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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기업이나 정부나' 슈링크플레이션과 부가세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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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기업이나 정부나' 슈링크플레이션과 부가세의 공통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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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용량 줄여 실제로는 가격인상의 효과 보려는 꼼수라면
현실과 맞지 않은 부가세 항목들을 붙인 정부도 똑같아
민주원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이 8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2023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번 신고 대상자는 개인사업자 777만 명과 법인사업자 126만 명으로 총 903만 명이며 오는 1월 25일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 ⓒ연합뉴스
민주원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이 8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2023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번 신고 대상자는 개인사업자 777만 명과 법인사업자 126만 명으로 총 903만 명이며 오는 1월 25일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정부는 물가동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시지, 맥주, 우유 등 소비재 품목에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확인했다고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임으로써 실제로는 가격인상의 효과를 꾀하는 눈속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과거 1년 동안의 가격을 조사했는데 CJ제일제당은 ‘백설 그릴 비엔나’ 한 봉지를 640g에서 560g으로 줄였고 서울우유는 ‘체다치즈’ 20매를 400g에서 360g으로 줄였다. 연세유업도 ‘연세대학교 전용목장 우유’를 1000ml에서 900ml로 줄였다. 더 심한 사례는 풀무원의 핫도그 제품인데 20%나 줄였다. 이외에 과자류까지 포함하면 37개 품목에서 평균적으로 12%의 용량이 줄었다고 한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변칙적인 가격 인상을 끊어내겠다고 했다. 용량, 성분의 변경을 알리지 않은 기업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여 ‘소비자를 속인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곡물, 원유 등의 물가상승을 판매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정부는 가격인상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재료 가격의 인상만 반영할 뿐, 원재료 가격이 인하되어도 판매가격은 낮추지 않는 기업들 행태를 생각하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물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러면 정부는 기업들의 이러한 꼼수에 떳떳할 수 있을까. 세금 분야에서 보면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방식으로 납세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면이 있다. 부가세가 바로 그렇다. 여기서 부가세(surtax)는 부가가치세(VAT)가 아니고 다른 세금에 얹혀서 걷는 세금을 말한다. 이때 다른 세금을 본세라고 하는데 부가세는 본세를 과세표준으로 해서 추가징수하는 세금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소득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이다.

만약 소득세율을 20%로 계산해서 납부세액이 500만원 나왔다고 하자. 그런데 세법은 소득세(본세)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 50만원을 더 내도록 하고 있다. 소득세율이 20%라는 것은 말뿐이지 실제로는 22%(550만원)를 걷어가는 것이다. 부가세율이 10%만 해도 큰 부담인데 종부세의 경우에는 본세의 20%나 되는 농어촌특별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1000만원 단위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 세금폭탄의 사례가 자주 보도되곤 했다. 만약 1000만원의 종부세라고 하면 200만원의 농특세를 더 내야 하는 것이다. 폭탄에 수류탄을 끼워준 격이다.

매년 7월과 9월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딸린 자식이 여럿이다. 지방교육세 20%, 지역자원시설세 1.3% 말고도 이름도 낯선 ‘도시지역분(종전의 도시계획세)’이라는 항목이 40% 넘게 부과된다. 모두 합한 부가세율이 60%를 넘는다. 재산세가 120만원이라고 해도 실제 내야 할 세금은 200만원인 것이다. 부가세가 거의 몸통 수준이다.

증권거래세에 붙는 농특세는 아예 본세보다 더 많아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코스피 종목의 경우 증권거래세는 주식매도액의 0.05%인데 여기에 붙는 농특세는 0.15%로 본세의 3배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에 농특세를 내는 것도 희한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상태는 더 이상하다. 이외에도 교육세, 지방교육세는 경제규모 확대로 세수금액이 증대되고 있지만 학령인구의 감소로 다 쓰지도 못하고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은 부가세 항목들을 여기저기 붙여놓았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것이다. 택슈링크플레이션(tax-shrinkfl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부가세를 없애고 세금체계를 단순화시켜서 납세자들도 자신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을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세정도 솔직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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