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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촉법소년의 변화 '칼든 고교생'에서 '총든 초등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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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촉법소년의 변화 '칼든 고교생'에서 '총든 초등생'으로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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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면서 병행해야 할 일은
보호관찰 인력도 더 확보하고 교화노력 병행해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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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범죄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법무부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입학시험 면접의 질문 문항 중 하나가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예상된 질문이었는지 나름대로 조사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대답한 수험생들이 많았다. 면접위원이면서도 오히려 수험생들에게서 중요한 정보를 얻은 것 같았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로 10세부터 14세 미만까지를 말한다.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까지가 이에 해당하므로 고등학생들의 흉포한 범행뉴스를 접하고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고등학생 범죄자는 소년범이라고 하고 이들은 형사처벌도 받기 때문이다. 다소 헷갈리는 이러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대답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특히 이러한 연령 규정은 1953년에 제정되어 7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대부분 학생들의 답변은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미성년자 범죄를 범죄역량과 통제력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70년 전에 비하면 이들의 발육상태는 월등히 좋아졌다. 체격은 크고 강해져서 성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인터넷이 발달된 환경에서 이들은 성인 범죄자들의 주관심사인 성과 돈에 관해서 일찍 눈을 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 지식도 갖추어서 촉법소년, 보호처분 등 자신들의 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체격과 정보력은 곧 범죄능력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7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의 미성년자의 범죄역량은 한층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정신적인 성숙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생물학적으로 수명의 관점에서부터 보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70년 전인 1950년대 평균수명은 55세 정도이고 평균 혼인나이는 23세였다고 한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83세이고 평균 혼인나이는 32세이다. 70년 전의 14세는 평균수명의 25% 위치에 있으므로 어른에 가깝다. 실제로 어른의 역할을 맡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의 14세는 평균수명의 17% 위치에 불과하여 똑같은 14세라고 해도 과거보다 더 어린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도 여기에 두 가지 상황이 더해지고 있다. 하나는 과거와 달리 이들의 보호환경이 열악해져서 어떤 결속도 없이 돌아다니는 미성년자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성인 범죄자들이 보이스피싱이나 성범죄와 같은 범죄에 이들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성년자의 자기 통제력은 더욱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역량과 통제력이라는 상충된 관점에서 보면 70년 전 미성년 범죄자는 ‘칼을 든 고등학생’이고 지금의 미성년 범죄자는 ‘총을 든 초등학생’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칼’이 ‘총’으로 바뀐 점에 주목하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촉법소년의 범죄 중 50% 이상이 13세의 범죄라는 사실과 피해자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법무부의 연령 인하 개정에 일면 공감이 간다. 그러나 동시에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으로 바뀐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교화와 훈육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개정의 또 다른 근거로 대부분의 외국에서도 13세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관찰관의 경우 1인당 대상자 수가 47명이다. 이는 OECD 평균 27명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려면 최소한 보호관찰 인력도 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확보하고 교화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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