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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 당신의 회사는 하루 5만번씩 진실의 순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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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1] 당신의 회사는 하루 5만번씩 진실의 순간을 맞이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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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경영의 등장과 ‘진실의 순간’
SAS가 발견한 서비스의 가치 경영
[매일산업뉴스]'서비스'와 '경영'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은 ‘서비스 경영’은 익숙하지 않다. ‘서비스 경영(Service Management)'의 개념은 1980년대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경제불황의 늪에 빠졌을 당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도입한 '서비스 혁신'에서 출발해 현재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경제학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우리의 사회와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 경영'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최근 ‘서비스 경영’ 이론을 집대성해 '서비스 경영(북넷)'을 출간한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의 새 연재 '서비스경영'을 통해 한차원 높은 '경영혁신'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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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의 '서비스 경영' 책 표지. ⓒ북넷

기업은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한다. 선택이 결정되는 곳은 서비스접점이다. 접점은 짧은 경험의 순간이다. 여기에선 고객을 상대하는 현장직원의 서비스마인드와 감성적 역량이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소비자가 회사나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 15초 안팎의 짧은 순간. 서비스에선 이를 ‘진실의 순간'이라고 한다. 현장직원과 접촉하거나 광고를 볼 때 순간적으로 갖게 되는 느낌이 기업의 이미지, 때로는 생존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스페인의 경제학자 리처드 노먼(Richard Norman)이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본래 스페인의 투우경기를 빗댄 말이다. 투우사와 투우가 서로 맞서는 대결에서 투우사는 투우가 눈을 내리까는 순간 칼을 투우의 등에 있는 급소에 꽂는다. 이 순간을 스페인어로 ‘Moment De La Verdad'라고 한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고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결정적 순간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 현장에서 고객은 접점마다 서비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수많은 진실의 순간을 경험한다. 모든 서비스상품은 고객에게 패기지로 인식된다. 패키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경험하는 고객은 모든 접점마다 진실의 순간을 맞이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승객은 한번의 여행만으로도 수많은 진실의 순간을 접한다. 항공권의 예약부터 공항의 탑승수속, 항공기의 탑승과 하기, 기내식‧음료와 기내판매, 기상정보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접점마다 담겨있던 수많은 ‘진실’을 경험하고 목적지 공항을 떠난다. 그리고 고객이 발견한 진실은 곧 하나의 패키지로 지각되어 서비스의 가치를 결정하고 항공사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개념은 서비스업계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항공사(SAS)의 경영회복과정에서 등장했다.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로 경영난에 빠진 1980년대 초반 SAS의 이사회는 마케팅 책임자인 39세의 얀 칼슨(Yan Carlson)을 발탁해 경영을 맡겼다. 당시 다른 항공사들은 긴축경영에 들어갔지만 신임CEO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그리고 서비스 경영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얀 칼슨이 성공한 경영회복전략의 핵심은 접점에 집중한 고객만족이었다. 직원들에겐 “당신이 지금 판매하고 있는 서비스가 고객이 원하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라”는 간단⸳명료한 슬로건으로 마케팅의 철학을 전달해 이를 사내에 정착시켰다.

회사의 조직은 현장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했고 모든 부서는 서비스 지원부서로 바뀌었다. 고객서비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문화의 등장이었다. 고객의 모든 경험을 진실의 순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임직원들이 공유토록 했다.

“SAS는 당신이다. 고객이 느끼는 모든 진실의 순간마다 당신이 곧 회사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는 회사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고객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대응하라.”

CEO의 경영철학은 모든 업무처리를 고객 위주로 할 것인지 회사 위주로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서비스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얀 칼슨은 모든 임원과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워크숍과 전사적인 서비스교육의 전도사로 나섰다. 서비스 차별화의 성공으로 이듬해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1983년 SAS는 미국 포춘지로부터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선정됐다. “우리 회사는 하루 5만번씩 진실의 순간을 맞이한다.” 얀 칼슨의 말은 서비스접점과 현장경영의 가치를 말해준다.

SAS의 성공신화는 롤모델을 필요로 했던 서비스업계에 빠르게 전파되었고, 서비스 경영이 학계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서비스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연구는 1980년 들어 뒤늦게 시작됐다.

우리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서비스’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고 사용한다. 공짜로 제공되는 물품이나 고객을 대하는 태도, 판매한 상품의 유지·수리 등을 뜻하기도 하고, 일반 상품의 거래에 수반되는 편익 정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모두 서비스에 대한 편견과 오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 서비스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국가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진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도 서비스가 중심이고, 코로나19가 새로 만들어 내는 ‘언택트’ 비즈니스도 대부분 서비스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은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서비스접점에서 흔히 듣는 말대로 서비스는 공짜일까. 여기엔 고객의 선택을 겨냥한 전략이 담겨있다. 이 진실의 순간에서 서비스철학, 그리고 현장직원의 감성적 역량이 발휘되어 서비스의 성패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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