟아져 나와서 막말과 몰염치로 국민적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 지역색과 상대방에 대한 증오에 기대어 힘을 얻는 후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가치투표가 되려면 후보자의 내재가치를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선거는 바람이라고 하지만 감정에 휘둘린 선택은 후회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항상 그렇지만 특히 네거티브 선거판에서 오십보 백보라는 양비론은 백보에게 유리하다. 더구나 오십보를 백보로, 백보를 오십보로 뒤집는 백보의 조작과 선동에 휩쓸린다면 그 대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가치투자에서 기업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해야 하듯이 가치투표에서는 오십보와 백보를 구별해야 한다. 백보의 잘못에는 무감각해지고 오십보의 잘못에 과하게 흥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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