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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부동산 대출 규제가 내국인 차별법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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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부동산 대출 규제가 내국인 차별법된 이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6.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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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최근 5년간 외국인이 서울에서 7903채 매입
집값 오르는데 대출규제, 재산 증식 기회 막는 것
서울 도심의 아파트 전경. ⓒImage by Nemo Jo from Pixabay
서울 도심의 아파트 전경. ⓒImage by Nemo Jo from Pixabay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글자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의 중요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되어 금융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공감이 간다. 금융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재산을 날리거나 투자기회를 놓쳐 벼락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금융의 본질적 기능을 가장 쉽게 말한다면 ‘돈을 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빌려서 잘 사용하면 이익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70~80년대 경제가 잘 나가던 시기에 부채를 사용해서 경제성장률보다 더 큰 성장을 했고 개인들도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면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의 원성이 높다. 정부는 대출을 투기와 동일한 차원으로 보면서 막고 있지만 사실 대출에는 헤지효과(hedge effect)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헤지는 울타리라는 뜻인데 가격변동으로부터 재산의 손실을 막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현실적으로 집값이 월급보다 훨씬 높게 오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행위이다. 일단 집을 갖게 되면 대출금을 갚을 계획만 세우면 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걱정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떤 정치인이 대출 이자를 내나 임대료를 내나 똑같다고 공공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추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가는 돈이 똑같다고 해도 일정 기간 대출금을 상환한 후 내 집이 생기는 것과 오랜 기간 임대료를 내고도 무주택자인 것이 어떻게 같은가.

부동산과 관련해서 금융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부채가 갖는 레버리지효과(leverage effect) 때문인 것 같다. 레버리지란 부채가 지렛대 역할을 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 더 큰 폭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2004년에 한 청와대 인사가 아파트를 10억원에 분양받으면서 자기 돈 2억원에 8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2년 후 이 아파트가 20억원이 되자 매스컴에서 이를 비난하는 기사가 집중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매스컴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에서 20억원이 되었으니 2배가 되었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보면 자기 돈은 2억원에서 12억원(시세 20억원에서 대출금 8억원을 차감한 값)이 된 것이기 때문에 6배가 된 것이다. 내 돈만 갖고 집을 샀으면 2배가 되지만 대출을 받아서 샀기 때문에 6배가 된 것이니 이익확대효과를 한껏 누린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예상과는 반대로 10억원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8억원으로 떨어졌다고 해보자. 집값은 단지 20%만 하락한 것이지만 내 돈을 보면 2억원에서 0원(시세 8억원에서 대출금 8억원을 차감한 값)이 된다. 즉, 내 돈을 100% 모두 날리고 깡통이 되었기 때문에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출은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대출에 몰리는 것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집값은 오르는데 정부가 대출을 못 받게 하면 국민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들이 국내주택을 쓸어 담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지난 5월 태영호의원이 전한 ‘서울시 외국인 주택 매입 현황’이라는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인이 서울에서 7903채를 매입했다. 그 중 중국인이 4044채, 미국인이 2044채를 사들였다고 한다. 부동산 금융의 효과는 외국인이 챙기고 이들에게 월세를 내면서 임차인으로 살아야 하는 내국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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