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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판사 수 늘려서 김명수의 '나쁜 재판'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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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판사 수 늘려서 김명수의 '나쁜 재판' 바꿔야 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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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말로는 '좋은 재판' 사실은 '편향된 재판 지연된 정의'
일본 3881명 프랑스 7437명 독일 23835명 우린 고작...
왼쪽부터 송철호 전 울산시장,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부터),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재판’이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서두르다가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 ‘좋은 재판’의 결과는 기대와 크게 달랐다. 올바르기보다는 늦어지는 모습이 더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지연이라는 표현을 넘어 서서 ‘질질 끈다’, ‘뭉갠다’는 원색적인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이 힘을 얻는 것은 ‘좋은 재판’의 수혜자들 때문이다. 청와대의 선거개입으로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이 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이미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상태이다. 그리고 허위증명서 발급으로 기소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연 재판 덕에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3년 8개월을 지낼 수 있었다. 또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최종 판결이 늦어져서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게 됐다.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시장과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재판’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억대의 연봉은 물론 보좌관들 배정까지 모든 특혜를 누린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좋은 재판의 효과는 이렇게 과거형으로 그친 게 아니다. 흔히 ‘사법리스크’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미 1심 판결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람들이 출마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니 미래형으로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판이 신속했다면 피선거권이 박탈되었을 사람들이 ‘좋은 재판’에서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국회의원만 된다면 정치적 승리와 함께 면책특권의 방탄복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 읽힌다. 

‘좋은 재판’에서 더 우려스러운 점은 국가안보의 문제이다. 북한의 공작금과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던 간첩단에 대한 재판도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에서는 이를 ‘지연재판의 끝판왕’이라고 하였다. 지난 3월에 기소된 창원간첩단 사건, 4월에 기소된 제주간첩단 사건, 모두 1심 판결을 못 내고 있다. 심지어 청주간첩단 사건은 2021년 9월에 기소되었으니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1심 판결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좋은 판결’을 내려 줄 것을 바라는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좋은 재판’은 결국 범법자와 북한에게만 좋은 것이 되지 않겠는가. 

‘좋은 재판’의 문제점으로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직종에서나 정치적 성향을 띠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판사에게만 정치적인 백지상태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보다는 물리적인 차원에서라도 ‘좋은 재판’을 멈추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꼴찌 수준으로 의료서비스를 담보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2021년 법원행정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 법관 수는 2966명이다. 일본 3881명, 프랑스 7437명 독일 23835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법관 1인당 사건 수인데 우리나라는 특히 소송이 많기 때문에 법관 1인당 연간 담당하는 사건 수가 464건에 이른다. 일본 152건, 독일의 90건에 비하면 3~5배를 넘는 상황이다. 1년 464건을 근무일수로 나누면 매일 2건을 판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사의 과로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색이 없는 판사도 ‘좋은 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판사 증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의사들은 의사증원을 결사반대하지만 법관들은 89%가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판사 증원을 통해 물리적으로라도 ‘좋은 재판’을 멈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판결에서 유죄로 확정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에게서 그동안 받은 세비와 혜택을 모두 환수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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