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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금부과는 예측 가능하게 기준 정해야 문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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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금부과는 예측 가능하게 기준 정해야 문명국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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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종부세 사사오입 세율 적용은 세금 불만 누적 요인
미국의 재산세 부담 기준은 시세 아니라 취득 금액
ⓒImage by  HeungSoon from Pixabay
ⓒImage by HeungSoon from Pixabay

원시시대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예상치 않은 횡재도 있었겠지만 처참한 죽음을 맞을 수도 있었다. 횡재에 대한 기대보다 생존의 위협이 더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확실성은 과학의 발전으로 많이 해소되어 왔다. 불운하게 벼락 맞아 죽을 사람은 피뢰침으로 벼락을 피하게 되었고 불운하게 이름도 모르는 병에 걸려 요절할 사람은 의술의 발달로 천수를 누리게 됐다. 갑작스러운 재해로 떼죽음을 당할 수 있는 상황도 기상예보로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모두 문명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명국 사람들의 삶은 운에 영향을 적게 받지만 아직도 문명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대부분 삶을 운에 내맡기며 살게 된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것은 경제에서 더욱 심하다. 운에 맡기는 경제활동은 살얼음을 걷는 것과 같다. 한 순간에 물에 빠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정치·외교적으로 불안 요인을 줄여서 안정적인 경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상황을 예측하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금정책을 보면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문명화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재산세를 보자. 재산세는 과세표준(과세기준이 되는 금액)에 세율을 곱해서 산출된다. 여기서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인데 정부는 1년 동안의 시세변동을 반영해서 매년 1월 1일 기준의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그러면 여기에 세율을 곱해서 재산세를 내야 하는데 납세자들은 세율을 알더라도 공시가격을 알 수 없으니 얼마의 세금을 내야할지 알 수가 없다.

단편적인 면만 보고 미국의 재산세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미국 세법 전문가인 조정근 교수(서경대)의 해설에 따르면 그 반대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재산세의 과세표준이 시세가 아니라 취득금액이다. 시세가 올라도 과세표준인 취득금액은 변동이 없으므로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재산세는 변동이 없는 것이다. 일부 주에서는 시세를 반영하지만 그래도 세금을 올릴 수 있는 폭은 2%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납부할 세금이 얼마인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납부한 재산세도 연방소득세를 납부할 때에 이 금액을 공제해준다고 한다. 재산세를 납세자의 경비로 인정해주는 것이어서 재산세 이상의 소득세를 내는 사람에게는 별도의 재산세 부담은 없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종부세를 보자. 종부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금인데 최근 여당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에 물리던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 부과하도록 고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매년 시세가 변동하기 때문에 2%에 포함될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운에 내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부세 부과대상인지 아닌지도 운에 맡겨야 하고 얼마를 내야할지도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며칠 전 당론법안을 발의하면서 상위 2%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사사오입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즉, 2%에 해당하는 주택가액이 11억5000만원이면 12억원의 주택까지 종부세를 부과하고 만약 2%에 해당하는 주택가액이 11억4000만원이면 11억원의 주택까지 종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전자의 경우에서 11억9000만원의 주택보유자는 2% 안에 들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아서 횡재이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에서 11억1000만원의 주택보유자는 2% 안에 들지 않았는데도 종부세를 내야 하니 이 무슨 벼락인가.

불합리한 세금정책이 영화 ‘쥬만지’ 속 원시시대를 소환하는 것 같다.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서 그렇다고 해도 기획재정부나 세무전문가들은 이러한 세금정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하다. 코로나로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세금으로 긴장감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습게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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