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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집값 또 들썩...서민들의 잠 못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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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집값 또 들썩...서민들의 잠 못이루는 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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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수도권 신고가 경신에 지방 집값도 상승세
또 한 번의 집값 폭등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가는 지름길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최근 집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 정부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집값이 불과 1년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은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고,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방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정부 때의 집값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관망하며 주택구입 시기를 재던 무주택 서민들은 예기치 못한 상승세에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일까. 최근 한달새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무려 3조원이나 급증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담보대출 금리도 계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주된 원인은 결국 공포감, 즉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집값 폭등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매우 안 좋은 시그널이다. 또 한 번의 집값 폭등은 곧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마저 좋지 않아 경기 활성화로 써야할 재원이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로 흘러들어 간다면 언젠가는 크게 터질 수밖에 없다. 인생을 건 도박같은 영끌 대출의 폐해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의 집값 상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 워낙 집값이 폭등한 탓에 더 오를 곳이 어디있냐고 생각한 사람도 있고, 지난 정부 말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기에 당분간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정부와 달리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니 집값 억제 요인은 충분해 보였다. 돌이켜 보면 가만히 둬도 집값은 저절로 떨어질 분위기였다.

그런데 웬 걸. 한동안 떨어질 것으로 보이던 집값은 너무나도 짧은 조정기만 거치고 다시 비정상적인 상승경로를 타고 말았다. 결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시그널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부동산 공급을 충분히 하겠다. 이제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서민들 집값 걱정은 충분히 없도록 하겠다와 같은 신호를 충분히 줬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질 못했다. 작년 말부터 온라인 부동산 카페만 가 봐도 현 정부에서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다시 오를 것 같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자유시장경제 체제이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특수성이 있다. 필수재일 뿐만 아니라, 공급도 제한적이고 시기도 오래 걸린다. 즉시 수요를 맞추기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규제 마켓(Market)이어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시장보다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다른 건 몰라도 현 정부는 적어도 부동산 시장만큼은 안정화시켜야 한다. 지난 정권이 재집권에 실패한 주된 이유도 부동산 실패 때문 아니었던가. 저절로 떨어지던 집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실책을 이어간다면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낄 수도 있다. 오죽하면 지난 정권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덮으려 통계조작까지 하려 했겠는가. 부디 거품이 터 커지기 전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사활을 걸기 바란다. 다른 정책 100개를 성공해도 부동산 정책 하나를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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