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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폴리페서보다 더 심각한 폴리던트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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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폴리페서보다 더 심각한 폴리던트의 폐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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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공부도 등한시 특권의식 젖어 온갖 부정 저지르는 학생회
586세대 운동권 이어 지각 결석 밥 먹듯 악습 전통 계승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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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란 정치권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소홀한 교수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연구성과는 물론 강의도 불성실하여 학생들에게도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최소 요건만 채우면 교수직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니 계속 바깥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폴리페서의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이 끼치는 폐해도 이에 못지않다. 일반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폴리페서와 같은 조어 방식으로 폴리틱스(정치)와 스튜던트(학생)를 합쳐서 폴리던트(정치학생)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어디나 그렇지만 대학에도 권력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있다. 여기서 권력이란 주로 학생회장직을 말하는데 그 선거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들여다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과정이 보도된 기사들의 제목을 보니 ‘각종 부정에 추문, 조폭 개입까지...’, ‘대학 총학생회 선거, 왜 이러나’에서부터 ‘사전개표, 불법감청, 성추행, 소송... 난장판 총학선거’ 등이다. 제목만 보면 기성 정치인들의 기사로 착각할 정도로 판박이다. 이렇게 총학생회를 접수하고 나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고 한다. 학생들 예비군 훈련 점심값을 술값으로 도용하고 대학 축제의 공연기획자로부터는 주관업체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아 구속된 사례가 보도됐다. 자판기 사업, 졸업앨범, 각종 이벤트 개최에서 이권을 챙기다가 인천의 한 대학에서는 전 학생회장과 현 학생회장 사이의 갈등으로 살인극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학생회의 이러한 모습은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86세대들이 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때는 군부정권의 치하에서 민주화라는 공동의 과제로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시대와 환경이 다르더라도 폴리던트의 특징 중에는 두 가지 부정적인 점이 눈에 띈다. 첫째,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니 전문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를 하지 않는 점은 연구를 소홀히 하는 폴리페서와 닮아있다. 그렇지만 폴리페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이미 전문성을 갖추었다. 이에 반해 폴리던트는 학부수준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니 그들의 전문성은 고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폴리던트 출신의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폭등에 우왕좌왕하면서 30여 차례의 대책을 내고도 결국은 국민들을 세금지옥, 벼락거지의 공포에 빠뜨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둘째,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는 점이다. 지각과 결석에도 당당하고 과제 제출이 늦거나 성적 올려달라는 부탁에도 별로 미안함이 없다. 학생회 일로 바쁘기 때문에 당연히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자신을 향한 수사에 불만을 갖고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 놈, 건방진 놈’ 등 막말을 해서 정치혐오를 키우고 있는 운동권 출신 86세대 정치인도 폴리던트출신이다. 자신의 범법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공부에 바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회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학생회장 선거에 복수의 후보를 내지 못하고 단일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때가 많다. 이렇게 해도 투표율을 못 채우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폴리던트는 힘들이지 않고 소량득표만으로도 학생회장이 되고 정치의 높은 가성비를 습득하게 된다. 졸업 후에는 기성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선거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운다. 폴리페서와 달리 폴리던트는 돌아갈 곳이 없다. 더 악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에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경쟁을 헤치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것 같아서 심기가 불편하다.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고 지내면서 보니 폴리페서보다는 묵묵히 연구하며 성과를 내는 교수에게, 폴리던트보다는 열심히 자기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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