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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부 지원금 때문에 전국 병원 전전하는 부상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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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부 지원금 때문에 전국 병원 전전하는 부상 소방관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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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한 병원에서 일정 기간이상 입원하면 치료비 지원금이 줄어들어
나라에 돈이 부족해도 이건 최우선 순위로 배정해야
지난달 17일 오후 1시50분께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한 아파트 상가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달 17일 오후 1시50분께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한 아파트 상가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대전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진압하고 태풍, 홍수, 건물붕괴, 가스폭발 등 각종 재난발생시 출동하여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사람! 바로 소방관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위와 같이 정의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분들이다. 세상에 숭고한 직업이 많지만, 소방관처럼 국민이 어려울 때 그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인 소방관은 우리나라에 약 6만5000여명이 있다. 모두들 건강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늘 위험한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뛰어드는 분들이다 보니, 다치는 분들도 많다. 화마와 싸우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전신화상을 입고 수십번 수술을 받으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분, 재난 현장에서 낙하물에 깔려 경추골절로 사지마비 입은 분... 오늘도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분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 덕분이다. 우리는 잊지 말고 감사해야 한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이에 지난달 26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회장이 복무 중 전신화상으로 장기 투병 중인 소방관을 방문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늘 그렇듯 실무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진도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류 회장은 그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니 홍보하지 말라고 했다. 실무적으로 홍보하자고 재차 요청했지만 한사코 거부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사실 이런 활동을 알리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특히 정치권으로 가면 그런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그러나 류 회장은 한경협 차원에서 준비했던 지원금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준비한 돈이라며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조용히 건냈다.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지원은 아낌없이 할테니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이런 진정성있는 모습은 주변에 있던 소방관계자, 의료진에게 적지 않은 울림이었다.

이어진 류 회장과 소방관의 대화 중에 또 한 번 놀랐다. 소방관의 꿈이 병마를 이겨내 다시 소방관으로 복귀해서 국민들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년간 수십 번의 수술, 그리고 앞으로도 기약없는 수술을 견뎌야 하건만, 소방관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고 씩씩했다. ‘이런 영웅분들이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안타깝고,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국민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춘까지 바친 이 분들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리고 국가가 앞장서서 그 아픔을 감싸드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무관심했다. 

예를들어 어떤 소방관은 2개월 마다 전국 병원을 전전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나라에서 치료비가 나오지만 한 병원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입원하면 치료비 지원금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사지마비된 몸을 이끌고 전국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라에서 책정한 간병비 상한액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 추가 비용은 죄다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필자도 이런 사연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반성한다. 아직 구체적인 제도적 문제점까지 다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2024년 말 충북 음성에 건립 예정인 소방병원도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나라에 돈이 부족해도 이것만큼은 최우선 순위로 배정해야 할 영역이라고 본다. 

소방관들의 아픔은 건강한 우리 모두가 진 큰 빚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영웅들의 아픔을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서 보듬어 드려야 한다.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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