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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직자 울리는 정부의 취업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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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직자 울리는 정부의 취업지원정책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5.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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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30조원 투입 공공 103만개 민간 57만개 만든다고 호언
실제 일자리 만드는게 아니라 대부분 학원 등 교육기관으로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한 해 예산기준 30조원을 넘겨 편성하고 공공일자리 103만개, 민간 57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없었던 2017년과 2018년에 54조원을 투입하고도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던 기억때문인지 코로나 한 복판에서 이렇게 세운 30조원의 효과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것 같다.

주요 사업을 보면 일자리 안전망 강화와 인적지원 개발, 산업경쟁력제고 및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 청년·여성·신중년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인데 정부가 직접 만드는 일자리는 공공일자리이고 나머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취업지원사업으로 구성된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그런데 이러한 투입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지원정책이 구직자에게 가져다주는 실제 효과를 생각해보자. 이 정책은 구직자에게 기업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시키고 각종 자격증과 영어성적 등급을 스펙으로 갖추어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예산의 대부분은 실무학원, 영어학원과 같은 취업교육기관이 가져간다.

얼핏 보면 취업지원정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구조적으로 구직자를 더 힘들게만 할 뿐이다.

간단한 예로 구직자는 15명인데 일자리는 10개라고 하자. 아무리 전문자격증을 많이 취득하고 영어성적을 높이고 실무교육을 열심히 받아도 5명은 실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정부가 취업지원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구직수당을 받고 학원을 다니면서 뭔가 준비할 수 있으니 구직자들은 정부에 고마워할 것이다.

그러나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은 구직자들은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토익을 800점 받아도 정부지원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한 다른 사람이 850점 받으면 나는 더 밤을 새워서 900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영어스펙으로 취업했는데 회사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소모적인 취업경쟁이라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취업지원예산은 학원과 각종 어학시험과 자격증시험을 주관하는 업체들에게 새어 나가고 구직자들은 더 많은 자격증, 더 높은 영어성적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취업이 안되면 정부지원을 받고도 안된 것이니만큼 구직자 본인의 책임이 된다.

구직자들만 힘든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정부는 대학들을 평가하면서 학생들의 취업률을 중요한 평가 잣대로 들이대었다. 그러다보니 대학 중에는 허위로 취업실적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가공의 회사를 이용하는 편법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도덕한 대학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한 대학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다른 대학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음 해 다른 대학이 더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취업률이 높아지면 전에 취업률이 높았던 대학이 낮아질 것이다.

대학 간의 이러한 경쟁도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무한경쟁의 구조인 것이다. 여기서도 이제 취업이 안되면 대학의 잘못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정작 경제정책을 잘 수립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정부는 그 책임을 구직자와 대학으로 넘기는 양상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러한 취업지원보다 기업들을 지원해서 일자리 창출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지도자들이 왜 그렇게 외국기업을 유치하느라 열심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이 해외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은 많이 듣지만 우리 정부가 외국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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